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문화주권 지키자…'콘텐츠 소버린' 개념 주목

(서울=연합뉴스) 나확진 기자 = 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 넷플릭스를 통한 '오징어게임' 세계적 흥행 이후 K-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가운데, 이런 때일수록 콘텐츠의 문화 표현력을 잃지 않는 '콘텐츠 소버린'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영주 서울과학기술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방송협회가 발간하는 '방송문화' 최근호에 기고한 '콘텐츠 소버린: 디지털 시대의 문화주권'에서 "소버린 콘텐츠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4일 이 교수 기고문에 따르면, '콘텐츠 소버린'은 단순히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을 넘어 자국 문화·언어·가치가 글로벌 디지털 생태계에서 주체적으로 표현되고 통제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전략을 의미한다.

글로벌 OTT 플랫폼이 콘텐츠 시장을 주도하면서 콘텐츠가 어느 나라에서 제작되는지와 상관 없이 자국 고유의 문화적 맥락이 희석되거나 지역적 특성이 약화하고 문화 간 공통된 이미지나 보편성이 강화하는 '문화적 동질화' 문제가 심화하고 있다고 이 교수는 지적했다.

종래에는 특정 문화권 콘텐츠가 다른 문화권에 진입할 때 언어·정서·사고방식의 차이로 인해 가치가 저평가되는 '문화적 할인'이 문제로 지적됐다면, 글로벌 OTT 중심으로 콘텐츠 유통 구조가 형성되면서 '로컬 기반 콘텐츠'도 애초부터 글로벌 시청자들의 보편적 취향을 고려해 제작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제적 수요에 맞춘 스토리, 캐릭터, 배경 설정을 유도하면서 글로벌 OTT의 오리지널 콘텐츠가 장르적 유사성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가 지난해 14편에서 올해 23편으로 크게 늘었지만, 대부분 액션과 로맨스 장르에 국한됐으며 캐릭터의 서사를 통해 절망적이고 부조리한 사회상을 재현하는 작품이 많았다고 분석했다.

세계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경제적 어려움, 슬픔, 절망이 존재하는 디스토피아적 상황을 의도적으로 활용한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OTT 플랫폼으로 콘텐츠 유통이 몰리면서 국내 제작사들과의 협상력 격차가 심화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의 정서·언어·가치를 온전히 담아내는 창작 환경을 만들고, 우리 문화의 독자적 표현력을 넓힐 수 있도록 소버린 콘텐츠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와 같은 생태계가 구축되면 글로벌 플랫폼에 대한 국내 콘텐츠 제작사들의 협상력이 강화하고 공정한 수익배분이 가능해지며 문화적 표현력도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를 위해 정부가 소버린 AI(인공지능)를 지원하듯 영상산업을 국가전략사업으로 지정해 콘텐츠 생태계가 지속해 성장할 수 있도록 제작·유통 구조를 확립하고 디지털 시대 문화주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이 교수는 제언했다.

또 국내 OTT 플랫폼에 콘텐츠를 공급하는 제작자를 지원해 글로벌 플랫폼 의존도를 낮출 필요가 있으며, 'IP(지식재산권) 주권 펀드' 등을 통해 제작사 초기 투자를 지원해 국제적으로 IP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국내 미디어콘텐츠 제작사나 투자사, 로컬 OTT에 대한 세제혜택 등을 통한 민간 투자 유도 필요성도 강조했다.

콘텐츠 제작자 등이 자체적으로 창작환경을 구축하고 동시에 국내 플랫폼이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공급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