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딛고 함께 영화도 만들었는데…라이너감독 살해한 아들 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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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때 마약·노숙…"성장기에 아버지와 유대감 형성 못해"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 할리우드 명감독 롭 라이너 부부를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아들 닉 라이너(32)는 10대 시절 마약 중독으로 재활센터와 노숙 생활을 전전한 이력이 있다고 미 언론이 15일(현지시간) 전했다.
뉴욕타임스(NYT)와 로스앤젤레스(LA)타임스 등에 따르면 닉은 10대 시절 마약에 빠져 가족에게 어려움을 안겼고, 15세 무렵부터 재활센터를 드나들다 센터를 기피하며 노숙 생활을 반복하기도 했다.
그러다 약물 중독에서 회복한 뒤 자신의 중독 경험과 아버지와의 관계를 다룬 영화 '찰리'(Being Charlie)의 각본을 썼고, 라이너 감독이 연출을 맡아 2015년 개봉했다. 이 영화는 정치적 야망을 가진 성공한 배우와 마약 중독에 빠진 아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이 영화 속에서 아버지가 아들에게 "차라리 네가 나를 미워하더라도 살아있길 바란다"고 말하는 대사는 실제 있었던 대화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닉은 2016년 한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이 성장기 동안 아버지와 "유대감을 많이 형성하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헤로인을 끊기로 결심한 이유가 현실적인 깨달음 때문이었다면서 "그 짓이 질렸다. 나는 좋은 가정에서 자랐고, 길거리나 노숙자 쉼터에서 살아서는 안 됐다"고 말했다.
닉은 또 중독으로 고생하던 시절에 부모가 추천한 재활 시설에 가지 않으려고 노숙을 택했다면서 길거리에서 죽을 뻔한 적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당시 인터뷰에서 라이너 감독은 아들의 얘기보다 재활 상담사들의 조언을 더 중시했던 것을 후회한다면서 "우리는 절망적이었고, 벽에 학위증이 걸려 있는 사람들 말을 들었다. 그때 아들의 말을 들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들 부자는 당시 함께 영화를 만든 것이 과거의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면서 부자 관계를 더 가깝게 발전시킬 수 있었다고 밝혔다.
라이너 감독은 2016년 인터뷰에서 아들 닉에 대해 "그와 함께 일할 기회가 생긴다면 언제든 함께할 생각이지만, 그가 자신의 길을 개척하고 싶어 하는 마음도 이해한다"며 "그는 천재적이고 재능이 넘치며 자신의 길을 찾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닉이 아버지와 함께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최근 사례는 올해 9월 영화 '스파이널 탭 2' 시사회에 가족과 함께 참석했을 때였다.
LA경찰국은 닉을 부모 살해 혐의로 전날 체포해 구금했다고 이날 오전 언론에 밝히면서 범행 동기나 사건 경위 등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Evan Agostini/Invision/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라이너 감독과 그의 부인 미셸 싱어 라이너는 전날 오후 3시 30분께 LA 자택에서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의 나이는 각각 78세, 68세였다.
라이너 감독은 시트콤 '올 인 더 패밀리'(All in the Family)에 출연하며 명성을 얻은 뒤 감독으로 전향해 많은 흥행작을 남겼다.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대명사 격인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1989)를 비롯해 '사랑에 눈뜰 때'(1985), '스탠 바이 미'(1986), '프린세스 브라이드'(1987), '미저리'(1990), '어 퓨 굿맨'(1992), '대통령의 연인'(1995), '버킷 리스트: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2007) 등이 그의 연출작이다.
그는 열성적인 민주당 지지자로 민주당 인사들을 위한 모금행사를 자주 열었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목소리를 강하게 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라이너 감독 피살에 대해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격렬한 집착으로 사람들을 미치게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라이너 감독의 피살이 그의 정치적인 견해와 관련 있는 것처럼 묘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