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 장면에 무술감독 있듯이 노출·베드신엔 '이 직업' 필요"

    작성자 정보

    • 코난티비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오보람기자 구독 구독중
    이전 다음

    국내 첫 인티머시 코디네이터 권보람…감독·배우 간 중재 역할

    "표현의 자유 침해하는 사람 아냐…배우 안전해야 좋은 연기 나오죠"

    국내 1호 인티머시 코디네이터 권보람 씨
    국내 1호 인티머시 코디네이터 권보람 씨

    [전주국제영화제-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액션 장면에서 배우가 약속된 합을 어기면 본인뿐만 아니라 상대 배우가 다치고 현장이 엉망이 되잖아요. 인티머시 장면도 마찬가지입니다. 서로 사전 협의가 이뤄진 동작만 하고, 이 장면은 실제가 아니라 연기라는 걸 인지해야 해요. 그걸 돕는 게 인티머시 코디네이터의 일입니다."

    국내 1호 인티머시 코디네이터(Intimacy Coordinator) 권보람 씨는 지난 4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액션 신(장면)에 무술 감독이 있는 것처럼, 인티머시 신에서는 인티머시 코디네이터가 필요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인티머시 신이란 배우의 노출이 있는 장면이나 키스신, 베드신 등 성애 행위가 포함된 모든 장면을 말한다. 인티머시 코디네이터는 영화·드라마에서 인티머시 신을 촬영할 때 감독과 배우 사이에서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

    예컨대 베드신의 경우 노출의 구체적인 수위와 동작 등을 협의하게 하고 이를 문서화한 뒤 촬영장에서 해당 내용이 잘 지켜지는지를 살핀다. 배우의 정신건강을 체크하는 한편 감독이 즉흥적으로 무리한 요구를 할 수 없도록 하기도 한다.

    영화 '영주', '빅슬립' 등의 프로듀서로 일했던 권씨는 미국의 인티머시 프로페셔널 연합(IPA)에서 운영하는 전문 과정을 수강하며 우리나라 최초의 인티머시 코디네이터가 됐다.

    그는 "나중에 인티머시 신을 찍을 때 필요하겠다 싶어 국내에서 교육받을 수 있는 곳이 있나 알아봤더니 한국에는 가르쳐주는 기관도, 사람도 없더라"며 "'그럼 내가 해봐야겠다' 마음먹고 공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영화 '아노라' 속 한 장면
    영화 '아노라' 속 한 장면

    [유니버설 픽처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우리나라에서는 낯선 직업이지만, 할리우드에서는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 확산 이후 대다수의 촬영장에서 인티머시 코디네이터를 두고 있다. 일반적으로 배우가 감독·제작사의 요구를 따를 수밖에 없는 을(乙)의 입장인 만큼, 이를 제삼자가 조정할 필요성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배우들은 인티머시 코디네이터의 고용을 거부하기도 했다. 영화 '아노라'에서 성노동자 역을 맡았던 마이키 매디슨이 대표적이다. 그는 연기 몰입을 이유로 인티머시 코디네이터를 두지 않았다가 배우·제작진의 안전과 권리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영화계의 비판에 직면했다.

    반면 니콜 키드먼은 '베이비 걸' 베드신 촬영 당시 "너무 지쳐 더는 촬영할 수 없었던 때에 인티머시 코디네이터의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며 적극적으로 옹호했다.

    권씨는 "할리우드 배우의 대부분은 인티머시 코디네이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분위기"라면서 "미국 배우조합-텔레비전라디오방송인조합 연합(SAG-AFTRA)은 이미 2020년에 인티머시 신에서는 코디네이터를 고용하라는 가이드라인을 냈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서는 아직 걸음마도 떼기 전 단계다. 2023년 임하연 감독의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졸업 작품인 '갈비뼈'에서 일본인 인티머시 코디네이터가 참여한 게 최초다. 일본에선 2021년 1호 인티머시 코디네이터가 나온 것을 시작으로 현재 5∼6명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함께 수강한 외국 친구들이 엄청나게 놀라면서 '네가 1호라고?' 되물어요. 한국 영화와 드라마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인데 아직 인티머시 코디네이터가 없다는 게 의외라는 거지요. '한국에선 이런 사안에는 관심이 없느냐'고 물으면 저는 '글쎄 잘 모르겠네' 하고 답하곤 했어요, 하하."

    인티머시 코디네이터가 참여한 영화 '바빌론' 속 한 장면
    인티머시 코디네이터가 참여한 영화 '바빌론' 속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재배포 및 DB금지]

    그가 함께 공부한 15명 중 아직 인티머시 코디네이터로 고용되지 못한 사람은 권씨 한 사람뿐이라고 한다. 권씨는 자격은 갖췄지만 아직 실제 드라마나 영화 현장에서 인티머시 코디네이터로 일하지는 못했다.

    권씨는 "일단 인티머시 코디네이터가 무엇인지 알리는 게 가장 중요할 것 같다"면서 "'이제는 우리도 이런 사람이 필요하다, 계속 이렇게 하면 다친다'라고 하는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 영화계에서는 인티머시 신 조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갈등을 빚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고(故) 김기덕 감독은 배우에게 갑작스러운 베드신을 요구한 혐의로 고소당했고, 최근에는 고(故) 설리의 유족이 설리가 영화 '리얼' 촬영 당시 노출신을 강요받았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었다.

    영화 출연 계약서 역시 '상반신 노출을 한다' 수준으로 허술하게 쓰여 있다. 클로즈업하는지, 상대 배우가 어떤 수위로 접촉을 하는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거의 없다고 한다.

    권씨는 "인티머시 코디네이터가 필요한 첫째 이유는 현장에서의 위험 요소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본인이 동의하지 않은 노출이나 신체적 접촉이 갑자기 발생했을 때 배우는 어쩔 수 없이 응하게 되고, 감정은 무너지게 돼 있어요. 저는 배우가 안전하다고 느껴야만 좋은 연기가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인티머시 코디네이터는 창작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간섭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게 널리 알려지면 좋겠습니다."

    인티머시 코디네이터가 참여한 영화 '챌린저스' 속 한 장면
    인티머시 코디네이터가 참여한 영화 '챌린저스' 속 한 장면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mail protected]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4,338 / 1 페이지
    공지
  • 글이 없습니다.
    리그별 팀순위
    레벨 랭킹
    포인트 랭킹
    • 철스
      LV. 10
    • 토토몬데빌스
      LV. 10
    • 티비보자고요
      LV. 10
    • 4
      ㅅㅅㅅ
      LV. 10
    • 5
      헝클
      LV. 10
    • 6
      유달근
      LV. 10
    • 7
      미주가리리리
      LV. 10
    • 8
      안독스
      LV. 10
    • 9
      라인아파트에서생긴일
      LV. 10
    • 10
      말컹
      LV. 10
    • 랍쀠
      512,140 P
    • 쌈박이
      402,700 P
    • 신라
      297,484 P
    • 4
      해파일
      221,200 P
    • 5
      까인곰탱이
      219,300 P
    • 6
      상당한스킬
      213,680 P
    • 7
      겨울
      213,500 P
    • 8
      김두하니
      200,200 P
    • 9
      풋내기
      198,700 P
    • 10
      고보지딩
      192,203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