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호러로 비튼 신데렐라 이야기 …영화 '어글리 시스터'

(서울=연합뉴스) 정래원 기자 = 왕자와의 결혼을 두고 신데렐라와 싸우다 참패한 자매는 어떤 사람들이었을까.

구전돼 온 신데렐라는 여러 버전이 있지만, 신데렐라의 계모와 언니들은 대체로 외모로든 마음씨로든 신데렐라와 비교 불가한 인물들로 묘사된다.

신데렐라를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호러를 가미한 에밀리 블리치펠트 감독의 영화 '어글리 시스터'에서도 마찬가지다.

다만 이 영화에선 신데렐라가 아닌 계모의 딸 엘비라(레아 미렌 분)가 주인공이다. 왕자와 결혼하겠다는 꿈을 품고 사는 여자로, 원작의 기본 설정대로 아름답고 우아한 신데렐라(극중 이름 아그네스)와 끝까지 경쟁한다.

왕자를 쟁취하기 위한 엘비라의 노력은 '외모 가꾸기'로 요약된다. 간단히 말하면 성형수술과 다이어트지만, 정확히는 코를 망치로 내리치고 눈꺼풀에 속눈썹을 바느질로 꿰매는 기상천외한 시술이다. 나아가 엘비라는 촌충(조충)의 알을 삼켜 몸 안에서 기생충을 키우며 살을 뺀다.

엘비라가 먹는 음식의 열량을 뺏어가는 촌충이 뱃속에서 시종일관 꾸르륵거리는 소리는 영화 내내 관객의 신경을 거스른다.

외모에 대한 엘비라의 처절한 집착이 지속될수록 관객이 느끼는 불편함은 커진다. 신데렐라 이야기의 핵심인 '구두 주인 찾기' 장면에서는 극에 달한다.

엘비라는 자기 발보다 한참 작은 신데렐라의 구두에 발을 맞추기 위해 칼을 꺼내 든다. 구두 치수에 맞게 발가락을 잘라내기 위해서다.

이를 꽉 깨문 채 결연히 제 발을 내리치지만 잘 끊어지지 않자 엘비라는 어머니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외모와 '상향혼'(지위와 경제력 등이 우위에 있는 상대와 결혼하는 것)에 대한 집착이 딸보다 깊고 지독한 어머니는 고깃덩이 썰듯 쓱쓱 딸의 발을 자른다. 이 모습과 엘비라의 비명이 관객의 신경을 날카롭게 찌른다.

과장되고 비현실적인 장면들이지만, 아름다움을 위해 신체를 변형하는 모든 것들이 결국 몸에는 폭력적이라는 점을 일깨워준다.

신데렐라 캐릭터는 자신의 욕망을 십분 드러내는 입체적 인물로, 왕자는 저급한 인물로 묘사된다는 점 등도 원작을 비튼 요소다.

아름다움이나 사랑, 순수 같은 개념들이 현실에선 환상에 가깝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노르웨이 출신 감독과 덴마크의 의상 디자이너, 폴란드의 촬영지 등 영화 전체에 북유럽 감성이 배어 있다.

미감과 추함을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의상 디자인은 '님포매니악'(2014), '멜랑콜리아'(2012) 등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대표작에서 의상을 담당했던 덴마크 디자이너 마농 라스무센이 맡았다.

엘비라의 가족이 사는 저택은 폴란드의 성과 수도원에서 촬영해 고풍스러우면서도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살렸다.

'어글리 시스터'는 세계 20여 개 영화제에 초청되며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제2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부천 초이스: 장편' 부문 작품상과 관객상을 받았다.

20일 개봉. 109분. 청소년 관람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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