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in제주] '폭싹' 이어 '케데헌'에도 등장한 제주…제주문화 알릴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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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담·돌하르방 등 제주 고유문화 등장해 눈길
(제주=연합뉴스) 백나용 기자 =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제주의 전통문화와 관련된 상징물들이 등장, 제주의 자연 뿐만 아니라 문화를 알릴 기회로 만들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는 K팝 가수이자 악령 사냥꾼(데몬 헌터스)인 걸그룹 헌트릭스가 악귀들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를 그린 애니메이션으로 공개 9주차 누적 시청 수가 2억1천50만회로 역대 영화 부문 2위에 올랐다. 1위 '레드 노티스'(2억3천90회)와는 단 2천40만회 차이로, 조만간 케데헌이 넷플릭스 영화 역대 흥행 1위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케데헌에 등장하는 K-팝과 K-푸드뿐만 아니라 갓과 노리개, 호랑이와 까치 캐릭터 등 한국 전통문화 관련 굿즈까지 매진 행렬을 기록하고 있다.
케데헌에서 헌트릭스 멤버인 루미와 미라·조이가 멘토이자 엄마 대신 루미를 돌봐 온 셀린으로부터 데몬 헌터 역할을 부여받는 장면 속 배경은 제주로 추정된다.
헌트릭스 뒤로 보이는 돌담으로 둘러싸인 무덤이 이런 추정의 근거다. 무덤 주위에 '산담'이라고 불리는 돌담을 쌓은 매장 방식은 제주만의 독특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누리꾼들은 이 장면에 대해 "'제주다!'하면서 봤다"(스레드 이용자 'itm***), "역대 헌터들이 제주에 묻힌 것 같다"(스레드 이용자 'pel***') 등 저마다의 감상과 해석을 내놨다.
애니메이션 후반부 루미가 악령과 혼재된 자신의 정체성 때문에 괴로워하다 셀린을 찾아간 곳도 제주로 추정된다.
이때는 산담에 더해 돌하르방까지 등장한다. 돌하르방은 명실상부한 제주의 대표 상징물로, 예부터 제주 사람들은 돌하르방을 고을의 악한 기운을 막고 소원을 이뤄주는 수호신이라 생각했다.
돌하르방은 조선시대 당시 제주 행정구역인 제주목·대정현·정의현 등 1목 2현의 성문 밖 입구에 모두 48기(제주성 24, 대정성 12, 정의성 12)가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며 현재는 47기만 남아있다.
이 중 2기는 서울 경복궁 내 국립민속박물관으로 옮겨져 제주에는 45기가 남아있다. 제주에 남아 있는 돌하르방은 현재 관공서와 공항, 학교, 관광지 등 곳곳에 흩어져 세워져 있다.
조이가 악령과 싸울 때 사용했던 무기는 무당이 굿을 할 때 사용한 무구인 '신칼'을 모티브로 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칼 손잡이 끝에 술이 매달려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역시 현재까지 무속 신앙이 강하게 남아있는 제주에서 충분히 활용해 볼 수 있는 콘텐츠다.
제주는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이자 국가 지정 중요무형문화재인 '제주칠머리당영등굿'과 국가무형문화재인 '제주큰굿'을 보유하고 있으며, 여전히 제주 마을 곳곳에는 마을을 지켜주는 '본향신'(本鄕神)이 있고, 신을 모신 신당인 '본향당'(本鄕堂)이 있다.

(제주=연합뉴스) 제주에는 과거 조선시대 성문 밖 입구에 모두 48기의 돌하르방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현재 1기는 사라지고 47기가 남아있다. 사진은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로부터 받은 47기의 돌하르방 사진을 편집한 것. [연합뉴스 자료사진]
하지만 막상 제주에서는 '케데헌'을 활용한 관광 콘텐츠 개발을 위해 이렇다 할 시도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케데헌 열풍에 맞춘 프로그램은 제주관광공사가 다음 달 12일과 13일 제주도 일원에서 개최하는 세계 한류 팬을 위한 이벤트 '2025 퍼플 페스타 인 제주'에서 진행되는 '케데헌' 속 호랑이와 까치 캐릭터의 모티브인 작호도 만들기와 저승사자 의상 입고 네 컷 사진찍기 정도다.
제주는 앞서 올해 3월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 주요 촬영지가 될 기회를 놓쳤다.
'폭싹 속았수다'는 1950년대 제주에서 태어난 애순이 관식이의 이야기를 제주의 사계절을 모티브로 풀어냈으나, 정작 오픈 세트장은 가건물 인허가 절차 등이 지연되면서 제주가 아닌 경북 안동에 지어졌다.
대표적인 장면 중 하나였던 주인공 애순과 관식이 첫키스하는 장면을 찍은 유채꽃밭도 제주가 아닌 전북 고창이었다.
제주도는 이런 이유로 제주에 대규모 야외 세트장을 추진하고 있지만, '뒷북'이라는 아쉬움을 샀다.
그간 제주를 배경으로 한 콘텐츠들은 제주 관광업계에 적지 않은 기회가 됐으며, 지금도 관광명소로 손꼽힌다.
'폭싹 속았수다'에 백일장 장소로 나온 제주목 관아, 애순 엄마가 동료 해녀와 물질하던 구좌읍 김녕 해변, 오라동 메밀꽃밭 등이 대표적이다.

(제주=연합뉴스) 지난 6월 28일 제주목관아에서 '2025 제주 국가유산 방문의 해' 시즌 2 기획행사로 '한라춘사제 백일장 어린이 사생대회'가 열려 어린이들이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번 행사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 주인공들이 백일장에 참가하는 장면의 배경이 된 제주목 관아에서 진행돼 드라마 속 1967년 한라춘사제를 재현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2023년 드라마 '웰컴투 삼달리' 속 등장인물인 삼달리 독수리 5형제가 자주 가던 럭키편의점이 있던 서귀포시 성산읍 오조포구, 주인공 삼달과 용필이 함께 찾은 신창풍차해안도로나 비밀의 숲, 용필이 근무하던 제주기상청 등에는 관광객 발길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2022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우영우와 이준호가 돌고래 떼를 보기 위해 찾아간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포구와 정명석 변호사가 옛 연인과의 추억을 떠올리는 장소로 등장한 제주시 조천읍 '창꼼바위'도 관광 명소다.
제주관광공사 관계자는 "해외 관광박람회에서 '케데헌'을 활용한 마케팅 등을 추진하고 있다"며 "'케데헌' 속 제주 문화를 활용한 관광 상품 개발 등에도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