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거장 자파르 파나히 "누구도 영화 제작을 막을 순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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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종려상 '그저 사고였을 뿐'으로 부산영화제 찾아…"시간 낭비 안하실 영화"
"부산, 따뜻하고 환영받은 기억…아내 지키려고 영화 만들죠"

(부산=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자파르 파나히 감독이 18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갈라 프레젠테이션 '그저 사고였을 뿐'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9.18 [email protected]
(부산=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그 누구도 영화 제작을 막을 수는 없어요. 영화 제작자들은 언제나 방법을 찾을 겁니다."
이란 당국의 검열과 체포, 가택 연금, 출국 금지 등의 탄압을 받으면서도 영화를 끊임없이 만들며 세계 유수 영화제를 석권한 거장다운 말이었다.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받은 이란의 대표적인 거장 자파르 파나히 감독이 18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영화에 대한 신념과 의지를 밝혔다.
파나히 감독은 정부의 검열과 억압 속에서도 영화를 만들며 이란 사회의 정치·사회적 모순을 포착해왔다.
그는 '써클'로 2000년 베네치아영화제 황금사자상, '택시'로 2015년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을 받은 데 이어 올해 '그저 사고였을 뿐'으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까지 받으며, 세계 3대 영화제 최고상을 석권한 감독이 됐다.
자신을 '사회에 관한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라고 규정한 파나히 감독은 "20년간 영화 제작 금지 처분을 받아 스스로 카메라 앞에 섰던 경우도 있다"며 "(당국에서) 영화를 만들지 말라고 했지만, 집안에서, 혼자서라도 영화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있었다"고 돌아봤다.
파나히 감독은 영화가 제작된 국가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미국 아카데미 영화상에 출품할 수 있다는 규정으로 영화를 제출하지 못했던 경험도 들려줬다. 이번 '그저 사고였을 뿐'은 프랑스 대표로 아카데미에 출품됐다.
그는 "'그저 사고였을 뿐'은 프랑스와 공동으로 제작한 작품이어서 아카데미에 출품할 수 있었다"면서 "저와 같은 독립영화 제작자들은 연대하고 모여서 이런 문제에 직면하지 않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자파르 파나히 감독이 18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갈라 프레젠테이션 '그저 사고였을 뿐'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9.18 [email protected]
파나히 감독은 부산국제영화제와 오랜 인연을 갖고 있다. 자신의 첫 장편영화인 '하얀 풍선'으로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고 이후 여러 작품을 부산에서 선보였다.
그는 "부산국제영화제에 처음 왔을 때 대단히 아름답고 활발한 도시라는 인상을 받았다. 따뜻하고 환영받는 느낌이었다"며 "관객들과 영화 제작자들이 가까운 관계를 가졌고 서로 소통할 기회도 있었다"고 떠올렸다.
파나히 감독은 고(故) 김지석 부산국제영화제 부집행위원장과의 인연도 꺼냈다. 김지석은 부산국제영화제가 만들어지는 데 핵심 역할을 한 일원으로 20년 이상 부집행위원장, 수석프로그래머 등으로 활동했다. 파나히 감독은 이번에 고인이 묻힌 자리를 찾아 기렸다고 한다.
파나히 감독은 "이번에 한국 초청을 받고 난 뒤 제일 먼저 기억났던 사람이 김지석 프로그래머였다"며 "그는 제 영화들을 좋아해 주셨다. 그리고 제가 출국금지로 이란을 떠날 수 없을 때 방문해주시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이틀이라는 짧은 기간 방문해 관광객의 시선으로 부산을 보게 될 것 같다"며 "한국의 해산물, 음식 때문에 다시 오고 싶다"고 바랐다.
파나히 감독은 이번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에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그저 사고였을 뿐'을 선보인다. 이 영화는 다음 달 1일 개봉해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국내 관객을 만난다.
그는 "이 영화를 보시는 건 시간 낭비가 아닐 것"이라며 관람을 권했다.

(부산=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자파르 파나히 감독이 18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갈라 프레젠테이션 '그저 사고였을 뿐'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9.18 [email protected]
파나히 감독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영화계 위기에 관해 끊임없는 창작을 방향성으로 제시했다.
그는 최신 기술 등을 거론하며 "아주 많은 가능성이 젊은 세대에게 주어지고 있어 혁신적인 방법으로 영화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영화 제작을 하지 않을 변명의 여지가 없는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파나히 감독은 여러 탄압에도 끊임없이 영화를 만드는 원동력으로는 아내를 꼽았다.
"제가 영화를 만들지 못하면 아내가 저를 버릴지도 몰라요. 반드시 제가 이 영화를 만들어야 하는 거죠. 그래야 아내를 지키고 결혼을 유지할 수 있으니까요.(웃음)"

(부산=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자파르 파나히 감독이 18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갈라 프레젠테이션 '그저 사고였을 뿐' 기자회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9.18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