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만의 장편영화 '고당도' 봉태규 "못생긴 얼굴 신경 안 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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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쟁이에 쫓기는 가장 역…"어린 시절 떨고 계시던 아버지 모습 떠올려"
"힘든 시기 버텨낸 보너스 주어져…크기 상관 없이 다양한 캐릭터 해볼 것"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영화 '고당도' 속 선영(강말금 분)의 동생 일회(봉태규 분)는 아내와 아들이 있는 가장이다.
하지만 가족을 지키고 양육하는 가장과는 거리가 멀다. 사업에 실패한 뒤 많은 빚을 진 일회는 빚쟁이들이 탄 자동차와 같은 차종만 보더라도 벌벌 떨고 아들의 대학 등록금으로 빚을 갚을 생각부터 먼저 한다. 시종일관 초조한 그의 얼굴은 주근깨가 덮여 더욱 초췌해 보인다.
"모니터링을 할 때마다 더럽게 못 생기게 나온다고 했어요. 제 얼굴이 어떻게 나오는지는 전혀 신경 안 썼죠."
'고당도'의 주연 배우 봉태규가 27일 서울 에무시네마에서 취재진과 만나 촬영 당시 카메라 너머로 본 자기 얼굴을 떠올리며 호탕하게 웃어 보였다.
다음 달 10일 개봉하는 독립 장편영화 '고당도'는 뇌사 상태의 아버지를 둔 선영(강말금)의 가족이 돈을 마련하기 위해 가짜 장례식을 치르는 이야기다. '조의'(2020), '개꿀'(2021) 등을 연출한 권용재 감독이 처음 선보이는 장편 영화다. 봉태규의 장편 영화 출연은 '미나문방구'(2013) 이후 12년 만이다.
봉태규는 이 영화에서 선영의 동생인 일회 역을 연기한다. 일회는 한 가정의 가장이지만, 사업에 실패해 빚쟁이에게 쫓겨 다니는 신세로 가짜 장례식을 벌이게 된 주범이다. 일회의 초조함을 표현하기 위해 주근깨 분장을 더했다.
봉태규는 권 감독의 시나리오를 받은 지 2시간 30분 만에 출연을 수락했다.
그는 "가짜 장례식을 치른다는 내용이 재밌었다. 장례라는 엄숙함 안에서 소동극과 블랙코미디가 된다는 매력이 있었다"며 "장성한 아들의 아버지라는 일회의 캐릭터도 좋았다. 장성한 아들의 아버지 역으로 봉태규를 떠올리지 않았을 거 같은데, (감독님이) 저를 떠올렸다는 게 흥미를 돋웠다"고 돌아봤다.
'어느 날 아들이 새우가 되었다'라는 단편 영화에 출연할 당시 프로듀서로 만난 권 감독을 향한 믿음도 작용했다.
봉태규는 영화 속 일회의 모습에서 가정 형편이 좋지 않았던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아버지와 닮은 자기 얼굴을 카메라를 통해 보면서다.
"저희가 삼 남매인데 당시 (부모님이) 다 돌보지 못하는 상황이었어요. 그때 부모님 모습을 떠올려보면, 발버둥 치는 게 아니라 바들바들 떨고 계셨던 것 같아요, 어떻게든 이걸 버텨내려고요. 발버둥 친다고 했을 때는 조금 기운이 있는 것 같고요. 당시 저희 부모님은 버텨내는 느낌이었어요."
그는 그러면서 "무력하면서도 전의를 상실한 모습을 표현하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고당도' 속 봉태규의 연기는 인기 드라마 '펜트하우스' 등 이전 작품에서의 연기와 차별화된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펜트하우스'에서 격한 감정과 연극적인 연기를 선보였다면, '고당도'에서는 화면 안에 자연스레 자리 잡아 힘을 뺀 연기를 보여준다. 봉태규는 이를 두고 "삶에 밀착하다 못해 찐득찐득한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이는 그간 그가 변화하기 위해 애쓴 결과물이다. 봉태규는 '펜트하우스 3'(2021) 이후 주로 단편 영화에 출연했다. 단편영화를 지원하는 사업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면서 끌리는 작품이 있으면 직접 출연을 제안했다.
"저는 운이 좋아서 영화도 첫 시작이 주인공이었어요. 그 뒤로 좋은 감독님과도 작업을 해서 어떤 과정 없이 배우가 됐죠. 지금 배우를 하는 분들의 코스가 단편을 한 다음에 (장편에 출연하고) 하는 거잖아요. 그런 일련의 과정을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해서 저한테 그런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결과적으로 좋았죠."
결혼, 육아 등 그간 인생에서의 변화도 봉태규의 연기자 생활에 영향을 미쳤다. 배우로서의 공백기도 한층 그를 성숙하게 했다. 제작 환경의 변화와 맞물려 '잊힌 배우'가 됐던 그는 힘든 시기를 잘 견뎌내 현재의 자신이 있다고 했다.
봉태규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까지는 정신적으로도 견뎌내기 힘들었다"며 "다행히 그런 시기를 지나오고 잘 버텨 나이가 들었다. 저는 나이를 보너스라고 하는데, 그 보너스들이 쌓여서 새로운 얼굴이 보이는 것 같다"고 돌아봤다.
그는 매년 한 작품씩 하는 게 목표라며 역할의 크기에 상관없이 다양한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고 했다. 차기작도 독립 장편영화로 현재 촬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진짜 죽여주는 작품이에요. 영화적이라는 건 일상에서 마주하는 어떤 순간을 상상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스크린에서 펼치고 관객이 그것을 납득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것에 가장 적합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