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엣 더 벤치' 감독 "추억 속 장소 찾아가게 하는 영화 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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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야마 요시유키 감독 "혁오·배두나와 작업해보고 싶어"
(서울=연합뉴스) 정래원 기자 = "어렸을 때 할머니와 같이 근처를 산책하기도 하고, 친구들과 앉아서 고민 얘기를 하던 곳입니다. 저에게 무척 소중한 벤치예요."
도쿄 강변 공원의 한 낡은 벤치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다양한 '대화들'에 주목한 옴니버스 영화 '엣 더 벤치'는 실제로 오쿠야마 요시유키 감독의 추억이 새겨진 벤치에서 출발했다.
31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내한 인터뷰에서 오쿠야마 감독은 "일대에서 큰 대교 공사를 하는 걸 보고, 언젠가 저 벤치도 철거될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작품으로 남겨두고 싶었다"고 말했다.
감독의 '애착 벤치'에서 실제 촬영까지 이뤄졌고, 영화가 개봉한 뒤에는 벤치 옆 공원에서 야외 상영을 하는 이벤트도 진행됐다.
오쿠야마 감독은 "(관광 명소처럼) 그 벤치를 찾아오는 관객분들도 계신다"면서 "영화 속 인물들처럼 벤치에 앉아 초밥을 드시기도 한다"고 전했다. '엣 더 벤치'에는 이별 위기의 커플이 벤치에 앉아 초밥과 빵을 먹으며 나누는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에는 또 오랜만에 만나 서로를 이성으로 보기 시작하는 소꿉친구들, 사랑에 상처받고 방황하는 언니와 그를 달래는 동생 등 다양한 관계의 사람들이 등장한다.
오쿠야마 감독은 "마치 카페에서 다른 테이블의 대화를 듣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도록 촬영 현장에는 최소한의 인원만 배치했고, 배우들과 활발하게 의견을 교환했다고 한다.
그는 "롱테이크(길게 찍기)로 촬영하며 15분가량 연극처럼 이어간 부분도 있다"면서 "배우들이 머뭇거리거나 실수한 부분까지 영화에 자연스럽게 녹여냈다"고 설명했다.
벤치를 철거하러 온 공무원들을 그린 에피소드에서는 이들의 예상치 못한 정체를 통해 세계의 다층성을 드러내려 했다.
오쿠야마 감독은 "어떤 사람에게는 벤치인 것이, 누군가에게는 '아버지'일 수도 있다는, 시점의 다면성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사진과 광고, 뮤직비디오 등 장르를 넘나들며 활약하고 있는 오쿠야마 감독은 추후 한국 뮤지션이나 배우들과의 작업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쿠야마 감독은 "밴드 혁오를 예전부터 좋아해서 같이 일해보고 싶고, 배우 배두나와도 한번 작업을 같이 해보고 싶다"고 전했다.
다음 작품으로는 차 안 운전석과 조수석에 나란히 앉아 대화하는 이들을 그리는 옴니버스 대화극을 구상 중이라고 한다. 올해 가을에는 동명의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한 영화 '초속 5센티미터'의 개봉도 앞두고 있다.
"한국 관객분들께도 애착이 가는 장소나 사람이 있을 거예요. 이 영화를 보고 그런 곳을 떠올리면서 '누구랑 한 번 가볼까' 생각하는 계기가 된다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