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타리 없는 세상에서 혼자 크는 아이들…영화 '수연의 선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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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민·최이랑 아역배우들 열연…절제된 감정으로 깊은 울림
(서울=연합뉴스) 정래원 기자 = 유일한 가족이었던 할머니의 장례식장에서 완전히 혼자가 된 아이는 울지도 않는다.
집으로 어떻게 돌아갈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캄캄하지만, 물어볼 사람이 없다.
열세 살 수연(김보민 분)의 표정은 읽기가 어렵다. 울거나 떼써야 할 것 같은 상황에서 수연은 침착하고 무표정하기만 하다. 불행이 익숙해진 건 아닐까, 마음이 쓰이게 한다.
최종룡 감독의 장편 데뷔작 '수연의 선율'은 보육 시설에 가기 싫어하는 열세 살 여자아이가 자신을 입양해 줄 가족을 스스로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지난해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신인 감독에게 주는 초록뱀미디어상과 CGK(한국촬영감독조합) 촬영상을 받았다.
혼자가 된 수연에게 세상은 생각보다 더 차갑다. '이모'처럼 생각했던 이웃집 아주머니는 할머니 빈소에도 나타나지 않았고, 친근한 얼굴로 손을 내민 '교회 오빠'는 금세 불순한 속내를 드러낸다.
수연은 슬픔보다는 두려움과 분노 속에 자신을 세상의 위험에서 지켜줄 보호자를 찾아 나선다. 이내 '공개입양 브이로그' 영상을 통해 알게 된 입양 가족을 목표로 삼는다.
수연은 '저 가족의 일원이 되겠다'는 일념으로 그 집에 이미 입양돼 살고 있는 일곱 살 선율(최이랑 분)에게 접근하지만, 완벽해 보이는 가족 안에서 선율의 표정은 왠지 수연과 닮았다.
수연은 선율에게 이렇게 말한다. "언니가 길을 잃었는데, 여기도 길이 없네"
영화 속에서 수연은 단순히 불행에 짓눌려있는 게 아니라 사랑받고 싶다는 고유한 욕망을 가진 입체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어른의 마음을 사기 위해 거짓말을 하거나, 우연을 가장한 만남으로 접근하는 영악한 모습도 보인다.
배우 김보민은 절제된 연기로 수연의 감정을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한다. 최종룡 감독은 김보민에 대해 "해석 불가능한 매력적인 얼굴"이라면서 "뭔가 서늘하면서도 풍부한 감정을 담고 있다"고 평가했다.
나이답지 않은 섬세한 감정선을 표현해낸 최이랑의 멍한 얼굴도 여운을 길게 남긴다. "선율아, 말 잘 듣고 착하게 굴어야 돼. 그래야지 사랑받아"라는 말을 선율이 스스로 다짐하듯 거듭 내뱉는 장면은, 사랑받기 위해 분투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곱씹게 만든다.
8월 6일 개봉. 108분. 12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