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본색' 각본가 "홍콩 영화계도 위기…신인 육성이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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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본색' 찬 힝카이 각본가 겸 프로듀서·'연지구' 관금봉 감독 방한
'홍콩 필름 갈라 프레젠테이션' 참석…"진솔한 감정 담은 고전, 지금 세대에도 감동"
(서울=연합뉴스) 지난 28일 서울 에무 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린 '홍콩 필름 갈라 프레젠테이션'의 관객과의 대화 및 좌담 프로그램에서 고 장국영 주연 영화 '연지구'의 관금봉 감독(왼쪽)과 '영웅본색'의 찬 힝카이(진경가) 각본가 겸 프로듀서가 관객들과 대화하고 있다. 2026.6.29 [아시아 영화상 아카데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이정운 정래원 기자 = "1980년대에는 1년에 200편 정도의 영화가 만들어졌지만, 지금은 20편 정도에 불과합니다"
1980∼90년대 황금기를 누렸던 홍콩 영화계도 현재는 제작 편수 감소와 투자 위축이라는 악순환을 맞이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영화 '영웅본색'(1987)의 찬 힝카이(진경가) 각본가 겸 프로듀서는 29일 '홍콩 필름 갈라 프레젠테이션'을 계기로 한국 취재진과 만나 홍콩 영화의 제작 규모가 크게 줄었다고 전했다.
그는 "거액의 제작비와 유명 배우를 앞세운 제작 모델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며 "저예산 제작이 업계 표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연지구'(1987)의 스탠리 콴(관금붕) 감독도 "업계 전반의 압박 속에서 젊은 창작자들이 안정적으로 작품을 만들 기회를 얻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서울=연합뉴스) 지난 28일 서울 에무 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린 '홍콩 필름 갈라 프레젠테이션'에서 고 장국영 주연 영화 '연지구'의 관금봉 감독이 관객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2026.6.29 [아시아 영화상 아카데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mail protected]
두 사람은 모두 침체된 영화계의 돌파구로 신인 감독 육성을 위한 지원 시스템을 강조했다.
스탠리 콴 감독은 최근 홍콩에서 정부 지원 아래 운영되는 '패싱 온 더 토치'(Passing on the Torch)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베테랑 감독이 신인 감독을 돕는 일종의 멘토링 프로그램으로, 영화계 내에서 차세대 감독을 육성한다는 취지다.
찬 힝카이 각본가도 "감독은 오랜 경험을 통해 성장하는 직업"이라며 "한두 작품의 성공이나 실패만으로 잠재력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방송사가 인재를 길러내는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그런 시스템이 약해졌다"며 "젊은 창작자들에게 더 많은 기회와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투자 위축과 대규모 제작 감소와 같은 어려움을 겪는 것은 한국 영화계도 마찬가지다.
스탠리 콴 감독은 이 점을 언급하며 "한국 영화계도 홍콩처럼 경험 많은 감독들의 자원을 활용해 신인 감독들을 위한 길을 열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찬 힝카이 각본가는 "한국 영화는 1970년대 홍콩 영화 산업이 성장하던 과정과도 비슷한 면이 있다"며 "홍콩 영화와 할리우드 영화의 장점을 흡수하면서도 한국만의 문화적 표현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라고 했다.
(서울=연합뉴스) 26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서울 에무 아트스페이스에서 '홍콩 필름 갈라 프레젠테이션'이 열린다고 29일 밝혔다. 사진은 행사 현장. 2026.6.29 [아시아 영화상 아카데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mail protected]
'영웅본색'과 '연지구' 같은 홍콩 고전영화가 현재의 관객들에게도 울림을 주는 비결로는 진솔한 감정을 꼽았다.
찬 힝카이 각본가는 "시대적 배경은 달라져도 형제애와 유대감, 후회 같은 감정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며 "진솔한 감정을 담은 고전 영화는 지금의 젊은 세대에게도 충분히 감동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스탠리 콴 감독도 "핵심은 결국 캐릭터"라며 "(영화 속 캐릭터들의) 사랑과 기다림, 망설임, 후회는 세대를 초월해 관객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힘"이라고 강조했다.
홍콩 영화를 만나볼 수 있는 '홍콩 필름 갈라 프레젠테이션'은 다음 달 5일까지 서울 에무 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린다.
홍콩 영화를 다양한 지역의 관객에게 선보이는 순회 프로그램으로, 부산·홍콩·도쿄 국제영화제가 함께 설립한 비영리 단체 '아시아 영화상 아카데미' 주최로 2021년부터 태국 방콕,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등지에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