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주소년 "아들의 엉뚱한 말도 영감…순수한 창작의 순간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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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만 정규앨범 '머물러 줄래' 발매…세 아들 작곡가로 등재
가족과 유랑단처럼 함께 공연…"예상치 못한 재밌는 결과 얻어"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순간을 포착하고, 노래를 들으며 그 장면을 떠올릴 수 있게 하는 것이 제가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재주소년(박경환)은 우연히 지나치는 일상의 순간을 따뜻하고 소박한 가사에 담아 들려주는 음악가다.
외투 주머니 속 넣어뒀던 귤('귤'), 동급생과 우연히 눈을 마주친 순간의 설렘('이분단 셋째줄')을 소재로 창작한 노래들은 발매 20년이 지난 지금도 팬들의 사랑을 받는다.
그가 최근 발매한 7번째 정규앨범 '머물러 줄래'에도 일상에서 영감을 얻은 노래들이 여럿 담겼다. 재주소년은 8년 만의 정규앨범에 가정을 꾸리고 세 아들을 기르며 경험하게 된 소중한 순간을 고스란히 담았다고 설명했다.
지난 24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만난 재주소년은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정말 짧기에 지금 충분히 즐기자는 마음이 들어간 앨범"이라며 "영감을 포착하는 레이더를 켜고 아이들이 하는 엉뚱한 이야기를 기록해뒀다"고 말했다.
그는 당초 '머물러 줄래'를 정규앨범이 아닌 별도의 동요집으로 발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아이들이 커가는 상황에서 긴 시간을 들여 따로 앨범을 만들기보다는 하나에 모아보자는 판단을 내렸다.
재주소년은 "아이들이 커가니 더 늦으면 동요집을 발표하는 의미가 없을 것 같았다"며 "원래의 계획은 잠시 내려놓고 아이들과 어울려 보자는 생각으로 정규앨범 형태로 냈다"고 설명했다.
앨범에는 타이틀곡 '꽃, 나비'를 비롯해 아이들의 성장 과정을 풀어낸 '삼형제', 가족 여행을 소재로 한 '우리들의 도초도' 등 일상 속 추억이 담긴 11곡이 실렸다.
'우리들의 도초도'에는 가족이 작사·작곡에 참여해 식구들의 이름이 작사·작곡가 명단에 올랐다. 세 아들을 한국저작권협회에 입회시키는 절차도 마쳤다.
재주소년은 "아이들의 수준에서 뻔하다면 뻔한 멜로디지만 그 노래를 흘려보내고 싶지 않아 코드를 붙이고 곡으로 만들었다"며 "순수한 창작의 순간을 포착할 수 있어 기분 좋은 작업이었다"고 떠올렸다.
가족들은 최근 들어 재주소년의 공연 무대에도 오르고 있다. 세 아들은 지난달 열린 재주소년의 단독 콘서트에서 노래를 부르는 등 경험이 쌓일수록 무대를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한다.
재주소년은 "올여름 도초도, 여수, 제주도에서 유랑단처럼 가족이 함께 무대에 오른다"며 "아이들은 즐거운 무대 경험을 하고 저는 관객들에게 맑은 음악을 들려 드리면서 업혀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재주소년은 아이들과 무대를 꾸미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공연 아이디어도 얻었다. 관객들도 아이와 함께 공연을 감상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지난달 공연을 '전체 관람가'로 기획했는데 큰 호응을 얻었다.
"조용한 노래를 부를 때 객석에서 아이가 울음을 터뜨려도 관객들이 좋게 들어주세요. 아이들과 같이하면 예상하지 못한 재미있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죠."
재주소년은 본래 2003년 박경환과 유상봉이 결성한 포크 듀오로 이후 해체와 재결합을 거치며 현재 박경환의 1인 밴드로 활동하고 있다. 유상봉도 곡 작업에 참여하고 있으나 지난해 낙상 사고를 당한 이후 재활에 전념하고 있다.
학창 시절 너바나, 루시드폴 등의 노래를 들으며 자연스럽게 음악을 동경하고 가수를 꿈꾸게 됐다는 재주소년은 지금까지의 활동이 모험 같은 시간이었다고 돌아봤다.
재주소년은 "활동 초창기는 록이 대세여서 통기타 두대로 공연하는 팀이 드물었고, 형들이 막내 같은 저희를 잘 챙겨주셨다"며 "루시드폴 형이 공연 게스트로 나와주고, 이적 형 라디오에 출연했던 일들이 지금 돌아보면 운이 좋았다"고 기억했다.
앞으로의 목표는 전체 관람가 공연을 기획하고 아이들과 함께 녹음한 노래를 추가로 발표하는 것이다. 그는 활동 초창기처럼 모든 일이 재미있게 느껴지던 시기는 지났지만, 당시의 설렘을 간직한 채 활동하고 싶다고 했다.
"당시는 소년이었고 모험 같은 길을 걸어왔지만, 지금은 설렘만으로 버틸 수 있는 시기는 지났죠. 그렇지만 그 로망과 설렘을 놓치지 않고 활동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