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엿들으며 웃다 울다…정드는 영화 '엣 더 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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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세 스즈·이마다 미오, 모리 나나 등 '대세 배우' 총출동
일본 차세대 감독 오쿠야마 요시유키 데뷔작
(서울=연합뉴스) 정래원 기자 = 친한 사이도 아닌데 이상하게 속내를 털어놓게 되는 사람이 있다. 그곳에만 가면 마음이 편해지는 장소가 있는가 하면, 이유 없이 집착하게 되는 물건도 있다.
공사를 앞둔 도쿄의 한 강변 공원에 덩그러니 놓인 벤치는 이 모든 것이 되어준다.
오랜 친구에게 슬쩍 마음을 드러내 보이는 곳이자 이별 위기의 커플이 뜻밖의 타개책을 찾아보는 자리, 성격 있는 두 자매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싸우는 곳이기도 하다.
오쿠야마 요시유키 감독의 영화 '엣 더 벤치'는 강둑 잔디밭의 벤치를 오가는 사람들의 사정과 이야기를 다섯 개 에피소드로 사랑스럽게 담은 작품이다.
감독의 데뷔작임에도 제15회 베이징 국제영화제 2관왕, 제27회 타이베이영화제 관객상을 받았고, 제27회 상하이국제영화제에도 공식 초청됐다.
히로세 스즈, 이마다 미오 등 일본 '대세 배우'들과 국내에는 초난강이라는 예명으로 잘 알려진 배우 구사나기 쓰요시 등이 총출동했다.
오랜 친구 사이인 리코(히로세 스즈 분)와 노리(나카노 다이가)는 두 사람이 어린 시절 뛰어놀던 공원이 사라진 걸 발견한 리코의 연락으로 만나게 됐다.
일과 사람에 치이며 살아가던 둘은 어린 시절 친구끼리나 가능한 실없는 농담과 아이 같은 장난에 희한하게 마음이 풀어진다. 상대가 새삼 이성으로 보이는 간질간질함까지 그대로 전해지며 흐뭇한 웃음을 짓게 한다.
리코와 노리가 떠난 자리에 이번엔 이별 위기의 커플이 와서 앉는다. '하찮음'과 귀여움의 경계에 선 남자를 보며 여자는 지겨운 건지 사랑스러운 건지 헷갈린다. 둘의 대화는 심각하지만, 보는 입장에선 한 마디 한 마디가 참을 수 없이 웃기다. 급기야 커플 근처에 앉아 있던 아저씨도 '웃참'(웃음 참기)에 실패하며 연애 조언을 건넨다.
사랑에 마음을 심하게 데인 언니와, 그런 언니를 걱정하는 동생의 에피소드는 눈물 포인트다. 둘은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며 싸우지만, 감정을 토해낸 뒤엔 사랑만 남는다.
공사를 앞두고 공원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에 리코는 서운해하면서도 좋은 점을 찾는다. "슬픈 감정이 생기는 건 좋은 일이기도 해. 아쉬우면 아쉬울수록 재미있었다는 뜻이니까."
헤어지는 게 힘든 것은 그만큼 정이 들었다는 뜻이고, 무언가와 그 정도로 정이 드는 건 자주 일어나지 않는 선물 같은 일이다.
영화는 정이 들어가는 과정과 헤어짐의 아쉬움을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관객이 영화에 정이 들고 이별을 아쉬워하게 만든다.
새로운 미래를 꿈꾸며 "슬슬 일어날까?" 하는 리코와 노리에게 "조금만 더 있다 가지…"라고 말하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