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러 가는 길' 유재인 감독 "청소년 임신에 웃음도 담았다"
작성자 정보
- 코난티비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 177 조회
- 목록
본문
한국영화아카데미 졸업작품…부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

(부산=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20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경쟁 부문 '지우러 가는 길' 기자회견에서 배우들과 감독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재인 감독, 심수빈, 이지원, 장선. 2025.9.20 [email protected]
(부산=연합뉴스) 정래원 기자 = "영화가 끝나면 다시 지난한 백수의 삶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무슨 아르바이트를 하면 좋을까 하는 계획 정도만 있었거든요. 그런데 영화가 예상치 못하게 성과나 반응이 좋아서 다시 계획을 세워봐야 할 것 같습니다."
장편 데뷔작 '지우러 가는 길'로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유재인 감독은 얼떨떨한 동시에 감사한 마음을 이렇게 털어놓았다.
그는 20일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지우러 가는 길' 기자회견에서 "주변에서 많이 축하해주셔서 부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이 대단한 일이라는 걸 뒤늦게 감지하게 됐다"고 돌아봤다.
한국영화아카데미 졸업 작품으로 만든 '지우러 가는 길'은 고등학교 1학년 학생 윤지(심수빈 분)가 교사와의 비밀 연애로 임신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다.
유 감독은 "(청소년이) 귀엽게 나올 수 있는 영화에 왜 이렇게 센 소재를 넣느냐, 다른 소재로 바꾸는 게 어떠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면서 "그런데 저는 그(청소년 임신) 얘기를 되게 많이 하고 싶었던 것 같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청소년이 임신이나 출산, 임신 중단 같은 성과 관련된 어떤 경험을 했다는 데서 오는 사회적인 낙인과, 사회의 책임 등에 관해 얘기하고 싶었다"고 작품의 초점을 설명했다.

(부산=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유재인 감독이 20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경쟁 부문 '지우러 가는 길'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듣고 있다. 2025.9.20 [email protected]
청소년의 임신과 임신 중지 등 가볍지 않은 소재를 다루지만, 영화 곳곳에는 소소한 웃음 포인트도 함께 배치돼 있다.
유 감독은 "어둡고 너무 진지한 게 아니라, '그런 일도 있었지만 앞으로 우리 웃으면서 계속 살아갈 거야'라는 이야기를 하겠다는 큰 꿈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우러 가는 길'은 전날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으로 관객들을 만났다.
그는 "영화를 상영하기 전까지는 '웃기려고 만든 부분에서 사람들이 안 웃으면 어떡하지'라고 생각하며 피가 말랐다"고 고백했다.
유 감독은 이어 "관객과의 대화(GV) 행사에서 '어두운 소재를 웃기게 만들면서 어떻게 균형을 잡았느냐'는 등 질문이 많이 나와 다행스러웠다"고 전했다.

(부산=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배우 장선이 20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지우러 가는 길'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5.9.20 [email protected]
윤지의 담임 교사이자 애인 종성이 실종되자 학교를 찾아오는 종성의 아내 민영 역은 배우 장선이 맡았다.
장선은 "민영은 남편의 부도덕함이 자기 삶에도 영향을 줄 것 같다는 두려움에 문제를 직면하지 못하고 회피하는 인물"이라며 "아이러니한 것은 등장인물 중 가장 어른인 민영이 아이들 덕분에 문제에 직면하게 되는 점"이라고 귀띔했다.
윤지 역의 심수빈은 "저도 잘 몰랐던 사회 문제들에 대해 알게 됐다"면서 "'이래서 이 영화가 만들어져야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영화 출연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