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희경 "SNS에 혐오 너무 많아…다른 사람 배우려는 태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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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영화제서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 스페셜 토크…"공존·화해 느껴"
"선악 대비 대신 인물 외롭게 만들어…지금 작품이 가장 잘 쓴 소설"

(부산=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22일 부산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에서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까르뜨 블랑슈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에서 소설가 은희경이 발언하고 있다. 2025.09.22 [email protected]
(부산=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자주 보는데요, 너무 혐오가 많은 것 같아요. 그런 혐오는 다른 사람을 알려고 하지 않은 마음이 큰 것 같아요."
소설가 은희경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관람한 미야케 쇼 감독의 영화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2023)에 대해 혐오가 판치는 사회적 분위기와 다른 태도의 인물들을 볼 수 있었다고 평했다.
은희경은 22일 부산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에서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까르뜨 블랑슈'에서 관객들과 만나 "나와 비슷한 사람과만 연대하고 자기 논리만 강화하면서 혐오를 키우는 것을 SNS가 하고 있다"며 "그게 돈벌이가 되기 때문에 혐오가 자꾸 조장되는 사회 분위기를 느낄 때가 있다"고 말했다.
까르뜨 블랑슈는 다양한 분야의 명사들이 직접 영화를 선정하고 이에 관해 관객들과 대화를 나누는 스페셜 토크 프로그램이다.
은희경이 언급한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은 귀가 들리지 않은 복서 게이코(기시이 유키노 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선천적 청각장애를 딛고 프로 복서가 된 일본의 오가사와라 게이코의 자서전을 원작으로 했다.
은희경은 영화 속 인물들이 게이코를 두고 자신과 다른 존재로서 배려하고 다름에 대해 배우려고 하는 태도가 인상적이었다고 떠올렸다. 그는 복싱이 이상하다고 게이코에게 말하던 동생 오가와 세이지(사토 히미)가 직접 체육관에 가서 권투를 배우는 장면을 예로 들었다.
은희경은 "공존과 화해의 분위기가 느껴졌다"며 "'나는 잘 들리고 말할 수 있는데, 저 사람은 왜 이걸 못해'가 아니라, '저런 조건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어떻게 보고 느낄까'라며 자꾸 알아보고 배워가려고 하는 것들이 이 세계를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의 연대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은희경은 전형적인 악인 대신 선량한 사람이 등장하는 미야케 쇼 감독의 스타일에도 공감을 표했다.
그는 "제 소설에서도 선악을 대결시키지 않는다"며 "(전형적인) 패턴을 따라가 버리기 쉽고 제가 생각하는 세상은 그렇게 나뉘지 않는 것 같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창작하는 입장에서 선악 대비가 없기 때문에 작품이 항상 심심하긴 하다"면서 "그래서 저는 인물을 외롭게 만든다. 인물이 차갑거나, 무언가를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야케 감독님은 선량한 사람들로만 등장시켜서 제가 소설에서 하고자 했던 이야기를 너무나 멋지게 전달한다"고 치켜세웠다.
은희경은 자기 소설 속 인물을 만들 때 마음가짐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으나, 그 인물을 표현하는 방식은 초창기 작품에서 달라졌다고 했다. 초창기에는 화해와 교훈을 강조하던 한국 문학의 분위기에서 벗어나고 싶어 냉소적이고 독하게 표현했다. 그는 자기가 쓰는 노트북에 '독하게, 독하게'를 써 붙였다고 한다.
그는 "1990년대 초반에는 개인에 대한 이해가 적을 때인데도, 다수를 앞세워 '빨리 나아가야 할 시기'라며 개인 문제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며 "그래서 '이 목소리가 필요해요'라고 조금 더 세게 말해야 했다. 독하게 지독하게 써야 했다"고 떠올렸다.
은희경은 "요즘은 그렇게 쓰지 않아 많은 사람이 '은희경 나이 들었구나', '독기 빠졌구나'라고 한다"며 "제가 문제를 느끼고 질문하는 것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제 많은 사람이 제 질문을 다 알고 있어 그렇게 강하게 표현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조금 더 우회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좋게 봐서 (최근) 소설은 세련됐지만, 매력은 조금 떨어진 느낌"이라는 세간의 말을 전하며 자신은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저는 지금 쓰는 작품이 제일 잘 썼다고 생각해요. 항상 제가 이렇게 노력하는데, 더 나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누가 '선생님 작품 중 어떤 작품이 제일 좋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으면 저는 항상 최근작이라고 답해요.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이렇게 글을 쓰겠죠. 제가 '내 소설 매력 떨어져' 하면서 쓰지는 않겠죠."
은희경은 차기작도 소개했다. 1년 반에 걸쳐 연재하던 장편 소설을 내년 출간할 계획이다.
그는 "65세인 두 자매의 이야기"라며 "저는 소설을 쓸 때 항상 규격을 깨고 싶어 한다. 이번 인물도 할머니라고 하기엔 개인적인 인생에 대한 생각이 많은 두 사람의 이야기를 썼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