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중받았으면, 다치지 말았으면…영화 '3학년 2학기'
작성자 정보
- 코난티비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 5 조회
- 목록
본문
취업길 나선 직업계고 학생들의 이야기…이란희 감독
(서울=연합뉴스) 정래원 기자 = 편하기만 한 노동은 없겠지만, 용접 불꽃과 기계 소리가 가득한 공장은 앳된 얼굴의 열아홉 살 학생에겐 다소 거칠어 보인다.
며칠 전까지도 친구들과 급식을 먹던 창우(유이하 분)가 실습과 취업을 연계한 프로그램으로 들어간 공단의 한 중소기업 작업장의 모습이다.
그곳엔 창우처럼 직업계고에서 모인 열아홉 살 또래들이 몇 명 더 모여 있다. 이들은 낯선 작업장 환경과 무뚝뚝한 직장 선배들 사이에서 눈치를 살피며 살길을 찾아간다.
이란희 감독의 영화 '3학년 2학기'는 공단에 취업한 직업계고(특성화고) 학생들의 이야기를 그린 성장 드라마다.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4관왕, 제50회 서울독립영화제 3관왕 등 연이은 수상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미성년자이자 사회 초년생인 창우는 자기가 뭘 모르는지도 모르는 채로 매일 실수를 저지른다. "모를 때는 좀 물어봐 제발" "다들 바쁘신 것 같아서, 민폐 될까 봐요…" 짜증스럽게 내뱉는 사수의 말에 창우는 목을 움츠리고 대답한다.
갓 입사한 신입이 업무 중 실수하는 건 흔한 일이지만, 찰나의 실수가 큰 부상이나 죽음으로까지 이어지는 작업장에선 그 무게가 다르다.
학생과 성인의 경계에 선 실습생들에게 사수는 '장난치면 안 된다'는 다소 황당한 주문을 한다. "아래층 하역장에서 짐 올라오는 데야. 그래서 핸드레일이 없어. 뛰고 장난치고 그러면 안 된다."
직장인이 선배에게 들을 법한 말은 아니어서 피식 웃음이 나오다가, 그만큼 작업 환경이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속뜻에 금세 웃음이 가신다. 반복되는 산업재해라는 사회적 문제가 동생 같은 이들이 몸으로 겪는 아픔이 되니 먹먹함은 배가된다.
피로에 찌든 채 연마기를 든 창우의 모습이나, 태어나 처음으로 지인의 장례식장에 간 다혜(김소완)의 착잡한 표정은 동정이 아닌 공감과 문제의식을 불러일으킨다.
현장 실습에 나선 직업계고 학생들을 괴롭히는 게 회사 대표나 못된 사수 같은 개인이 아니라는 점도 의미를 더한다.
영화는 가죽 앞치마와 팔토시, 하역장의 안전장치 등 안전한 노동환경을 위해 필요한 게 무엇인지 관객들이 구체적으로 성찰하게 만든다.
밥 먹고 상 치우기, 빨래 개기, 어린 동생 머리 말려주기 등 집안일을 척척 해내고, 첫 월급으로 가족을 살뜰히 챙기는 창우, 용접을 배우는 게 재밌어서 집에 가서도 연습하는 창우에게 정이 들게 하고, 그의 존재를 마음에 새기게 한다.
9월 3일 개봉. 104분. 12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