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의 시대, 링 위에서 싸운 그녀들…80년대 비튼 '애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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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로영화 '애마부인' 제작기 다뤄…세상과 맞선 여성 연대에 초점

    '3S' 정책 속 권력의 폭력 풍자…'애마부인' 안소영은 특별출연

    넷플릭스 시리즈 '애마'
    넷플릭스 시리즈 '애마'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1980년대. 유신정권 다음으로 전두환이 권력을 잡으면서 이른바 '3S'(Sports·Screen·Sex) 정책이 시행된다. 계속된 군사 독재에 대한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꺼내든 우민화 정책이다.

    정치적 배경이 어떻든, 충무로에는 활기가 돌았다. 검열이 완화되자 에로영화가 대거 제작됐고, 사람들은 극장으로 몰려들었다.

    지난 22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애마'는 그 시절 대표적인 성애영화인 '애마부인'의 제작기를 중심에 두고 이야기를 풀어간다.

    1980년대를 '새 시대'라고 칭하는 신성영화사의 구중호(진선규 분) 대표는 3S 정책에 발맞춰 화끈한 에로 영화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당대 최고의 여배우이자 국제영화제에서 상까지 받은 신성영화사 소속 정희란(이하늬)은 출연은 해도 더 이상 노출 연기는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그러면서 에로영화 '애마부인'의 여주인공을 찾기 위한 오디션이 열리고 낮에는 여공, 밤에는 밤무대 백댄서로 일하던 신주애(방효림)가 캐스팅된다.

    이렇게 산전수전 다 겪고 살아남은 톱스타와 기세 하나로 스크린을 씹어먹을 듯한 패기 넘치는 신인이 함께 영화를 만들어간다.

    넷플릭스 시리즈 '애마'
    넷플릭스 시리즈 '애마'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애마' 속 가장 큰 키워드는 연대다.

    희란과 주애의 대립이나 견제는 초반에만 등장할 뿐 그 뒤로 둘은 서로를 가장 잘 이해하고 존중하는 사이가 된다.

    주애는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희란을 꼽고, 희란은 주애를 향해 "잘 웃네, 잘 울고, 너 같네"라고 차가운 듯 따뜻한 말로 연기를 칭찬한다.

    둘의 관계는 영화 안에서만 머물지 않는다.

    고위층 연회 자리에 불려 나갔지만 성 접대를 거부하는 주애를 감싸기 위해 희란이 언짢아하는 권력자를 달래기도 하고, 잡혀갈 위기에 놓인 희란을 주애가 말을 타고 달려와 구하기도 한다.

    영화가 인기를 끌고 난 뒤 주애는 한 일본 토크쇼에 출연한다.

    토크쇼 MC가 한국에서 섹시스타로 사는 것은 어떤 느낌이냐고 묻는 말에 이렇게 답한다.

    "링에 올라간 기분 비슷해요. 맷집으로 버티고 악으로도 깡으로도 버티고 아무리 애를 써도 언젠가 케이오(KO) 되는 날이 올 수도 있겠죠. 근데 그냥 매일 하루씩 싸우는 자체가 중요하고 그것만으로도 큰 의미라는 생각을 하면 막상 두려울 건 없어요. 그러니까 잊지 않으면 좋겠어요. 우리는 아직 링 위에 함께 있어요."

    이 대사는 주애와 희란을 넘어 그 시대를 살아낸 여배우들, 그때도 지금도 각자의 자리에서 싸우는 모든 사람에게 보내는 응원과 지지처럼 느껴진다.

    마지막 회에서 '애마부인'의 실제 배우인 안소영이 특별출연해 공로상 시상자로 나선 것도 이러한 의미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넷플릭스 시리즈 '애마'
    넷플릭스 시리즈 '애마'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야만과 낭만이 교차하던 1980년대를 재현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화가가 그린 충무로 극장 간판, 당시 충무로의 사랑방 노릇을 했다는 청맥 다방, 타자기로 완성한 영화 원고 등이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형광 아이섀도로 눈두덩이를 칠하고 빨갛게 입술을 그린 그 시절 화장, 부풀린 머리카락과 더 크게 부푼 어깨선을 자랑하는 패션도 화면 속에서 되살아났다.

    그렇다고 1980년대를 아름답게만 묘사하지는 않았다.

    배우 지망생이던 미나(이소이)는 접대에 불려 나갔다가 마약을 강제로 흡입해 사망하고, 희란의 폭로에 구중호 사장은 남산 취조실에서 구타를 당한다.

    '3S' 정책에도 검열이 여전히 존재하고, 1988년 하계 올림픽을 유치했다며 국가 경사라고 축하하는 와중에도 여배우들은 술 시중을 들어야 하는 모순적인 상황을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그렸다.

    넷플릭스 시리즈 '애마'
    넷플릭스 시리즈 '애마'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곳곳에 무거운 이야기를 배치했지만, 동시에 코미디라는 장르적 매력도 잃지 않았다.

    '애마부인'의 '애마'(愛馬)라는 단어가 검열에 걸리자 밤새 칠판에 다른 뜻의 한자 '마'를 찾으며 골몰하는 곽 감독의 모습, 지금껏 없었던 에로, 그로테스크, 난센스 장르를 섞은 영화를 만들겠다며 알몸의 남자 배우를 붉은 끈으로 묶어 베란다에 매다는 모습이 대표적이다.

    배우들 대신 '가다마이'(대역) 역할을 해야 하는 스태프의 고역스러운 성애 장면과 '애마부인'의 원래 남자 주인공이었던 배우 혀헉(현봉식)이 치명적인 매력을 뽐내는 장면은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계속 보게 된다.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을 받았지만 선정적이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성의 몸과 정사 장면을 자극적으로 다루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애마부인'을 떠올리며 기대했던 사람들이 실망했다는 반응을 남기는 것으로 '애마' 시리즈는 완성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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