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여성의 임신에 따라온 물음들…영화 '우리 둘 사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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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혜 감독 데뷔작…김시은·설정환·오지후 주연
(서울=연합뉴스) 정래원 기자 = 아내의 임신 소식을 들은 남편의 첫 마디로 어울리는 건 '사랑해', '행복하다'와 같은 말들일 것이다. 그런데 17년째 휠체어를 타는 후천적 장애인 은진(김시은 분)의 남편 호선(설정환)은 이렇게 말한다. "이런 일 겪게 해서 미안해."
호선이 말하는 '이런 일'이란 임신중절이다. 다정하고 따뜻한 호선이지만, 출산은 애초 선택지에 없었기 때문에 기쁨은 걱정과 죄책감에 밀린다.
임신 사실을 알려준 의사조차도 이미 결론을 내려버린 듯 '더 늦으면 수술이 힘들다'는 말을 보탠다.
은진도 꼭 낳아야겠다는 생각은 아니다. 야뇨증 약을 비롯해 임산부가 먹으면 안 될 것 같은 약을 매일 먹어야 하고, 만삭까지 몸이 버텨줄지 자신도 없다.
하지만 아이의 심장 소리를 듣고, '쪼꼬'라는 태명까지 조심스레 붙여본 부부는 이내 건강하게 낳아 키워보자는 다짐을 한다.
영화 '우리 둘 사이에'는 장애 여성의 임신과 출산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낸 성지혜 감독의 데뷔작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활동에 지속해서 관심을 가져온 감독의 문제의식이 연출의 시초가 됐다.
어느 날 호선은 동네 아이가 부모에게 방치되는 것 같다며 "그런 사람들은 애를 키우면 안 되는 거 아닌가"라고 무심코 말한다.
이 질문은 임신기간 내내 은진 안에 맴돈다. 은진은 자신이 '아이를 키워도 되는 사람'의 범주에 들어가는지, 출산이 자기 욕심은 아닌지 고비마다 자문한다.
하지만 태어날 아이는 서로를 너무 아끼고 사랑하는 다정한 이들을 부모로 두게 될 것이다. 배려의 언어와 자신만의 선택을 하는 용기를 물려받을 것이다.
첫아기를 품고 있는 은진이 이런 고민을 할 수는 있겠으나, 타인이 입을 보탤 문제인가는 또 다른 얘기다.
영화는 장애 여성의 임신과 출산에 따라붙는 물음 자체가 적절한지 의문을 던진다.
임신 기간 은진에게 필요한 말을 콕콕 집어서 해주는 '임신 선배' 지후(오지후)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주는 위로도 관객을 끌어당긴다.
막달에 입원해 있는 고위험 산모 은진에게 '오늘 뭐 해?'라고 물어보는 천진함, '괜찮을 거야', '나도 그랬어'라고 말하는 목소리의 다정함이 감정을 건드린다.
마음을 읽어주는 따뜻한 사람 한 명만 있어도 하루하루가 얼마나 수월해지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지후 같은 사람이 없더라도, 언제나 '내가 가장 듣고 싶은 말'을 스스로에게 해줄 수 있다는 것도 새삼 깨닫게 된다.
30일 개봉. 99분. 12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