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eople] '명품조연' 정희태 "연기는 끊임없이 공부하는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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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부터 '재벌집 막내아들', '백수아파트'까지…"관객이 있기에 배우 존재"
'정도전' 캐스팅 찾아왔을 땐 "기적 같았다"…독립영화가 인생 전환점
(서울=연합뉴스) 박현수 기자 = "드라마 '미생'의 정 과장, '재벌집 막내아들'의 비서실장, 그리고 최근 층간소음을 소재로 한 미스터리 코믹 영화 '백수아파트'까지… 관객이 있기에 배우로서 길을 계속 걸어갈 수 있습니다."
30여년간 연극·영화·드라마를 오가며 꾸준히 연기해 온 배우 정희태는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연기 인생과 철학,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정희태의 첫 연기 경험은 초등 시절 동화 '토끼와 호랑이'를 연극으로 만든 무대에서 맡은 '소나무' 역할이었다. 본격적인 연기 입문은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재학 중 연극부 '또아리'에 가입하면서였다. "1974년부터 이어져 온 동아리였는데, 선배의 권유로 신입생 환영 무대에 서게 된 것이 결정적이었죠."
울산 출신인 그는 중학교 시절 예고 진학을 꿈꿨지만, 부모와 교사의 반대에 부딪혔다. 당시 지방에서는 연기를 '딴따라'로 부르며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강했다.
"어릴 땐 소심하고 불안했어요. 칭찬받으면 기뻤지만 연기를 한다는 건 쉽게 꺼낼 수 없는 꿈이었죠."
군 복무 후 복귀한 무대에서 그는 이윤택 원작 '오구'의 큰아들 역을 맡았다. 이어 '마누라는 어디 있을까'로 전국대학연극제 대상을 거머쥐었다.
"당시 '또아리' 선배들은 대부분 졸업 후 취직했지만, 저와 몇몇 동기들은 연기에 모든 열정을 쏟았습니다. 군 문화선전대 선배의 영향으로 연극 세계에 더 깊이 빠져들었죠."
2002년 영화 '해안선'으로 스크린에 데뷔했다. 그는 "촬영 당시 안정환 선수의 월드컵 헤딩골에 환호하다 촬영장 평상이 무너진 해프닝이 기억에 남는다"며 웃었다.
독립영화 '십분'은 그의 연기 인생을 바꾼 작품이었다. 부산국제영화제 관객상을 비롯해 여러 상을 받은 이 영화에서 맡은 노조 지부장 역이 드라마 '미생'의 정 과장 캐스팅으로 이어졌다.
"연출진이 독립영화와 연극 무대를 보고 배우를 찾았는데, '십분'의 캐릭터와 '미생'의 정 과장이 닮았다는 평가를 들었습니다."
'미생'에서는 거리낄 것 없이 에너지 넘치는 역할을, '재벌집 막내아들'에서는 경험이 쌓인 비서실장을 연기했다. 두 작품 모두 이성민과 함께했지만, 관계 설정은 달랐다.
"'미생'에서는 대립 관계였지만, '재벌집 막내아들'에서는 최측근으로서 연기에 관해 토론하고 조언도 구했습니다."
정희태는 "초기엔 캐릭터에 몰입해 예민해지기도 했지만, 지금은 무의식에 캐릭터를 두고 순간을 살아가며 자연스럽게 표현하려 한다"고 말했다.
대본에 없는 장면을 상상력으로 채우는 작업을 "빈 도화지를 색으로 채워가는 과정"에 비유하며, 캐릭터의 목적과 장애물을 찾아내는 것이 연기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올해만 해도 연극 한 편을 마친 뒤 드라마 두 편, 독립영화 한 편을 연달아 찍었다. 그는 "좋은 작품을 만나 좋은 결과를 얻은 덕분"이라며 특히 독립영화에 애정을 드러냈다.
"'십분'이 그랬듯, 독립영화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줍니다. 감독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공부하는 시간이죠."
그가 꼽은 가장 기억에 남는 연극은 '테베랜드'다. 지문 없이 대사만으로 구성된 2시간 45분짜리 작품에서 방대한 분량을 소화해야 했다.
"경상도 출신이라 서울말에 자신이 없던 시절이 있었지만, 이 작품으로 자신감을 얻었죠. 감정을 과하게 쏟아 머릿속이 하얘진 경험도 있었는데, 오히려 불안정한 캐릭터와 맞아떨어져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한 단계 더 성숙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연기 외 시간에는 "꽤 게으른 편"이라는 그는, 결혼 초엔 아내 명의로 당구장을 운영하고, 어머니 일을 돕기 위해 울산을 오가며 운전도 했다. 몸이 좋지 않았던 시기를 지나 '정도전' 캐스팅이 찾아왔을 땐 "기적 같았다"고 회상했다.
후배들에게는 "연기는 끊임없이 배우는 작업"이라며, 인문학적 소양과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다만 "직접적인 간섭보다 스스로 선택할 시간을 주는 것이 좋다"는 연기 철학을 밝혔다.
그는 드라마 '마지막 썸머' 방영을 앞두고 있으며, '들쥐', '판사 이한영', '아서', '이런 엿같은 사랑' 등 촬영을 이어가며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