AI 시대 상실을 맞이하는 태도…고레에다 감독 '상자 속의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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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아들 구현한 휴머노이드 맞는 부부…위로와 혼란 속 인간다움 제시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에게 상실은 반복되는 소재다. 그의 장편 데뷔작 '환상의 빛'(1995)은 남편의 죽음 이후 남겨진 아내의 이야기를, '걸어도 걸어도'(2008)는 집안 장남의 기일에 모인 가족의 이야기를 그렸다. 고레에다 감독의 관심은 상실 자체보다는 상실을 겪은 이후에도 삶을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에 있었다.
아들의 죽음을 겪은 부부의 이야기인 영화 '상자 속의 양'은 그런 의미에서 고레에다 감독의 전작들과 맥이 닿아 있다. 고레에다 감독이 천착해온 가족이라는 요소가 나오는 것도 같다. 다만 인공지능(AI)이 등장하며 영화는 새로운 결을 형성한다.
이야기는 2년 전 아들을 잃은 오토네(아야세 하루카 분)와 켄스케(다이고) 부부의 모습으로부터 시작된다. 오토네는 아들이 좋아했던 고양이가 모습을 보이지 않는 데 신경이 쓰이고, 백화점에서 아이의 옷을 살 정도로 여전히 아들의 죽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오토네는 죽은 사람을 재현해주는 휴머노이드(인간의 외모를 지닌 로봇) 서비스 '리버스'(Rebirth)를 알게 된다. 오토네와 켄스케는 반신반의하며 서비스를 신청하고, 죽은 아들 키케루와 꼭 닮은 휴머노이드(구와키 리무)를 가족으로 맞는다.
영화는 죽은 이를 닮은 새로운 존재가 구성원이 되는 데 따른 여러 감정을 그렸다. 부부는 아들과 같은 모습에서 안도감과 위안을 얻으면서도, 실제 아들이 아닌 휴머노이드라는 점에서 위화감과 혼란을 느낀다. 영화는 부부뿐만 아니라 오토네의 동생과 엄마 등 주변 인물의 반응을 통해 상황이 단순하지 않다는 점을 드러낸다.
이런 이야기는 AI로 대표되는 기술의 발전이 만능 대책이 될 수 있는지에 관한 의문으로 나아간다. 눈에 보이는 휴머노이드는 손쉬운 위로지만, 기술이 죽은 아들을 완벽히 구현할 수는 없기에 아들과 다른 점도 선명하다. 이는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 왕자'에서 어린 왕자가 조종사가 그린 각종 양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것과 같다. 눈에 보이는 양들에는 마음에 들지 않는 구석이 한가지쯤 있다.
소설 속 어린 왕자는, 보이지는 않지만 완벽한 양이 담겨 있다고 하는 상자 그림에 만족한다. 본인이 생각하는 완벽한 양이 그 상자 속에 있다고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결말로 나아가며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하는 힘이 인간다움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영화 제목이 '상자 속의 양'이 된 배경이다.
영화는 상실 외에 서로 이질적인 존재와의 공존 등의 화두도 생각하게 한다. 다만 각 주제가 하나의 이야기 속에서 유려하게 엮이기보다는 산발적이라는 인상을 남긴다. 각 인물의 감정은 배우들의 호연 등에 힘입어 순간순간 명료히 표현되지만, 그 흐름이 매끄럽지 않은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10일 개봉. 127분. 12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