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계 변곡점…신인 감독에게 새로운 기회 열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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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쟝센단편영화제 '딥 포커스'…엄태화 감독·넷플릭스·CJ ENM 등 참석
"창작자로서 유연함과 고집 갖춰야…제2의 봉준호 발굴 위한 지원도 필요"
20일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제22회 미쟝센단편영화제 '딥 포커스' 프로그램이 개최됐다. (왼쪽부터) 고경범 CJ ENM 영화사업부 글로벌 프로젝트(Project)장과 김태원 넷플릭스 콘텐츠 디렉터, 엄태화 감독, 장원석 비에이엔터테인먼트 대표의 모습. 2026.06.20. [미쟝센단편영화제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영화감독으로 데뷔하는 소위 '입봉'은 어렵다. 영화 한 편을 제작하는 데 큰돈이 들어가는 산업의 특성상 신인이 새로운 기회를 잡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 영화 산업이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위축되면서, 영화계에 진입하기 더 힘들어졌다는 말이 나온다.
지난 20일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이런 현 상황을 진단하고 해결을 모색하는 제22회 미쟝센단편영화제 프로그램 '딥 포커스: 왓츠 넥스트?'(What's Next?) - 신진 창작자를 찾습니다.'가 열렸다.
고경범 CJ ENM 영화사업부 글로벌 프로젝트장과 김태원 넷플릭스 콘텐츠 디렉터, 장원석 비에이엔터테인먼트 대표 등 한국 영화 산업의 선두에 선 사람들이 참석해 산업을 조망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연출한 엄태화 감독도 함께해 창작자로서 의견을 냈다.
참석자들은 상업영화 감독 데뷔가 어려워졌다는 데 대체로 동의했다.
장원석 대표는 "영화가 활발하게 제작되고 상영될 때는 낙수효과처럼 신인 감독들이 많이 발굴됐다"며 "몇 년 사이 한국 영화가 많이 힘들어지면서 신인 감독이 데뷔하기 좋지 않은 시기가 됐다"고 짚었다.
이들은 그러면서도 신인 감독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유튜브·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같이 다양한 채널이 생겨나고 새로운 사업 모델을 모색하는 등 영화 산업이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는 판단이 그 근거다. 유튜브 영상으로 화제를 일으켜 감독으로 데뷔하고 흥행까지 성공한 할리우드 공포 영화 '백룸'의 케인 파슨스 감독이 대표적 사례로 거론됐다.
고경범 프로젝트장은 "지금은 시장이 원점으로 돌아가 성공 모델이랄 게 없다. 많은 신인 창작자가 기회를 가질 시기인 것 같다"며 "유튜브 등을 통해 진검승부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연출자를 발굴하는 루트도 다양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20일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제22회 미쟝센단편영화제 '딥 포커스' 프로그램이 개최됐다. (왼쪽부터) 장영엽 씨네21 대표, 고경범 CJ ENM 영화사업부 글로벌 프로젝트(Project)장, 김태원 넷플릭스 콘텐츠 디렉터, 엄태화 감독, 장원석 비에이엔터테인먼트 대표의 모습. 2026.06.20. [미쟝센단편영화제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감독과 제작자가 만나는 플랫폼을 활성화해야 하고 그런 맥락에서 미쟝센단편영화제도 새로 거듭나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스릴러·로맨스 등 각 장르의 단편들을 선보이는 미쟝센단편영화제는 신인들의 대표 등용문으로 꼽히는 플랫폼이다.
고 프로젝트장은 "단편 영화는 신인 감독 작품에 대한 투자를 결정할 때 제일 큰 근거 자료가 되기 때문에, 영화제는 굉장히 중요한 행사"라며 "미쟝센단편영화제가 과거에 기존 단편영화제 패러다임에서 탈피해 새로운 장르 영화를 선보였듯, 지금 다른 모습으로 탈피가 필요한 시기인 것 같다"고 했다.
장 대표는 "제2, 제3의 봉준호·박찬욱 감독이 될 만한 신인을 탄생시키기 위해서는 정부의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입봉'을 위해 창작자로서 유연함과 고집을 동시에 갖춰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엄태화 감독은 "여러 사람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고 큰돈이 걸린 사업이니, 나 혼자 한다는 생각보다는 타협도 하고 때로는 고집도 부리는 균형이 중요한 것 같다"며 "제가 만난 감독 중 영악하지 않은 사람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김태원 디렉터는 "미팅은 스타트업이 액셀러레이터를 만나는 것과 비슷하다. 제한된 시간에 투자자나 제작자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하는 것"이라며 "생각나는 아이디어를 여러 가지 가지고 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20일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제22회 미쟝센단편영화제 '딥 포커스' 프로그램이 개최됐다. (왼쪽부터) '교생실습'의 김민하 감독, '비닐하우스'의 이솔하 감독, '살목지'의 이상민 감독의 모습. 2026.06.20. [미쟝센단편영화제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이에 앞서 장편 영화 감독으로 데뷔하는 데 성공한 기성 창작자들의 전작 단편 영화를 상영하고, 관객과 대화를 나누는 딥 포커스: 창작자 토크 - 만나고 싶었어, 네 영화. 미쟝센에서!'도 이날 진행됐다.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과 '교생실습'의 장편을 선보인 김민하 감독, '비닐하우스'의 이솔희 감독, '살목지'의 이상민 감독이 자리해 관객들과 창작 경험을 공유했다.
이들은 장편 시나리오를 쓰는 데 따른 어려움 등을 털어놓으면서도 계속 영화 작업을 해나간다고 했다.
이솔희 감독은 "단편 영화는 한 장면만 근사하면 가치가 높은 작품이 된다고 생각하는데, 장편은 한 장면만 빛나면 안 되고 균형이 맞아야 한다"며 "완전히 다른 문법이라 장편이 힘들다"고 했다.
김 감독은 "'교생실습' 시나리오를 다 쓰고 이석증이 왔었다"며 "영화를 찍는 과정이 너무 힘들지만, 그런데도 영화를 만드는 이유는 이 모든 고통이 내가 영화를 포기하는 고통보다 크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시나리오와 함께 현장에서 소통하는 중요성도 강조했다.
이상민 감독은 "시나리오에 들이는 노력이 커야 한다"며 "배우나 스태프의 생각을 많이 듣고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가져간다는 마인드를 가지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20일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제22회 미쟝센단편영화제 '딥 포커스' 프로그램이 개최됐다. [미쟝센단편영화제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