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외국영화에 100% 관세' 재부상…"현실화해도 영향 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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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영화산업 내수에 초점…작년 대미 수출액 59억원 수준
OTT 콘텐츠 부과 여부 등 구체적 기준 없어…업계 "상황 지켜봐야"
(서울=연합뉴스) 정래원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국에서 만들어진 영화에 100% 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국내 영화산업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반도체나 의약품 등 대미수출 규모가 큰 산업에 비해 국내 영화산업은 대체로 내수 시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만일 관세가 현실화하더라도 타격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영화계 시각이다.
30일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영화의 총수출액은 수출 계약 실적과 현지 배급 수익 등을 합해 총 4천193만달러(584억원)였다.
이 가운데 미국으로의 수출액은 421만달러(59억원)로 전체 수출액의 10.0%를 차지했다. 국가별로는 3위에 해당하지만, 규모만 놓고 봤을 때는 큰 금액은 아니다.
국내 배급사 관계자는 "한국 영화들은 내수 시장을 1차 목표로 하는 영화들이 많고, 미국에서 개봉할 때 그렇게 큰 규모로 하는 편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애초 대미수출에 따른 수익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상 영향력이 미미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형호 영화시장분석가는 "국내 영화산업에 미칠 영향은 '0'(제로)에 수렴한다"며 "오히려 우리나라 영화의 가장 큰 문제는 내수시장만 보고 만들기 때문에 미국 시장을 뚫은 적이 없다시피 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적인 미국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에 공개되는 다양한 국가들의 영화도 관세 부과 대상인지 등은 불분명하다.
국내 OTT 업계 관계자는 "관세 부과 범위나 기준 등이 모두 정리되지 않아서 업계의 영향력을 아무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전반적으로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OTT에서 제공하는 영화와 드라마 콘텐츠의 경우 해외 제작사 작품이어도 투자 비율에 따라 OTT 오리지널 작품으로 분류되기도 하는 등 관세 부과 기준이 더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영화 관세로 타격을 입는 나라는 정부가 세제 혜택을 주면서 할리우드 영화의 해외 촬영지로 자주 선택되는 영국과 호주, 뉴질랜드 등이 해당할 수 있다.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은 최근 비용을 절감하고 이국적인 배경을 활용하기 위해 미국이 아닌 다른 국가에서의 촬영을 늘려왔다.
톰 크루즈 주연의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은 영국과 몰타, 노르웨이,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지에서 촬영했고, 마블 스튜디오의 '썬더볼츠*'는 주요 장면을 말레이시아에서 촬영하고 음악은 런던에서 녹음했다.
이들 국가는 해외 영화 스튜디오를 유치하기 위해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데, 영국의 경우 영화에 34% 세금 공제 혜택을 주고 저예산 영화는 공제율이 53%까지 올라간다. 할리우드가 있는 캘리포니아주의 20%보다 훨씬 높다.
호주 연방정부는 호주에서 촬영된 대규모 영화 프로젝트 비용의 30%를 환급해주고 주 정부도 추가 혜택을 준다.
국내 배급사 관계자는 "한국을 알리려는 의도로 (해외 스튜디오의) 촬영을 지원하는 경우가 있기는 했지만, 영화 산업에 수익으로 돌아온 것은 없었다"며 "(할리우드 스튜디오가) 촬영을 한국에서 하지 않는다고 해서 영화산업에 타격이 생기는 상황은 아닌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의 '영화 100% 관세' 방안은 지난 5월 이미 한 차례 엎어진 공약인 데다 당시 언급됐던 내용과 달라진 점도 거의 없다. 관세 부과 대상인 '미국 밖에서 만든 영화'의 구체적인 기준이 무엇인지, 언제부터 관세를 적용할 것인지 등 기준도 밝히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에도 한 차례 "외국에서 제작된 모든 영화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언급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영화 산업은 매우 빠르게 죽어가고 있다"며 다른 국가들이 미국의 영화 제작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에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관세 언급은 할리우드 내부에서도 제작비 상승과 티켓값 인상 등으로 산업이 축소될 수 있다는 반발에 부딪혔다. 미국 영화를 살리기 위해 필요한 것은 세제 혜택이지, 관세가 아니라는 문제의식이 내부에서도 제기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