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데뷔한 수치 "가정폭력 상처 담아…어머니와도 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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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 데뷔작 '소녀', 베네치아 이어 부산영화제 경쟁부문 초청
촬영 당시 떠올리며 눈물…"당신은 혼자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

(부산=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서기 배우 겸 감독이 22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소녀'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5.9.22 [email protected]
(부산=연합뉴스) 정래원 기자 = "어린 시절 저를 그렇게 대할 수밖에 없었던 어머니를 이제는 이해합니다. 당시 어머니는 제게 사랑을 이야기할 짬이 없으셨을 것 같아요."
감독 데뷔작 '소녀'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배우 수치(舒淇·서기)는 "영화를 찍은 뒤 진짜로 어머니와 화해한 것 같다"고 말했다.
'소녀'는 폭력적인 알코올중독자 아버지와 엄격한 어머니 아래에서 불안한 어린 시절을 보내는 소녀 샤오리가 미국에서 온 전학생 리리를 만나면서 변화해가는 모습을 담은 작품이다. 주인공 샤오리와 마찬가지로 가정폭력에 노출된 채 자란 수치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았다.
수치 감독은 22일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첫 촬영 당시를 돌아보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샤오리의 엄마로 나오는 여인이 아침에 일어나서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집 정리와 청소, 설거지, 그릇 닦기 등 모든 일을 처리하는 장면이 롱테이크로 이어진다"며 "어깨가 처지는 배우의 뒷모습 장면을 모니터로 보다가 지금처럼 눈물이 났다"고 떠올렸다.
이어 "여인이 짊어진 짐의 무게를 느꼈고, 엄마로서 져야 했던 책임감을 그때 이해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서기 배우 겸 감독이 22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소녀'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5.9.22 [email protected]
수치를 감독의 길로 이끌어준 건 대만의 거장 허우 샤오시엔 감독이었다.
수치 감독은 "샤오시엔 감독님은 제가 감독이 될 수 있도록 버튼을 눌러주셨다"며 "생각지도 못했던 때에 '한번 연출을 해보지 않겠느냐'고 물어보셔서 덕분에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가 길을 잃고, 뭘 써야 할지 몰랐을 때 샤오시엔 감독님이 '네가 잘 아는 이야기, 너의 체험, 하고 싶은 이야기를 써 보는 게 어떻겠냐'는 말을 해주셨다"고 했다.
이어 "진행 과정에서 배우들의 특성에 따라 캐릭터 조정은 일부 했지만, 제가 어린 시절 겪은 가정폭력의 상처만큼은 그대로 담아냈다"고 강조했다.
'소녀'는 82회 베네치아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며 처음 공개됐다. 아시아에서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으로 관객들을 만났다.
수치 감독은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라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며 "상처받은 모든 이들이 아름다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받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부산=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서기 감독(왼쪽부터), 배우 주엠 바바, 예쥐펑 프로듀서가 22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소녀' 기자회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9.22 [email protected]
함께 참석한 예쥐펑 프로듀서도 수치 감독과 '소녀'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예쥐펑 프로듀서는 "처음에는 연기자가 어떻게 영화 연출을 하려는지 우려가 컸지만, 첫 장면 촬영부터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현장에 녹아드는 모습에 안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수치 감독은 촬영 현장에서도 내내 울었다"며 "여러 복합적인 감정을 온전히 작품에 쏟아부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이어 "수치 감독이 울 때마다 저도 이상하게 따라 울게 된다"며 웃음 지었다.
예쥐펑 프로듀서는 "30여년 간 연기자로 살아온 수치 감독이 창작자로서, 예술인으로서 이런 훌륭한 영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부럽고 존경스러운 마음"이라고 치켜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