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긴 장면에서 흔드세요" 코미디·애니 넘나드는 응원봉 상영

(서울=연합뉴스) 정래원 기자 = 금요일인 지난달 31일 저녁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 곳곳에서는 색색의 응원봉이 눈에 띄었다.

먼저 극장에서 특별 상영하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보러 온 관객들은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극 중 아이돌 그룹인 '헌트릭스'와 '사자 보이즈' 로고가 새겨진 응원봉을 손에 쥐고 있었다.

헌트릭스 멤버들과 똑같은 무대 의상을 맞춰 입고 오거나, 사자 보이즈처럼 얼굴에 핏줄 분장을 하고 저승사자 옷을 입고 온 관객도 있었다.

지드래곤의 월드투어 공연 실황 영화 '지드래곤 인 시네마 위버맨쉬' 관객들은 데이지꽃 모양의 공식 응원봉을 가지고 극장을 찾았다.

영화관 내부에 마련된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는 관객들은 마치 공연을 보러 온 팬들처럼 들뜬 모습이었다.

이색적인 건 공연 실황이나 음악에 관한 영화가 아닌 코미디 영화 '퍼스트 라이드'의 응원봉이었다.

강하늘·김영광·차은우·강영석·한선화 주연의 코미디 영화 '퍼스트 라이드'는 일반 상업영화로는 드물게 응원봉 상영을 시도했다.

웃긴 장면이나 마음에 드는 배우가 나올 때마다 응원봉을 흔들며 관람하는 것으로, 상영 전 관객들에게 하트 모양의 푸른색 응원봉이 제공됐다.

관객들은 영화 상영 중에는 조명을 끈 채로 응원봉을 자유롭게 흔들며 관람하다가, 크레딧이 나올 때 푸른색 조명을 켜고 박수를 치면서 호응했다.

쇼박스 관계자는 "지난달 20일 이화여대에서 진행한 쇼케이스에서 응원봉을 굿즈로 배포했는데 반응이 뜨거워 응원봉 상영회를 진행하게 됐다"며 "팬들도 관객들도 페스티벌처럼 즐길 수 있는 영화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설명했다.

가수들의 공연에서 사용되던 응원봉은 콘서트 실황을 담은 영화를 통해 극장으로 옮겨 왔다.

BTS나 아이유, 지드래곤 등 가수들의 공연 실황을 극장에서 상영하면서 팬들이 공연장에서 쓰던 응원봉을 그대로 가져와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식이다.

응원봉 중앙제어 시스템을 극장에서도 연동해 실제 공연장 같은 분위기가 연출된다.

지난해 개봉한 가수 임영웅의 콘서트 영화 '아임 히어로 더 스타디움'의 경우 임영웅의 응원봉인 '영시봉'을 활용한 상영회가 큰 인기를 끌면서 전국에 추가 회차가 편성되기도 했다.

'위키드'(2024)처럼 음악이 중심을 이루는 뮤지컬 영화에서도 비슷한 맥락에서 응원봉이 활용되곤 한다. 3D 영화 상영 전에 관객들에게 3D 안경을 나눠주듯이 극장에서 응원봉을 미리 준비해 배포하는 방식이다.

'퍼스트 라이드'의 사례처럼, 응원봉 상영이 관객 호응에 힘입어 음악·뮤지컬 영화를 넘어 애니메이션이나 일반 상업 영화로까지 확산하는 모습도 감지된다.

지난달 16일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 '극장판 주술회전: 회옥·옥절'은 음악이나 스포츠 등 통상적으로 응원의 대상이 되는 요소가 없음에도 지난달 25~26일 응원봉 상영이 진행됐다.

주요 등장인물이 나타나는 장면이나 액션 장면에서 관객들이 자유롭게 응원봉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행사로, 관객 호응에 힘입어 이달 1~2일 서울·대전·대구·수원·송도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 추가 편성됐다. 추가 편성된 상영회에서는 작품 속 성우들이 직접 전하는 응원 수칙 영상도 함께 제공될 예정이다.

응원봉 상영은 관객 참여를 유도해 극장으로 관객들을 끌어들이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CGV 관계자는 "최근 관객들은 단순히 영화를 '보는' 것을 넘어 함께 즐기고 참여하는 형태의 관람을 선호하고 있다"면서 "같은 취향의 관객들과 한 공간에서 함께 교감하는 즐거움이 더해지면서, 새로운 형태의 관람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지종 대중문화평론가는 "응원봉은 관객을 무대의 참여자로 업그레이드시켜주는 요소"라면서 "응원봉 상영을 통해 관객들이 직접 쇼의 한 부분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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