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피로연' 앤드루 안 감독 "퀴어를 위한 한국식 결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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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역 윤여정 "인간은 동등…퀴어에 보수적 문화 진보해야"

(부산=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19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결혼 피로연' 기자간담회에서 배우들과 감독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앤드루 안 감독, 윤여정, 한기찬. 2025.9.19 [email protected]
(부산=연합뉴스) 정래원 기자 = "퀴어(성소수자)에게 가족을 꾸리는 일은 꼭 해피엔딩으로만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제 영화가 미래에 대해 희망적인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였으면 좋겠습니다."
영화 '결혼 피로연'으로 배우 윤여정, 한기찬과 함께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한국계 미국인 앤드루 안 감독은 영화를 통해 관객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고 밝혔다.
24일 국내 개봉 예정인 '결혼 피로연'은 두 동성 커플이 짝을 바꾸어 '가짜 결혼'을 준비한다는 내용을 그린 코미디 영화다. 대만 출신 이안 감독이 1993년 연출한 동명의 작품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앤드루 안 감독은 19일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1993년에 처음 '결혼피로연'을 보던 때의 기억이 생생하다"면서 "동성애 영화를 처음 본 거였는데, 당시엔 이해하지 못했지만 되돌아보면 그 영화가 감독으로서의 여정으로 이끌어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미국에서는 동성 커플이 결혼하고 아이와 함께 가정을 꾸리는 경우가 많은 등 (원작 개봉 이후) 많은 게 변했다는 걸 깨달았다"면서 리메이크에 나선 배경을 설명했다.
안 감독은 "10년 전 형이 결혼했을 때 폐백이라는 걸 보면서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느꼈던 기억이 있다"면서 "퀴어로서 '나도 이런 걸 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영화를 통해 마치 나를 위한 한국식 결혼식을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부산=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배우 윤여정이 19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결혼 피로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을 듣고 있다. 2025.9.19 [email protected]
'결혼 피로연'은 '미나리'(2021)로 한국 최초의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배우 윤여정의 두 번째 할리우드 출연작이기도 하다.
윤여정은 "감독과 배우들이 같이 영화를 만드는 분위기로 촬영했다"면서 "앤드루 안 감독이 아는 한국인과 제가 아는 한국인의 모습에 대해 같이 이야기한 내용들을 담아냈다"고 제작 과정을 들려줬다.
윤여정은 "처음 앤드루 안 감독에게 작품을 제안받았을 때는 엄마 역할이었는데, 한기찬이 20대라는 것을 듣고 할머니를 하겠다고 제안했다"고 전했다.
그는 "부모일 때에는 아이를 똑바로 교육해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에 야단치는 일이 많은데, 할머니가 되면 '건강하게만 잘 커 줬으면' 하는 생각으로 너그러워지더라"라며 "그런 게 할머니 역할을 하면서 더 묻어났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성소수자와 관련한 신념도 밝혔다.
윤여정은 "동성애자이든 아니든 사람은 누구나 동등하다는 게 저의 신념"이라면서 "한국은 매우 보수적인 나라라 변화가 더디지만, 미국의 상황처럼 진보해나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윤여정은 올해 4월 '결혼 피로연' 관련 외신 인터뷰를 통해 아들이 동성애자임을 공개하며 이 영화가 개인적인 경험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전한 바 있다.
동성애자이자 윤여정의 손자 '민' 역할은 배우 한기찬이 연기했다.
그는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결국 그 사람의 내면을 사랑하는 것"이라면서 "상대방의 영혼을 사랑한다는 시각으로 접근했다"고 말했다.
한기찬은 이어 "동성애 연기보다는,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으로서 영어권 국가에서, 처음으로 외국 영화에 도전했다는 것이 더 어려웠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그는 아울러 '결혼 피로연'이 "새로운 형태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라면서 "유머와 우정, 따뜻함으로 포옹하는 것 같은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