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여름 만끽하는 두 노인…영화 '첫여름'과 '여름정원'
작성자 정보
- 코난티비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 14 조회
- 목록
본문
칸영화제 학생 부문 1등상 허가영 감독의 중단편
일본 거장 소마이 신지 1994년작, 21년 만에 개봉
(서울=연합뉴스) 정래원 기자 = 내리쬐는 햇빛과 퍼붓는 소나기에 여름 숲은 생명이 무성하다. 무더위에 지치기도 하지만, 여름의 생명력은 고요했던 마음을 동하게 한다.
오는 6일 나란히 여름 영화 두 편이 개봉한다. 칸영화제 학생영화 부문에서 1등 상을 받은 허가영 감독의 중단편 '첫여름'과, 국내 첫 정식 개봉으로 관객들을 만나는 소마이 신지 감독의 1994년 작 '여름정원'이다.
두 영화의 중심에는 모두 노인이 있다. 이들은 생의 후반에서 다시 한번 여름의 생기를 마주하며, 자기만의 방식으로 이 계절을 만끽한다.
◇ 노년 여성의 취향과 욕망…'첫여름'
"누님 오늘 만날까요?"라는 문자로 마음을 설레게 하던 연하 남자친구가 죽었다.
영순(허진 분)은 함께 콜라텍에 다니는 친구의 위로에 애써 담담하게 대답한다. "나 이승 친구보다 저승 친구가 더 많다? 별거 아닌 것 갖고 뭘 그래."
친구들의 부고 소식이 익숙해지는 나이다. 하지만 다정했던 남자친구 학수(정인기)의 49재는 챙기고 싶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학수의 49재와 하나뿐인 손녀의 결혼식이 같은 날이다.
제78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전 세계 학생 영화의 경쟁 부문인 라 시네프(시네파운데이션) 1등 상을 거머쥔 허가영 감독의 '첫여름'은 노년 여성의 욕망과 취향을 생생하게 그린 작품이다.
영순은 반짝이는 보석이 달린 귀걸이와 반지, 나비 모양 브로치를 단 화려한 차림으로 춤을 추러 다니는 게 취미다.
"영순은 어떤 사람이에요?"라고 묻는 학수에게 영순은 잠시 생각하더니 이내 가뿐하게 답한다. "나는 음악 소리만 나오면 춤추고 싶어. 성미가 그래."
만남을 시작하는 남녀가 주고받는 이 단순한 대화는 괜히 어색하게도, 유독 로맨틱하게도 들린다. 영순과 학수의 담백한 말들은 노년의 개성과 취향, 욕망에 관해 그동안 너무 무지했던 것이 아닌지 되묻는다.
'첫여름'은 허 감독이 대학생 시절 외할머니에게서 들은 남자친구 이야기에서 시작됐다. 허 감독은 "영순의 찬란한 시절과 충만하고 쨍한 여름을 영화를 통해서라도 되찾아주고 싶었다"고 연출 배경을 전했다.
8월 6일 개봉. 31분. 15세 이상 관람가
◇ 꼬마 삼총사와 동네 할아버지의 우정…'여름정원'
"혼자 사는 노인이 갑자기 죽어버리면 어떨 것 같아?"
엉뚱하고 호기심 가득한 일본의 초등학생 삼총사는 친구의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 갑자기 죽음이라는 주제에 마음을 뺏긴다.
이들은 쓰러져가는 집에서 홀로 사는 할아버지를 발견하고, 죽음의 순간을 지켜보겠다며 '관찰'을 시작한다.
지루하게 흘러가는 노인의 시간은 아이의 시선에선 부러움의 대상이기도 하다. "하루 종일 TV만 보나 봐. 좋겠다. 난 하루에 한 시간 반밖에 못 보는데…."
조용하던 골목에 재잘대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자 할아버지 덴포 키하치(미쿠니 렌타로)는 "너희들 거기서 뭐 하냐?"라고 묻는다. 그러자 황당하게도 "언제 죽는지 확인하려고요! 어떻게 죽는지 꼭 보고 말 거예요!"라는 황당한 답변이 돌아온다.
아무리 내쫓아도 강아지처럼 졸졸 따라다니는 삼총사에게 노인은 점차 마음을 연다. 어느새 4인방이 된 이들은 할아버지의 집 구석구석을 손보고 꽃씨를 심으며 여름을 같이 난다.
일본 영화 거장인 소마이 신지 감독의 '여름 정원'은 혼자 살던 노인과 동네 꼬마들이 한여름을 같이 보내며 특별한 우정을 쌓는 이야기를 담은 1994년 개봉작이다. 국내에서는 4K 리마스터링을 거쳐 처음으로 공식 개봉한다.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들처럼 통통 튀고 개성 있는 삼총사 키야마(사카타 나오키)와 카와베(오 다이키), 야마시타(마키노 겐이치)는 존재 자체로 사랑스럽다.
어두운 과거가 남긴 상처를 끌어안고 살아가던 노인의 굳은 마음은 순수한 삼총사의 눈망울 앞에서 속절없이 녹아내린다.
매미 소리, 마루에 앉아 수박을 먹는 4인방, 갑자기 내리는 소나기의 조합은 여름의 감각을 다채롭게 묘사한다. 상실을 거쳐 성장해가는 아이들의 모습은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6일 개봉. 114분. 12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