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이식으로 초능력 생긴 평범한 사람들…영화 '하이파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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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시민 히어로들의 유쾌·통쾌 코믹 액션물…강형철 감독 신작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늘 도복을 입고 다니는 완서(이재인 분)는 태권도를 좋아하는 여중생이다.
원래라면 고등학교에 입학했을 나이지만, 심장병으로 학교를 쉬는 바람에 학업과 친구를 모두 놓쳤다. 운 좋게 심장 이식을 받은 뒤에야 가까스로 평범한 삶을 살게 됐다.
그러나 태권도장을 운영하는 아버지 종민(오정세)은 딸이 운동을 계속하는 걸 두고 볼 수 없다. 완서가 도장에 기웃거리는 걸 달가워하지 않는 그는 수시로 딸의 심장 박동수를 체크하며 태권도를 하지 못하게 감시한다.
완서는 아버지가 잠시 자리를 비운 틈을 타 기다렸다는 듯 샌드백을 향해 발차기를 날린다. 폭탄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샌드백이 찢어지고 모래가 와르르 흘러내린다.
영화 '하이파이브'는 정체불명 남자의 장기를 이식받은 사람들이 초능력을 얻은 후 겪는 일을 담은 코믹 액션물이다. '과속 스캔들'(2008), '써니'(2011), '타짜-신의 손'(2014) 등을 흥행시킨 강형철 감독이 '스윙키즈'(2018) 이후 7년 만에 내놓는 신작이다.
처음부터 "재밌는 영화"를 만드는 게 목표였다는 강 감독의 말처럼 '하이파이브'의 초점은 코미디에 맞춰져 있다. 할리우드 슈퍼히어로들과는 달리 평범한 소시민들이 어느 날 갑자기 초능력이 생기고, 서로 힘을 합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좌충우돌이 웃음을 자아낸다.
완서는 같은 공여자에게서 폐를 이식받고 어마어마한 폐활량을 지니게 된 지성(안재홍)을 만난 뒤 초능력자가 더 있을 거라 생각해 이들을 찾아 나선다. 두 사람은 전자기파를 자유자재로 조종하는 기동(유아인), 다른 사람의 상처를 치유하는 약선(김희원), 어떤 능력을 지녔는지 아직 파악하지 못한 선녀(라미란)를 찾아낸다.
이들 다섯명은 저마다 사연은 달라도 선한 사람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찾아낸 초능력자 영춘(신구)은 다르다. 사이비 교주인 그는 타인의 젊음을 빼앗는 능력을 거리낌 없이 남을 해치는 데 사용한다. 다른 초능력까지 자기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완서 일행을 하나둘 납치한다.
영화는 슈퍼히어로 대 빌런(악당)이라는 구도로 스토리를 전개하면서 전형적인 히어로물의 형식을 따라간다.
한 가지 독특한 건 영춘을 카리스마 넘치는 냉혈한으로 묘사하면서도 그의 종교는 매우 우스꽝스럽게 표현한 점이다. 예배당 천장까지 솟은 영춘의 동상과 왕관을 쓰고 망토를 걸친 영춘을 경배하는 신도들의 모습은 한 편의 만화 같다.
여기에 캐릭터의 매력이 더해지며 코미디는 배가된다. 특히 지성 역의 안재홍은 웃음의 7할을 책임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입바람의 정확성을 높이려 리코더를 연습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다. 안재홍이 특유의 찌질하고 능청스러운 표정과 말투로 툭툭 뱉는 대사에도 무방비로 웃음이 터진다.
3월 개봉한 '승부'에서 꼿꼿하고 강단 있는 바둑기사 이창호를 연기한 유아인은 180도 달라진 얼굴로 돌아왔다. 허세 가득한 모습에 손발이 오그라드는 느낌이 들어도 버틸 수 있는 이른바 '항마력'이 필요하긴 하지만 이런 연기를 거침없이 할 만한 배우는 유아인 말고는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스펙터클한 액션 또한 이 영화의 볼거리다. 코미디에 초점을 맞춘 영화라고 해서 액션 장면에 힘을 덜 줬을 거라 예단하면 안 된다. 디즈니+ 시리즈 '무빙'에서 괴력의 남자들이 보여줬던 힘 있고 총알처럼 빠른 액션을 이 영화에서도 볼 수 있다.
액션 신 대부분은 완서와 젊어진 영춘(박진영)의 대결로 채워졌다. 태권도 동작을 기반으로 한 완서의 액션은 화려한 맛이 있고 영춘의 액션에선 무협지에서 볼 법한 악인의 인정사정 봐주지 않는 무자비함이 느껴진다.
완서 역의 이재인은 프리 프로덕션부터 촬영까지 10개월간 태권도, 복싱, 체조 등을 훈련했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등에 참여한 이건문 무술감독이 키치한 매력의 액션 시퀀스를 만들어냈다.
30일 개봉. 119분. 15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