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감독' 김연경 "좋은 선수도 좋은 감독이 될 수 있죠"

(서울=연합뉴스) 고가혜 기자 = "'좋은 선수는 좋은 감독이 될 수 없다'는 말이 있는데, 저는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감독이 처음이고 배구 예능도 처음이지만 저희가 성장해나가는 스토리를 중점적으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배구 황제' 김연경은 24일 서울 마포구 상암MBC 신사옥에서 진행된 신규 예능 '신인감독 김연경' 제작발표회에서 은퇴 후 감독으로 변신한 소감을 묻자 "부담감은 크게 없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신인감독 김연경'은 2024-2025시즌을 끝으로 코트를 떠난 김연경이 신인 감독으로 변신해 '필승 원더독스'라는 이름의 신생 배구단을 이끄는 과정을 담은 신규 스포츠 예능이다.

김연경은 약체인 '언더독'에서 '원더'로 진화하고자 하는 선수들을 이끄는 0년 차 신인 감독 역할을 맡았다. 그룹 세븐틴 소속 부승관이 코트 밖에서 선수들을 보살피는 팀 매니저로, 국가대표 출신 표승주 선수가 팀 주장을 담당한다.

팀에는 프로 무대에서 방출된 선수, 프로 진출을 꿈꾸는 실업팀 선수, 은퇴 후 다시 코트를 밟으려는 선수 등 다양한 배경을 지닌 이들이 합류했다.

김연경이 은퇴하자마자 감독으로 다시 돌아오게 된 것은 권락희 PD의 끈질긴 제안 때문이었다.

김연경은 "저도 이렇게 빨리 감독을 맡게 될 줄은 몰랐는데, 권 PD님이 시즌 중에도 저를 계속 찾아와 괴롭혔다"며 "그동안 좀 더 의미 있는 방송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제가 제일 잘하는 배구로 예능을 만든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최근 예능계에서 축구, 야구 등 다양한 스포츠 예능이 등장하고 있지만, 권 PD는 훨씬 격렬한 에너지가 있는 여자배구가 예능 소재로 충분히 매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학 시절 아버지를 따라 처음 간 배구 경기장에서 그 뜨거운 열기에 압도당해 눈물이 왈칵했던 경험이 있다"며 "결정적으로 도쿄 올림픽 당시 김연경 선수의 경기 영상을 보며 꼭 배구 예능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김연경 감독에겐 미안하지만 그가 극한 상황에서 고군분투하는 과정 자체가 예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능 촬영을 하면서 이렇게 매 순간 조마조마해하고, 일희일비했던 적은 처음"이라며 "방송이지만 진짜로 경기를 하고, 진짜 목표를 위해 달려가다 보니 날것의 모습이 정말 많이 나왔다. 각본 없는 드라마를 썼다"고 강조했다.

배구 여제인 김연경에게도 감독 도전은 쉽지 않았다.

그는 "감독은 결국 코트 안에서 뛸 수 없다 보니 답답함이 있긴 했다"며 "한 번은 팀이 너무 안 좋은 상황에 있었는데 PD님께 제가 코트에 한 번 들어가도 되느냐고 묻기도 했다"고 웃었다.

감독으로서의 리더십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 부분도 많았다고 한다.

김연경은 "제가 선수에서 은퇴한지 얼마 안 돼 선수들이 저를 선배 혹은 언니로 생각할까 봐 좀 더 거리감을 뒀다"며 "제가 급해지면 선수들도 급해질까 봐 매 경기 차분해지려 노력했는데, 막상 티저 영상을 보니 전혀 차분하게 느껴지지 않았다"고 했다.

'필승 원더독스' 소속 선수들에 대해선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연경은 "승리를 위해, 팀의 융합을 위해 최고의 멤버들로 선수들을 꾸렸다. 최근 외국인 선수도 영입했는데, 이제는 프로리그에서 경기해도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며 "모든 선수가 매력 포인트가 있고 모두 진심으로 배구 하고 있으니 관심 있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평소 여자 프로배구 정관장의 오랜 팬으로 알려진 부승관은 '배구 찐팬'으로서 이번 예능에 참여하는 소감이 남다르다고 했다.

부승관은 "2005년 프로배구가 처음 출범했을 때부터 배구를 좋아했다. 이번 기회에 제가 배구를 얼마나 사랑하는 지 보여주고 싶었다"며 "제게 연예인 같은 김연경 감독님, 표승주 선배님과 같이 방송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필승 원더독스' 주장 표승주는 "선수 생활할 때도 이렇게 말을 많이 했나 싶을 정도로 말을 많이 했다"며 "많이 힘들었지만 선수들과 감독님, PD님과 스태프 모두 진심을 다해 촬영했다"고 강조했다.

'필승 원더독스'는 단순 예능을 넘어 실제 '프로팀 제8구단' 창단을 최종 목표로 한다.

김연경은 "팀에 재능있는 선수들이 많다"며 "제8구단이 창단된다면 파급력 있게 여자배구를 이끌어나가는 구단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신인감독 김연경'은 오는 28일 밤 9시 10분 첫 방송 된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