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말저런글] 부산국제영화제는 내년에 30주년을 맞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벌써 제30회 행사를 치른답니다. 다음 달 17일 개막하여 26일까지 열흘간 다양한 볼거리를 줄 것 같습니다. 이 기간에 공식 초청작만 241편이 상영된다고 합니다. 그 밖의 작품까지 합치면 상영 편수가 328편으로 늘어나고요. 영화에 '죽고 사는' 이들의 설렘이 한동안 지속할 듯합니다.

BIFF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1996년 9월입니다. 그때 열린 첫 회에는 31개국에서 169편이 초청됐습니다. '작지만 권위 있는 영화제'를 만들자는 게 당시 목표였으니까 BIFF는 목표를 초과 달성했습니다. 이미 작지 않고 권위도 큽니다. BIFF가 올해로 30회를 맞았다는 것은 틀림없는 표현입니다. 안타까운 점은 그와 동시에 30주년을 맞았다거나, 30돌을 맞았다고 표현하는 겁니다. 30회와 30주년/30돌은 모순입니다. BIFF는 올해 29주년, 29돌을 맞았다고 바로잡습니다.

이미지 확대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BIFF 홈페이지 캡처

간단한 산수입니다. 2025년 8월 한 연례 대회가 창설되어 첫 회를 치렀다고 가정합시다. 이듬해인 2026년 8월 2회를 치릅니다. 이 2회를 주년과 돌로 각각 쓴다면 1주년, 1돌(첫돌)입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숱한 언론 보도에 BIFF가 30주년(30돌)이 되었다는 표현이 쓰였습니다. 수 표현이 무뎌진 것일까요? 벼려야 합니다. 미디어 기록에 대한 신뢰를 높이려면요.

저 위에 '26일까지 열흘간'이라 쓴 것은 수 표현 공부에 활용하기 위해서입니다. -간 앞에는 개시일을 포함한 수를 씁니다. 17일 당일을 보태니 26일까지는 열흘입니다. [-째] 역시 예민하게 써야 할 말입니다. 어떤 일이 오늘 시작되어 내일 끝났다면 끝난 시점은 '이틀째'로 표현합니다. 이를 [∼ 만(에)]으로 쓴다면 '하루 만에' 끝났다고 표현합니다. 하루는 대개 24시간으로 보니까 그보다 훨씬 시간이 더 지나서 끝났다면 하루 대신 그 총시간을 쓰는 게 낫습니다. 그러니까 올해 30회, 29주년, 29돌을 맞는 BIFF는 다음 달 17일 개막하여 열흘간 행사를 치릅니다. 열흘째 되는 26일이 행사 마지막 날이고요. 폐막은 아흐레 만에 하는 겁니다. 덤으로 교열 하나 추가합니다. 제30회 BIFF 홈페이지는 '부산국제영화제의 시작' 제목으로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전합니다. "서울도 아닌 부산에서 '국제 영화제'를 개최하는 것에 대한 많은 우려 섞인 시선들 속에 우리나라 최초의 국제 영화제가 첫걸음을 내딛었습니다." 동사 [내딛다]는 내딛었다 하지 않고 내디뎠다 합니다. [내디었습니다]를 [내디뎠습니다]로 수정합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email protected])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홈페이지 - https://www.biff.kr/kor/

2. 표준국어대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