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걸 상상하고 일단 웃자"…'이반리 장만옥'의 유쾌한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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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진 감독 "논쟁도 필요하지만…영화로 싸울 에너지 얻기를"
퀴어 차별·폭력도 '랩 배틀'로 풀어내…"폭력 재현하고 싶지 않아"
(서울=연합뉴스) 정래원 기자 = "'됐고 일단 좋은 걸 상상하자, 일단 웃자. 그렇게 해서 유쾌한 에너지가 모이면, 토론하거나 싸울 에너지도 생기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죠"
중년의 레즈비언 장만옥(양말복 분)이 귀촌해 이장 선거에 나서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이반리 장만옥'은 이유진 감독의 이런 생각에서 탄생했다.
퀴어(성 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억압과 차별이 등장하지만, 영화는 시종일관 웃기고 유쾌한 코미디의 결을 유지한다.
지난 5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유진 감독은 "싸움과 논쟁은 사회적으로 너무나 필요한 것이지만, 영화 안에서는 다른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세대 갈등이나 노인 문제, 학교폭력 등 온갖 문제가 산적해 있지만, 이반리 사람들은 머리를 싸매기보단 눈앞의 해야 할 일들에 집중한다.
정체성의 고민을 겪는 고등학생 재연(성재윤)이 남학생들에게 폭행당한 뒤, 장만옥이 사건의 책임을 재연에게 돌리는 담임교사와 맞서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감독은 이 장면을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편견에 맞서는 논쟁 대신 장만옥과 담임교사의 코믹한 '랩 배틀'로 채웠다.
이 감독은 "재연이 겪는 폭력을 정극으로 진지하게 보여주면 관객들도 그 폭력성을 같이 느끼게 된다"며 "극장에서 (퀴어) 당사자 관객들이 이 폭력을 또 한 번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슬픔이나 울분보다 웃음에 방점을 찍은 영화지만, 서울독립영화제와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팜스프링스국제영화제, 쾰른국제여성영화제 등에서 먼저 공개됐을 때는 눈물을 보인 관객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이장 선거에 나선 장만옥이 '우리 마을에 외로운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장면이나 서울의 퀴어 친구들이 이반리에 모여 '퀴어 퍼레이드'를 여는 장면 등은 뭉클함과 감동을 준다.
이 감독은 "눈물을 강요하고 싶지 않았지만, 관객분들이 각자 다 다른 장면들에서 눈물을 흘렸다"며 "어린 시절에 이런 영화를 봤으면 좋았을 것 같다던 후기도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영화를 '12세 이상 관람가'로 선보이기 위한 고민도 있었다. 장만옥은 애인과 하룻밤을 보낸 뒤에도 옷차림에 흐트러짐이 없는 채로 등장하고, 등장인물들은 담배 대신 막대사탕을 물고 있다.
이 감독은 "그동안에는 어린 나이에 볼 수 있는 성소수자 영화가 없었던 것 같다는 의견을 들고 너무 좋았다"며 "그런 반응을 보며 '이반리 장만옥'을 청소년 관객들이 많이 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돌아봤다.
영화는 성소수자 당사자에게 위로를 건네면서도, 폭넓은 관객층이 즐길 수 있는 대중 코미디를 지향한다.
그는 "관객들이 두 시간 동안 다양한 퀴어 캐릭터를 보면서 즐겁게 웃고 돌아가서, 차별이나 혐오를 조금 주저하게 하는 영화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