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퍼스' 한국계 제작진 "AI 대신 손으로…장인정신이 강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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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스스튜디오 애니 작업한 조성연·존 코디 김 인터뷰
"대립 대신, 함께 해결하자는 메시지"…"동물의 귀여움에 중점"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픽사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 '호퍼스'는 동물과 자연을 사랑하는 소녀 메이블이 사람의 의식을 동물 로봇에 심는 '호핑' 기술을 통해 동물 세계로 들어서는 이야기다.
자신들끼리 의사소통을 하고 법을 만들어 공존하려는 동물의 모습은 인간과 비슷해 공감을 자아낸다. 특히 동물들의 외양과 행동이 귀엽고 유쾌하게 그려져 관객을 매혹한다.
'호퍼스' 제작에 참여한 라이팅 아티스트 조성연은 10일 국내 취재진과 진행한 화상 인터뷰에서 "살아 있는 동물의 털(fur)보다는 인형의 털 같은 질감을 구현해 귀여움에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호퍼스'는 메이블이 호핑 기술을 통해 비버 로봇으로 분하며 겪는 모험담을 그린 영화로 지난 4일 국내에서 개봉했다. 북미에서는 6일 개봉해 총 1천320만 달러(약 196억원)의 수입을 올리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조성연은 화면의 조명을 조정하는 라이팅 아티스트(lighting artist)로서 숲속 장면과 메이블이 분한 로봇이 나오는 장면 등을 담당했다.
그는 털뿐만 아니라 캐릭터의 눈도 세심히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동물들이 자기들끼리 소통할 때는 흰자위가 보이고, 인간과 소통할 때는 강아지 눈처럼 까만 자위가 주로 보이는 식으로 디테일에 차이를 뒀다. 메이블이 일본인이라는 설정에 맞춰 그의 눈도 파란 서양인의 눈과 구분을 지으려 했다.
조성연은 "붓질 하나하나 조절하며 화면에 채워 넣었다"며 "큰 극장에서 즐기면 더욱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호퍼스'의 주요 대립 구도는 지역 고속도로 건설을 추진하는 제리 시장과 이를 반대하는 메이블 간의 갈등이다. 메이블이 호핑 기술을 사용해 동물 로봇으로 분한 이유도 고속도로 건설을 막기 위해서다.
작품의 전체적인 줄거리 구상과 캐릭터 개발에 참여한 스토리 슈퍼바이저 존 코디 김은 이런 대립 구도에도 각 캐릭터가 선악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게 균형을 잡는 게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고속도로 건설을 추진하는 제리 시장을 무조건 악인으로 그리지 않은 것이다. 존 코디 김은 이를 위해 스튜디오 지브리가 제작한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을 많이 참고했다.
그는 "시장은 자기 일을 하는 사람이다. 고속도로를 통해 사람들이 차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을 줄이려고 하는 것"이라며 "시장이 자기 어머니를 보살피는 장면을 넣어 관객들이 제리를 나쁜 사람으로만 인식하지 않길 바랐다"고 했다.
이런 스토리는 작은 차이로 대립하는 대신, 공존을 통해 같이 문제를 해결해나가자는 작품의 주제로 연결된다.
존 코디 김은 "항상 싸우던 메이블과 제리 시장이 더 큰 문제가 나타나면 같이 해결하려고 한다"며 "서로의 차이점을 제쳐두고 큰 문제를 해결하자는 게 메시지였다"고 말했다.
오랜 기간 관객들의 사랑을 받아온 애니메이션은 최근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으로 그 고유성이 위협받고 있다. 챗GPT를 활용해 스튜디오 지브리 풍의 그림을 만드는 유행이 대표적이다.
애니메이션 업계 선두 주자인 픽사 스튜디오에서 일하는 조성연과 존 코디 김은 AI의 발전에도 창의성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호퍼스' 제작에도 AI 기술이 쓰이지 않았다.
조성연은 "픽사는 정성을 많이 쏟는다. 다른 회사가 모션 캡처(몸에 센서를 부착해 움직임을 디지털로 구현하는 기술)로 하는 장면도 저희는 장인 정신으로 하나하나 애니메이팅(캐릭터가 움직이게 하는 작업)을 한다"며 "손으로 직접 그리는 게 강점"이라고 했다.
존 코디 김은 "'호퍼스' 아이디어를 만드는 데 AI를 쓰지 않았다"며 "많은 아티스트가 많은 시간 정성을 쏟으며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든다. 픽사는 AI가 스토리를 만드는 쪽으로 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