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원' 김석 감독 "데뷔작에 산통 느껴…'미숙미' 즐기셨으면"

(서울=연합뉴스) 정래원 기자 = "세상에 제 영화를 내놓는다는 산통(産痛) 같은 걸 느끼고 있어요. 너무 긴장돼서 멍해질 정도인데, 모두 처음 느껴보는 감정입니다."

허성태·조복래 주연의 범죄 액션 코미디 영화 '정보원'을 연출한 김석 감독은 다음 달 3일 개봉을 앞두고 긴장된 소감을 밝혔다.

2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 감독은 "애써 태연한척하려고 해도 감정 기복이 생기는 것 같다"며 "저조차 스스로 놀랄 정도로 처음 느껴보는 기분"이라고 했다.

'정보원'은 왕년의 에이스 형사 오남혁(허성태 분)이 오래 알고 지낸 정보원 조태봉(조복래)과 큰 사건에 엮이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경찰과 조직원, 정보원 등 범죄 사건에 엮인 인물들이 하나같이 진지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자기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데서 오는 아이러니가 웃음 포인트다. 후반부 액션 장면에도 공을 들였다.

김 감독은 "처음에는 서로 이용하고 이용당하는, 형사와 정보원의 관계와 딜레마를 무겁게 다루는 영화로 시나리오 작업을 했다"며 "시나리오 작업으로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저조차도 웃고 싶었고, 코미디를 통해 대중에게 저를 알려야겠다는 생각도 들어 코미디로 접근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코미디 영화에 대한 선입견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었다"며 "미스터리나 스릴러 영화는 메타포(은유)를 찾아보는 재미가 있는데 왜 코미디는 그런 게 있으면 안 되나 하는 마음이었다"고 했다.

이어 "장르의 한계를 넘어서고 싶어 방 호수의 숫자나 태봉이 거울을 보며 가발을 쓰는 설정 등 하나하나에 의미를 깔아뒀다"고 귀띔했다.

주연인 허성태·조복래의 캐스팅 뒷이야기도 소개했다.

김 감독은 "허성태는 오남혁 역에 어울리는 무게감이 있어서 최적화된 인물이라 생각했다. 캐스팅을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다"며 "(허성태가) 처음에는 고사했지만 '이 사람을 잡아야겠다'는 제 간절함이 통한 것 같다. 작품에 합류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교감하게 된 사이"라고 설명했다.

조복래는 대학 시절 연기를 전공한 김 감독의 서울예술대학교 연극과 후배다. 김 감독은 "조복래는 신입생 시절 연극을 할 때도 흡인력이 있었다"며 "어느 순간 배우로서 꽃을 피울 때가 올 거라는 확신이나 믿음이 있었다"고 했다.

'정보원'은 김 감독이 2011년 영화 '마이웨이'에서 현장편집 업무를 한 이후 준비를 시작해 무려 14년 만에 개봉한 장편 데뷔작이다.

김 감독은 "'마이웨이'가 끝나자마자 시작해서 글을 쓴 시간이 10여년이 됐다"며 "솔직히 '이거 하려고 이렇게 버틴 건가' 회의감이 들 때도 있었지만, 결국은 사람으로 치유하는 것 같다"고 돌아봤다.

촬영감독이나 음악감독, 편집 기사 등 핵심 스태프도 대부분 신인을 기용했다.

김 감독은 "제가 '입봉'(감독 데뷔)까지 시간이 워낙 오래 걸린 편이어서, 저처럼 기회를 기다리는 사람들과 작업하고 싶었다"며 "팀을 좀 더 결속하기 위한 전략이었고, 미숙함에서 나오는 매력인 이른바 '미숙미'도 (관객들이) 즐길 수 있다고 믿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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