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천만영화 '국보' 이상일감독 "패왕별희 영향으로 탄생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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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교포 감독이 가부키 소재로 만든 영화…정체성 고민도 담겨
주연 요시자와 료 "1년 반 가부키 연습…연기에만 몰입한 시간"

(부산=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이상일 감독(오른쪽)과 배우 요시자와 료가 21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프레젠테이션 '국보' 기자회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9.21 [email protected]
(부산=연합뉴스) 정래원 기자 = "천만명의 이유는 잘 모릅니다. 상상도 못 했습니다."
영화 '국보'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재일교포 이상일 감독은 이 영화가 일본에서 천만 관객을 기록한 것에 대해 서툰 한국어로 소감을 밝혔다.
이 감독은 21일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국보' 기자회견에서 "가부키는 영화관이 아니라 극장에서 보는 것이라는 인식도 있고, 상영시간이 3시간 정도여서 흥행을 예상하기에는 어려운 조건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이 영화를 통해 가부키의 새로운 발견이 있었던 것 같다"며 "출연 배우들도 연기 인생을 걸고 도전한 작품이어서 관객들이 매력을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하반기 국내 개봉을 앞둔 '국보'는 요시다 슈이치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일본 전통문화인 가부키 세계의 환희와 비애를 그린 작품이다.
배우 요시자와 료가 야쿠자인 아버지의 죽음 뒤 가부키 명문가에 편입되면서 일생을 가부키에 바치는 기쿠오 역할로 열연을 펼쳤다. 예술에 인생을 바친 남자의 외로움과 집념을 보여주는 동시에 일본의 전통 연극 가부키 공연 장면이 아름답게 묘사됐다. 일본에서는 6월 개봉해 최근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부산=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이상일 감독이 21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프레젠테이션 '국보'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9.21 [email protected]
이 감독은 '국보'가 장국영 주연 영화 '패왕별희'(1993)의 영향으로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학창 시절 '패왕별희'를 굉장히 인상적으로 봤다"며 "20여년 간 영화 작업을 해 오면서 당시의 충격이 내내 남아있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이 감독은 "고도의 예술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사람만이 보여주는 풍경이 있다"며 "저를 포함한 모두가 걸을 수 있는 인생은 아니고, 그런 삶을 보면서 우리는 감동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가문 세습 전통이 있는 가부키의 특성상 작품 속에서 야쿠자의 아들인 기쿠오는 평생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힌다.
이 감독은 "저는 계속해서 아웃사이더, 사회 변두리의 인물들에 눈이 가고,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며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그 배경엔 (재일교포라는) 저의 정체성이 작용했을 것 같다"고 했다.

(부산=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배우 요시자와 료가 21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프레젠테이션 '국보'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9.21 [email protected]
'국보'는 전날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으로 처음 한국 관객들을 만났다.
요시자와 료는 "가부키라는 소재를 다루지만, 연기자의 인생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그린 작품이기도 하다"며 "가부키를 모르는 분들도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한국 관객분들이 날카로운 질문을 많이 해 주셨다"며 "적극적이고 진지하게 봐주셨다는 걸 피부로 느꼈다"고 했다.
요시자와 료는 '국보' 촬영이 시작되기 전 1년 반가량을 가부키 춤 연습에 매달렸다고 한다.
그는 "준비를 많이 했지만, 감독님께서 '아름답게만 추지 말고 감정에 맞게 춰 달라'고 주문하셔서 어려움을 느꼈다"며 "한층 성장하게 된 경험"이라고 떠올렸다.
이어 "현장에서 연기와 감정에만 몰입해 있을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었다"며 "한 장면 한 장면, 대사 하나하나에 공들이고 시간을 들여 몰두해서 찍을 수 있었던 사치스러운 시간이었다"고 회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