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마' 감독 "안소영 다큐서 영감…싸우고 버틴 사람들 이야기"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안소영 배우의 다큐멘터리가 '애마'에 큰 영향과 영감을 줬어요. '애마'는 당시 시대에 순응하지 않고,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싸우거나 버틴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애마'의 이해영 감독은 이 시리즈를 만드는 데 영향을 준 인물로 영화 '애마부인'의 주연 배우 안소영을 꼽았다.

26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이 감독은 "처음에는 톱스타와 이제 성장하는 배우가 서로를 짓밟기도 하고, 끌어주기도 하면서 서로를 거울처럼 비추는 이야기에서 시작했다"며 여기에 안소영 배우의 다큐멘터리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메시지를 더했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이 다큐멘터리를 보고 '진짜 치열한 싸움이었구나, 매번 링 위에서 스파링하는 기분이었겠다'고 생각해 그 영감을 토대로 대본을 썼다"고 말했다.

안소영은 '애마' 시리즈에서 영화 한 편으로 단박에 섹시 스타로 발돋움한 주인공 신주애(방효린 분)의 모티브다.

신주애는 영화에 모든 것을 걸겠다는 야심도 있지만, 동시에 자기 자신을 잃지 않으려고 애쓰는 인물로 묘사된다.

안소영은 극 중 대종상 공로상 시상자인 방연자 역할로 특별출연하기도 했다.

이 감독은 "안소영 배우를 꼭 (시리즈에 출연하도록) 모시고 싶었다"며 "과거와 현재를 잇는 매개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감독으로서 그 당시를 견디고 버틴 선배에 대한 존경과 응원의 마음도 담았다"고 말했다.

'애마'의 주인공은 당대 최고의 여배우 정희란(이하늬)과 신인배우 신주애다. 이 감독은 둘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가 여성 연대가 두드러져 보이지만, 그 주제에만 갇힌 이야기는 아니라고도 했다.

그는 "여성 연대로만 해석하면 이야기를 좁게 만든다고 생각한다"며 "어떤 시대든, 순응하는 사람도 있지만, 거스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있다. 성별을 떠나서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애마'는 영화 '독전', '유령' 등을 만든 이 감독의 첫 시리즈 연출작이다.

이 감독은 "약 17∼18년 전에 막연히 떠올랐던 이야기인데, '애마부인'이 소비된 방식이, 모두가 욕망하지만 동시에 죄의식을 느끼는 점에서 흥미롭다고 생각했다"며 "다만, 2시간 분량으론 안 되겠다고 생각해 묵혔고, 이젠 이 이야기를 시리즈로 꺼낼 수 있을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는 2시간짜리여서 머릿속에 다 들어가 있고, 한 군데를 고쳐도 암산하듯 재조립이 되는데, 6부작 이야기가 되다 보니 그게 어려웠다"며 "신인 감독처럼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했다"고 돌아봤다.

6부작이라는 긴 이야기 속에 처음부터 꼭 넣고 싶었던 장면은 세종대로에서 정희란과 신주애가 말을 타고 질주하는 모습이다.

이 감독은 "1980년대 권위적이고 남성적인 세종대로를 여성 둘이 말을 타고 역주행하는 이미지가 '애마'를 대표하는 장면이라고 생각했다"며 "남성의 욕망을 자극하던 '애마부인' 속 승마 이미지가 전복되는 장면이자 이 시리즈의 목적지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겨울철 아스팔트에서 말이 질주하는 장면을 담아내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는 "말이 이렇게 예민한 동물인 줄 몰랐다. 조명을 비추는 것도 카메라 촬영도 조심스럽게 해야 했다"며 "말이 액션 사인도 알아들어서 '레디'만 외쳐도 뛰려고 준비했다. 하는 수 없이 매번 '준비, 시작'이라거나 '요이, 땅'하고 사인을 바꿔야 했다"고 웃었다.

예상과 달리 '애마'가 선정적이지 않다는 반응에 대해서는 깊은 고민 끝에 조절한 수위라고 했다.

"1982년 영화 '애마부인'을 보면 심의가 너무 강력해서 사실 직접적인 노출이 나오지 않아요. '애마'가 그 영화보다 더 높은 수위로 노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혹시 시청자 중에 '애마부인보다 안 야하다'고 실망하신 분이 계신다면 반박하고 싶어요. 그것만큼은 야합니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