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TV 넘어 공연·전시 도전…"젊은 시청자 만나고 싶었죠"
작성자 정보
- 코난티비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 10 조회
- 목록
본문
황정원 '스페이스 공감' PD…'한국 인디음악 30주년' 기획 일환
지난해 개관 20주년, 2년째 무관객 방송…"다시 관객 만나고파"
(서울=연합뉴스) 고가혜 기자 = "방송은 오래된 미디어예요. 주 시청층은 점점 나이 들어가고, 젊은 시청자는 좀처럼 만나기 어려워지고 있죠. 평소 공연장이나 전시회에 가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곳엔 늘 젊은 관객이 있었어요. 우리 프로그램을 오프라인 공간에서 함께 관람하는 상상을 하곤 했죠."
6일 황정원 EBS '스페이스 공감' PD는 연합뉴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11월 처음 방송되는 '한국 인디음악 30주년' 특집 다큐멘터리 시리즈의 일환으로 지난달 오프라인 특별 전시와 공연 등을 기획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스페이스 공감'은 록, 팝, 재즈, 클래식, 월드뮤직, 국악 등 장르와 관계없이 다양한 음악과 음악가들을 소개하는 EBS의 대표적인 음악 방송이다.
2004년 시작해 올해로 21년 차를 맞이한 이 프로그램은 지난해 20주년 기념 '한국 대중음악 명반 100' 특집 20부작 다큐를 방송한 데 이어 올해 한국 인디 뮤직 30주년을 주제로 10부작 특집을 제작 중이다.
1995년 홍대 앞 라이브 클럽에서 한국 독립 음악이 태동한 이후, 30년에 걸쳐 이 장르의 발전을 이끈 '선구자'(Pioneer)들을 조명하는 프로젝트다.
다큐멘터리를 준비하며 제작진은 기존 TV 방송 매체의 틀을 벗어난 새로운 방식을 시도했다.
방송과는 별개로 해당 다큐의 주제에 맞춘 특별 야외 공연을 열고, 방송에 다 담지 못한 인터뷰 내용 등을 오프라인 전시로 함께 공개한 것이다.
"프로그램이 다큐멘터리 형식이다 보니 상당한 양의 인터뷰를 진행하게 됐어요. 그들의 음악을 대하는 태도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위기의 순간을 넘어서는 용기와 성취를 대하는 겸손함 등은 인터뷰를 마친 후에도 큰 여운을 남겼죠. 그 울림을 관객들과 공감하고 싶었어요."
EBS는 지난달 약 20일간 서울 용산구 노들섬 노들갤러리에서 특별전시 '19:95-20:25 45개의 음과 한 마디'를 열었다.
한국 인디 뮤직 30년 역사에 기여한 음악가들의 인터뷰 내용이 적힌 45개의 음표 기둥을 세우고, 관객들이 그사이를 걷다 마음에 와닿는 문장을 만나도록 했다.
또 단순히 보는 전시를 넘어 관객들이 함께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싱어롱' 상영과 나만의 음악 한 마디를 작곡해 보는 관객 참여 활동도 마련됐다.
황 PD는 이를 통해 방송 매체와 점점 멀어져 가는 젊은 시청자들과의 접점을 다시 만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시를 통해 곳곳에 숨어있던 수많은 젊은 시청자들을 만나 그들의 프로그램에 대한 지지와 애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오래된 프로그램이 젊은 시청자를 만나 교감하는 새로운 통로로서 전시의 가능성을 확인한 순간이었다"고 했다.
또 지난달 7일 노들섬 잔디마당에서는 특별 야외 공연 '위 아 파이오니어스'도 열렸다.
산울림의 리더 김창완이 결성한 김창완밴드, 음악감독 장영규가 이끄는 이날치, 신인 포크 듀오 '산만한 시선' 등 한국 인디 뮤직의 과거, 현재, 미래를 대표하는 음악가들이 무대에 올랐다.
EBS에 따르면 약 20일간 진행된 특별 전시에는 5천여명의 관객이 다녀갔으며, 공연에는 2천여명이 모였다.
EBS 스페이스 공감이 방송을 넘어 오프라인 공간까지 영역을 확장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관객을 향한 '목마름' 때문이었다.
지난 20여년 간 스페이스 공감은 라이브 음악에 대한 철칙을 바탕으로 매일 혹은 매주 150석 규모의 작은 공연장 '스페이스홀'에서 라이브 공연을 열어 왔다.
또 2007년 신인 뮤지션 발굴 오디션 '헬로루키'를 시작해 '장기하와 얼굴들', '국카스텐', '실리카겔', 'SURL' 등 신인 뮤지션을 발굴하기도 했다.
그러나 EBS는 2023년 9월부터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방송의 포맷을 전환해 무관객 라이브 녹화와 인터뷰를 중심으로 방송을 만들고 있다.
황 PD는 "2018년 경기도로의 사옥 이전 후 관람객의 접근성에 상대적으로 큰 제약이 생겼다"며 "또 2020년 펜데믹으로 정상적인 공연 진행이 어려워지면서 프로그램에 대한 고민이 커졌다"고 포맷 전환의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스페이스 공감의 최종 목표는 결국 다시 스페이스홀에서 관객들과 정기적으로 만나는 것이다.
황 PD는 "최근 2년 만에 스페이스홀에서 (일회성으로) 라이브 공연을 진행했다"며 "130여명의 관객과 함께 진행된 1시간의 공연은 스페이스 공감에서 공연과 관객이 갖는 의미를 다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프로그램의 포맷이 영구적으로 변경된 것은 아니다"라며 이번 10부작 방송을 모두 마친 뒤에는 다시 매주 관객을 만날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황 PD는 "스페이스 공감 연출자이기 전에 오랜 팬이었던 사람으로서, 누구보다 라이브 공연 재개를 갈망하고 있다"며 "2022년 진행 후 잠정 중단된 신인 뮤지션 발굴 프로젝트 '헬로루키'도 재개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3년간 소개하지 못한 새로운 음악과 팀들을 생각하면 스페이스 공감 PD로서의 부채감에 초조해집니다. 화려하지 않은 역할이더라도 미래 세대를 위해 EBS가, 스페이스 공감이 반드시 해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