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군의셰프' 이채민 "중간투입 큰 부담…먹방 보며 리액션 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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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열흘 전 승마, 서예, 무용 배워…죽기살기로 연기"
"이헌, 순수하고 따뜻한 면모 있어"…"로맨스 호흡은 임윤아 선배 덕"
(서울=연합뉴스) 고가혜 기자 = "처음 작품을 제안받았을 땐 부담감이 컸어요. 작품에 피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 제 한 몸 불사르겠다는 마음으로 죽기 살기로 연기했죠."
30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이채민은 tvN 토일드라마 '폭군의 셰프' 종영 인터뷰에서 주인공 이헌 역에 처음 캐스팅됐을 당시 느꼈던 부담감을 다시 떠올렸다.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드라마는 미슐랭 3스타 셰프 연지영(임윤아)이 조선시대로 떨어져 최고의 폭군이자 절대 미각을 가진 왕 이헌(이채민 분)과 요리를 매개로 가까워지는 과정을 그린 타임슬립(시간여행) 퓨전 사극이다.
맛깔나는 음식 묘사와 만화적인 특수 효과 등으로 큰 인기를 끌며 지난 28일 17.1%의 높은 시청률로 종영했다. 넷플릭스에서는 2주 연속으로 비영어권 TV 부문 글로벌 1위를 차지했다.
이채민은 "예상을 전혀 못 했는데 생각보다 더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아 하루하루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며 "많은 분들이 알아봐 주시고, 함께 작업하자는 연락도 많이 오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이 작품이 이뤄낸 결과는 저 혼자만의 성과라고 보기 어렵다"며 "많은 분의 노력에 저는 그저 얹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함께 누릴 수 있다는 것 자체에 감사할 뿐"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연기 경력 5년 차인 그는 당초 이헌 역에 낙점된 배우 박성훈이 갑자기 하차하면서 촬영 열흘 전 작품에 합류했다.
이채민은 "처음 (캐스팅 소식을) 들었을 땐 '갑자기 왜 내게 이런 자리가 마련됐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신인인 제가 괜히 들어가서 훌륭한 감독님과 선배님들이 계신 작품에 폐를 끼치지 않을까 걱정도 했다"고 돌아봤다.
사극 작품 출연이 처음이었던 그는 사극 톤의 말투부터 승마, 붓글씨, 무용 등을 촬영 직전에 급히 준비해야 했다.
이채민은 "열흘 동안 매일 승마를 배우고 서예를 배웠다. 여러 선배님이 도와주신 덕분에 촬영 초반부까지 계속 그룹 리딩을 하기도 했다"며 "사극은 처음이어서 짧은 시간 동안 사극들을 많이 챙겨보며 어떤 말투가 제일 어울릴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는 "승마는 촬영 막바지쯤엔 대역 없이 혼자 잘 달릴 수 있을 정도로 늘었는데, 그만큼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며 "또 제가 원래 몸치이고 남들 앞에서 춤을 추는 것도 많이 부끄러워하는데, (처용무를 추는 장면을 위해) 학원에서 무용도 열심히 배웠다"고 말했다.
그가 연기한 이헌은 조선의 폭군 연산군을 모티브로 한 역할인 만큼 캐릭터 해석도 쉽지 않았다.
이채민은 "이헌은 그동안 맡았던 캐릭터 중 가장 아픔도 깊고, 에너지도 많이 사용해야 하는 인물이었는데, 제가 단기간에 이 깊이를 표현해낼 수 있을까 불안감도 컸다"며 "매일 대본을 보고 매일 거울을 보며 어떻게 웃어야 더 비열해 보일까, 한 편으론 어떻게 연기해야 폭군이지만 사랑스러워 보일까 고민했다"고 떠올렸다.
"이헌은 광기 어린 폭군이지만 그 안에 천진난만한 순수함도 있고 따뜻한 마음도 가진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다행히 주변에서 제 얼굴이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날카로워 보이기도, 천진난만해 보이기도 한다고 말씀해주셔서, 그런 말을 믿고 저로부터 출발하려고 했죠."
극 후반부에는 눈물을 흘리는 감정 신이 많아 연기하기가 더 까다로웠다고 한다.
이채민은 "대본을 받으면 받을수록 정말 부담감이 컸다. 눈물이 잘 안 나오면 제게 너무 힘든 신이 되겠다고 생각했다"며 "다행히 현장에서 임윤아 선배님 등 여러 선배님과 스태프가 제가 감정을 잡을 때까지 시간을 많이 주셔서 연기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였던 '음식'의 맛을 표현하는 연기 역시 그에게는 큰 도전이었다.
이채민은 "연기하기 정말 쉽지 않았다. 부끄러울 때도 많았는데, 음식이 주인공인 드라마여서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임했다"며 "'먹방' 관련 애니메이션이나 유튜브 등을 보면서 어떻게 먹어야 맛있어 보이면서도 불편하지 않을까 연구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사슴 혀 요리를 먹고 갑자기 갈대밭에서 뛰노는 장면이 가장 '현타'(현실자각타임)가 왔어요. 하지만 이 장면이 현장 반응도 뜨거웠고, 이헌의 광기있는 모습도 잘 드러난 것 같아 가장 만족스러웠죠."
촬영 현장에서 먹어본 음식 중 가장 맛있었던 요리는 명나라와의 1차 경합에서 대령숙수 연지영이 선보인 '비프 부르기뇽'이었다고 한다.
이채민은 "원래도 먹는 것을 정말 좋아하는데, 비프 부르기뇽 우대갈비는 너무 맛있어서 '컷' 사인이 나오고도 계속 음식을 넘겼다"고 떠올렸다.
이채민은 상대역인 임윤아와의 연상연하 커플 케미(호흡)와 로맨스 호흡에 대해 임윤아의 공이 컸다고 강조했다.
그는 "임윤아 선배님은 제가 너무 존경하는 가치관을 갖고 계셔서 배우로서든 사람으로서든 배울 점이 정말 많은 분이었다"며 "로맨스 호흡도 선배님이 이끌어주시는대로 했는데 예쁘게 잘 봐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선배님의 역할이 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드라마는 이헌이 현대로 넘어와 연지영을 다시 만나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됐다. 시청자들 사이에선 이헌이 어떻게 타임슬립을 했는지 의견이 분분했다.
이채민은 "사랑의 힘으로 (현대로) 왔다고 답을 내리고 싶다"며 "지영에 대한 사랑 때문에 망운록이 도와줬다고 생각하며 연기했다"고 웃어 보였다.
'폭군의 셰프'를 통해 대세 남자 주인공으로 발돋움하게 된 그는 이번 작품이 유독 특별하다고 했다.
그는 "제가 참여한 모든 작품이 소중하지만, 존경하던 선배님과 감독님을 만난 작품이어서 앞으로의 배우 생활에도 동기부여가 됐다"며 "제가 한 번 더 큰 열정을 갖고 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차기작으로 재벌가 역할을 맡거나, 멋진 누아르 작품을 해보고 싶다고 꼽았다. 그러면서 "좋은 배우이기 전에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려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