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영화산업] ①옥자와 케데헌의 격세지감…OTT 득세에 밀린 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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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관객 작년比 32.5% 감소…상업영화 작년 37편→올해 25편 안팎
제작·투자 감소에 OTT로 가는 감독들…"OTT 친숙해지고 눈 높아진 관객들"
(서울=연합뉴스) 정래원 기자 = 2017년 극장가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불편한 관계가 본격적으로 가시화되는 사건이 있었다.
넷플릭스의 투자·제작으로 만들어진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2017)를 국내 극장에서 개봉하려 했으나 CGV와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3사가 "극장의 유통 질서를 붕괴하는 일"이라며 보이콧을 선언했다.
'옥자'가 제70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자 프랑스 극장협회가 반발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후 칸은 극장 상영작만 경쟁 부문에 초청될 수 있다는 조건을 신설했다.
8년 뒤인 2025년 넷플릭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의 전 세계적인 돌풍 이후 극장가 풍경은 사뭇 다르다.
넷플릭스 공개 두 달여가 지난 시점에서 북미와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 극장 상영이 확정됐다. '골든', '소다팝' 등 '케데헌' 대표 OST를 관객들이 따라부르며 영화를 관람하는 '싱어롱' 방식의 특별 상영이다.
북미에서만 1천700여 개 상영관이 참여했고, 초기 상영 1천회 이상이 매진되며 추가 편성도 검토되고 있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옥자' 사례에서 보듯이 영화라는 건 일단 극장에서 상영해야 한다는 고전적인 관념이 있었다"며 "하지만 이제는 그런 관념도 변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OTT 영향력은 전과 비교 불가한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 발표에 따르면 지난 6월 국내 주요 OTT 서비스 앱의 합산 MAU(월간 활성 사용자 수)는 2천89만명으로 집계됐다. 2022년을 기준으로 최근 3년 사이 약 360만명(21%) 증가한 수치다.
이에 반해 극장은 관객 수와 상업영화 개봉작 수 모두 줄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결산 자료에 따르면 올해 1~6월 극장을 찾은 관객 수는 4천250만 명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32.5% 감소했다. 또 순제작비 30억원 이상의 상업영화 개봉작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는 45편이었으나 지난해 37편으로 줄었고, 올해는 25편가량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OTT 이용자 수는 점차 늘고, 영화관을 찾는 사람들은 줄어드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한 극장 관계자는 "사람들이 코로나19 기간 OTT를 통해 수많은 작품을 보면서 콘텐츠를 보는 눈이 더 높아진 것 같다"며 "이제는 웬만큼 잘 만든 영화가 아니라면 극장에 가려 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어도 투자가 안 된다거나 제작비가 부족하면 관객들의 눈높이를 못 맞추는 시대"라고 강조했다.
극장 영화로 데뷔하고 이름을 알린 감독들이 잇따라 OTT로 넘어가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도 이제는 드문 일이 아니다.
'도가니'(2011), '남한산성'(2017) 등 극장 개봉작으로 사랑받은 황동혁 감독은 넷플릭스와 손잡고 세계적 히트작 '오징어게임' 시리즈를 만들었다.
2021년 첫 시리즈 공개 당시 황 감독은 "'오징어 게임'은 오직 넷플릭스에서만 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며 "제작비도 많이 들고 내용이 다소 극단적인데, 넷플릭스는 형식과 수위, 길이 등에서 제한을 두지 않았다"고 말했다.
'부산행'(2016)의 연상호 감독은 2021년 미스터리 드라마 '지옥'에 이어 영화 '정이'(2023), '기생수: 더 그레이'(2024) 등 잇따라 넷플릭스와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전도연·설경구 주연의 '가능한 사랑'으로 돌아오는 이창동 감독의 새 무대도 넷플릭스다.
'가능한 사랑'은 당초 극장 개봉을 염두에 두고 구상한 작품이지만, 국내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OTT 행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성은 평론가는 "사람들이 워낙 극장에 가지 않고, 극장 개봉작이라도 'OTT에 공개되면 봐야지' 하는 마음이 있다 보니 영화계로의 투자 심리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