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볼 때까지"…독립영화 장기상영 프로젝트 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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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우 시네마' 운동…'1980 사북'·'3학년 2학기'·'바람이 전하는 말' 상영
(서울=연합뉴스) 정래원 기자 = 독립·예술영화의 장기 상영을 위한 관객 연대 프로젝트 '슬로우 시네마 운동'이 출범했다.
박봉남 감독과 양희 감독, 이란희 감독 등 독립영화 창작자와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예술영화관협회 등은 19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독립영화 장기 상영 운동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 운동은 우선 지난해 개봉한 한국 독립영화 '1980 사북'과 '3학년 2학기', '바람이 전하는 말' 등 3편을 오는 12월 말까지 극장에서 지속해 상영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영화감독들이 직접 관객을 찾아가는 대면 상영과 관객 후원, 대관 상영 등을 통해 작품과 관객이 만날 기회를 넓힌다는 취지다.
대관 상영회에 오는 관객들의 후원을 받아 상영 일자를 늘이거나, 온라인으로 정기 후원자를 모집하는 것 등 구체적인 방식은 현재 논의 중이다.
최낙용 한국예술영화관협회 회장은 "지난해 국내 개봉작 가운데 독립·예술영화는 편수로는 18%를 차지했지만, 예술영화관은 전체 스크린의 2% 수준"이라며 "독립영화는 통상 40∼50개 안팎의 스크린에서 하루 한 차례 정도 상영되는 데 그쳐 관객을 만나기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슬로우 시네마 운동'에 참여하는 박봉남 감독과 양희 감독, 이란희 감독은 모두 연말까지는 영화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나 IPTV로 넘기지 않을 예정이다.
극장의 큰 스크린으로 봐야 좋은 영화여서, 혹은 다른 관객들과 한자리에 모여 함께 봐야 더 좋은 영화여서 등 이유는 다양하다.
한국 대중음악의 전설로 불리는 김희갑 작곡가의 일대기를 그린 '바람이 전하는 말'의 양희 감독은 "저희 영화를 극장의 큰 스크린과 좋은 음향으로, 친구나 가족과 함께 보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특성화고 학생들의 일상을 담은 '3학년 2학기'의 이란희 감독은 영화의 주인공인 고등학생들이 극장에서 다 함께 영화를 보는 경험을 주고 싶다고 전했다.
이란희 감독은 "고등학생들이 영화관에 가득 찬 상태로 이 영화를 보고, 극장을 나서면서 진로에 관해 이야기도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이 영화를 쓰고 만들었다"고 돌아봤다.
1980년 사북 항쟁을 다룬 영화 '1980 사북'의 경우 폭력의 묘사 수준이나 피해자들의 증언 내용 등을 고려해 처음부터 OTT나 IPTV 등 '2차 유통'은 고려하지 않았다고 한다.
'1980 사북'의 박봉남 감독은 "2차 가해 가능성을 피하고, 지역 공동체의 회복을 위해서라도 극장이라는 공간에서 같이 보는 게 필수적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세 편의 영화만을 대상으로 하지만, 추후 관객 반응과 다른 영화인들의 합류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슬로우 시네마 운동'을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백재호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은 "'당신을 만날 수 있을 때까지' 극장에서 영화를 상영하겠다는 마음으로 운동을 시작했다"며 "이번 연대 상영을 마중물 삼아 다른 독립영화들도 더 많은 관객과 만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자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