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서 낸 다섯손가락 이두헌 "탄탄한 개인기로 새 서사 축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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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키 체인지'…"불확실하고 변화 빠른 경영 환경, 음악과 닮았죠"
"몸에 안고 치는 기타는 가장 인간적인 악기"…올해 데뷔 40주년 맞아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키 체인지'(Key Change·전조·轉調)는 단지 새로움만 주는 게 아닙니다. 단순한 혁신을 넘어 새로운 서사를 축적한다는 의미죠. '오늘부터 바꿉시다' 정도의 구호로는 안 되고 기업의 스토리텔링부터 바꿔야 합니다."
밴드 다섯손가락의 리더 이두헌이 신간 '키 체인지'(Key Change)를 내고 급변하는 대내외적 환경에 마주한 2025년 우리나라에 대해 혁신을 주문했다.
음악에서 '전조'를 의미하는 제목의 이 책은 올해 데뷔 40주년을 맞은 그가 가요계에서 얻은 지혜로 기업을 이끄는 팁을 제시한 경영서다.
대중에게는 뮤지션으로 더 잘 알려졌지만, 이두헌은 동국대 경제학과를 나와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광고홍보학과를 수료해 예술, 경영, 커뮤니케이션 분야를 두루 아우른 경험이 있다. 또 지난 2007년 한화 사장단 조찬 강의를 계기로 삼성, LG, SK 등 굴지의 대기업에서 18년간 경영 강의를 이어오기도 했다.
그는 이번 책을 통해 격동의 이 시대, 탄탄한 개인기를 바탕으로 새로운 서사를 축적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두헌은 지난 29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미국 트럼프 정부가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이 우리를 맹추격하는 이 시기 가장 필요한 것은 탄탄한 개인기, 즉 실력이다"라며 "이는 좋은 밴드의 1번 덕목이기도 하다.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자기만의 색깔과 개인기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새로운 서사를 단순히 '누적'하는 게 아니라 '축적'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누적은 시간이 흘러 저절로 쌓인 것이지만 축적은 계획과 의도를 가지고 쌓아 나간다는 점이 다르다. 음악에서의 전조 역시 확실한 의도와 계획을 가지고 만들지 않느냐"라고 덧붙였다.
이두헌은 이 책을 통해 음악과 일, 리더십과 경영, 공연과 조직은 본질적으로 닮았다고 설명했다.
비틀스, 퀸, 조용필, 방탄소년단(BTS) 등 유명 스타들과 구글, LG, 무인양품 등 유명 기업으로 오가는 폭넓은 시각은 경영서 특유의 딱딱함을 덜고 몰입도를 높였다.
"음악은 생물과 다를 바 없이 늘 움직이고 변하죠. 어제의 음악이 오늘은 옛것이 되고, 사라진 줄 알았던 음악 스타일이 되살아나 주목받기도 합니다. 경영 현장도 비슷합니다."
이두헌은 "음악과 경영 현장 모두 엄청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다"며 "시시각각 변하는 속도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라는 것도 비슷하다"고 짚었다.
그는 특히 "이제는 불확실성만이 가장 확실한 시대"라며 "음악도 마찬가지다. 음악이 불확실성을 기반으로 발전해 왔다는 점을 경영자들이 배우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대내외적 위기를 마주한 우리나라는 이를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까. 이두헌은 그 해법으로 한때 고전하던 LG의 배터리 사업이 전기차의 상용화로 빛을 본 사례나 로큰롤·펑크·힙합 등이 초창기 예측과 달리 글로벌 주류 음악 장르로 자리 잡은 사례를 들었다.
그는 "누가 봐도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일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내가 하는 일의 범위를 한정하는 순간 거기에 갇혀버린다. 내가 하는 일의 범위를 없애버린다면 새로운 일이 생겨날 수 있다"며 "전자 기업이라고 가전제품만 만든다고 생각하면 이제 오산이다. 전혀 다른 업(業)을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도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두헌은 최근 전 세계에서 큰 사랑을 받는 K팝의 성공도 경영 철학으로 분석해냈다.
미국의 신발·패션 판매 업체 '자포스'가 고객과의 신뢰, 감정적 연결, 장기적 유대를 통해 소비자의 충성도를 높였다는 통찰은 K팝 그룹이 팬과의 유대·소통에 힘을 쏟아 글로벌 팬덤을 구축한 것을 떠올리게 한다.
이두헌은 "K팝의 가장 큰 성공 요인은 태도라고 생각한다. 외국 뮤지션과는 차별화된 태도를 우리 스타들이 가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K팝 가수들은 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팬과 가까이 소통하며, 팬을 조력자를 넘어 동반자로 끌어들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러한 태도는 K팝 팬덤에 소비자를 넘어선 가족 같은 유대 관계를 부여했다"며 "이에 기반한 성공은 경제적 파급력으로도 확대됐다"도 덧붙였다.
이두헌이 음악에서든 경영에서든 특히 강조한 가치는 '조율'과 이에 기반한 인력 운영이다.
'가왕'(歌王) 조용필은 자신이 빼어난 작곡 실력을 갖췄음에도 국내·외 작곡·작사가와의 협업을 주저하지 않았고, 이를 통해 데뷔 45주년에도 '헬로'(Hello)와 '바운스'(Bounce) 같은 굵직한 히트곡을 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두헌은 "유재석도 그 자신이 훌륭한 MC지만 곁에는 늘 박명수, 조세호, 하하 등 훌륭한 파트너들이 있었다. 그가 혼자서만 움직였다면 현재의 위치까지 올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경영도 이와 마찬가지다. 파트너십을 성공의 매개로 삼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지난 1985년 밴드 다섯손가락의 리더이자 보컬 겸 리드 기타리스트로 데뷔한 그는 올해로 음악 인생 40년을 꽉 채웠다. '풍선', '수요일에는 빨간 장미를', '이층에서 본 거리' 등 익숙한 히트곡을 다수 낸 그는 꾸준히 신곡을 발표하며 음악을 떠나지 않고 있다.
이두헌은 40주년 소회를 묻자 "세월만 흐른다고 데뷔 40주년을 맞는 게 아니다"라며 "2025년에도 써먹을 수 있는 개인기가 있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1985년에 머물러서는 새로운 걸 할 수 없다"고 답했다.
그는 오는 12월 가요계 동료들과 함께 40주년을 자축하는 공연도 연다. 이 공연은 그의 음악 인생을 집대성한 앤솔러지(선집) 같은 자리가 될 전망이다. 그의 영원한 음악적 동반자인 기타 연주도 물론 함께 들을 수 있다.
"기타의 매력이요? 기타는 멜로디, 화성, 리듬 세 가지 다 되는 악기죠. 턱에 괴는 바이올린과 달리 기타는 자식처럼 몸에 안고 치는 악기에요. 그래서 저는 기타가 가장 인간적인 악기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