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국민배우'·'놀라운 인품'…안성기 별세에 추모 물결(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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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창호 "함께 좋은 작품해서 든든했다"…박중훈 "나의 스타, 존경하는 스승"
김동호 전 위원장 "한국 영화 위기 앞장서 해결할 배우인데…"
유니세프 "어린이 위해 목소리 높여주신 분"…배철수·윤종신 등 각계 애도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배우 안성기와 배창호 감독이 지난 2017년 4월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열린 '한국영화의 페르소나, 안성기展' 개막식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4.13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정래원 박원희 기자 = 5일 배우 안성기가 세상을 떠나자 고인과 작품을 같이 한 영화인들을 넘어 각계에서 추모 메시지가 이어졌다.
연출작 18편 중 13편을 안성기와 함께 작업해 고인과 인연이 깊은 배창호 감독은 5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우리 영화계를 위해서 할 일이 많은데 이렇게 일찍 떠나게 돼서 애석하기 그지없다"고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배 감독이 연출한 '꼬방동네 사람들'(1982), '고래사냥'(1984), '기쁜 우리 젊은 날'(1987) 등은 안성기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배 감독은 "그동안 함께 좋은 작품들을 할 수 있어서 든든했고, 감사했다"며 "그가 남긴 주옥같은 작품들을 관객분들과 함께 오래오래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인장으로 치러지는 고인의 장례에서 원로배우 신영균(명예위원장)과 이갑성 한국영화배우협회 이사장, 신언식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직무대행, 양윤호 한국영화인협회 이사장과 함께 공동 장례위원장을 맡았다.
배 감독은 "공동장례위원장으로서 그동안 안성기 씨를 사랑해주신 관객분들께 고인을 대신해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부산=연합뉴스) 유용석 기자 = 김동호 위원장과 배우 안성기가 7일 오후 부산시 해운대 수영만요트경기장에서 열린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PIFF) 개막식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10.10.7 [email protected]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도 통화에서 "명실상부한 국민 배우인데 너무 일찍 타계해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애통해 했다.
김 전 위원장은 고인이 부산국제영화제 개·폐막식 사회자나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장으로 젊은 영화인 육성에 주력한 점 등을 언급하며 "진짜 국민배우"라고 평했다.
이어 "요즘처럼 한국 영화가 위기 상황에 처했을 때 사실 앞장서서 해결할 수 있는 배우인데…"라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지난 2019년 4월 17일 서울 종로구 서울극장 서울아트시네마 상영관에서 영화진흥위원회와 한국영화 100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 주최로 열린 '한국영화 100년 기념사업' 경과보고 기자회견에서 추진위 공동위원장인 이장호 영화감독(오른쪽부터)과 배우 장미희씨, 홍보위원장인 배우 안성기씨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9.4.17 [email protected]
안성기에게 대종상영화제 신인상을 안겨 준 '바람불어 좋은날'(1980)의 이장호 감독은 "안성기는 굉장히 어질고 착한 사람이었다"며 "저는 평소에 스스로를 '법 없이는 살기 힘든 사람'으로, 안성기는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하곤 했다"고 떠올렸다.
이 감독은 그간 한 번도 공개된 적은 없지만 고인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곤 했다고 전했다.
그는 "배우로서도 그렇지만, 영화에 대한 예술적인 능력이 대단히 좋았다"며 "한 번도 발표는 안 했지만, 안성기가 쓴 시나리오를 읽고 감탄한 적이 있다"고 회상했다.
임권택 감독의 '화장'(2015) 등 작품에서 고인과 인연을 맺었던 심재명 명필름 대표는 "한국 영화계의 큰 별이 졌다는 것에 영화인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깝다"는 심정을 전했다.
그는 "제가 사회에 나와서 안성기 배우님처럼 따뜻한 분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며 "매사에 세심하시고, 배려심이 컸고, 철두철미하시고. 누구보다 영화를 정말 사랑하셨던 분이었다"고 고인을 추모했다.
(서울 = 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지난 2017년 10월 18일 오전 서울 금호아트홀에서 열린 제15회 아시아나 국제 단편영화제 공식 기자회견에서 안성기 집행위원장(왼쪽)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은 심사위원장인 정지영 감독. 2017.10.18 [email protected]
영화 '남부군'(1990)을 시작으로 '하얀 전쟁'(1992), '부러진 화살'(2012) 등에서 고인과 호흡을 맞춘 정지영 감독은 통화에서 "상당히 만감이 교차해서 정리해서 얘기하기가 힘들다"며 깊은 슬픔을 나타냈다.
그는 "우리는 안성기 씨가 한국 영화사 속에 어떤 자리매김을 했던 사람인가를 지금부터 정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안성기 씨에 대한 정리를 남아 있는 영화인들이 해줘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서울=연합뉴스) 배우 안성기 출연작 '라디오스타'의 한 장면. 오른쪽은 배우 박중훈. 2026.1.5 [한국영상자료원 KMDb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email protected]
고인과 '칠수와 만수', '인정사정 볼것 없다', '라디오 스타' 등 대표작을 함께한 배우 박중훈은 지난해 출간한 에세이에서 안성기와의 특별한 인연을 언급하며 "선배님은 나의 스타이자, 존경하는 스승이자, 친구 같은 존재"라고 적었다.
박중훈은 혈액암 투병 중이던 안성기를 찾아가 '선배님이 계셔서 제 인생이 참 좋았다'고 말했고, 말없이 웃는 안성기를 보며 눈물을 참느라 힘들었다는 일화를 전하기도 했다.
후배 배우들과 가수 등 연예계에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추모 메시지가 줄을 이었다.
배우 신현준은 SNS에 고인의 출연작 사진들을 연달아 올리고 "참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좋은 배우는 좋은 사람이다, 사랑합니다 선배님"이라고 남겼다.
정보석도 "배우로서의 길라잡이가 되어주셨던 제 마음속 또 한 분의 큰 스승인 안성기 형님, 떠나시기에는 너무 이르지만 그래서 너무나 안타깝지만 가시는 길 편히 가십시오"라고 애도했다.
고현정과 박신혜, 고경표, 이시언, 이동휘 등 후배 배우들도 SNS를 통해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서울=연합뉴스) 국민 배우 안성기가 5일 별세했다. 향년 74세.
사진은 배우 안성기가 황신혜와 함께 출연한 영화 '기쁜 우리 젊은날'의 포스터. 2026.1.5 [한국영상자료원 KMDb 제공. 판매 및 DB 금지]] [email protected]
이동진 영화평론가는 블로그에 올린 장문의 글에서 고인의 출연작을 하나하나 열거하며 "거대한 생애가 남긴 일부만 적으려 해도 수많은 영화들이 연이어 생생히 떠오른다"고 돌아봤다.
그는 고인에 대해 "한국 영화계의 위대한 별이시면서 말 그대로 한국 영화의 역사 그 자체셨다"며 "그 긴 세월 동안 모두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는 놀라운 인품과 덕망의 소유자이기도 하셨다"고 적었다.
가수 겸 라디오 DJ 배철수는 인스타그램에 과거 안성기와 함께 '배철수의 음악캠프' 배너 앞에서 찍은 사진을 공개하고 "만나면 늘 환하게 웃어 주시던 안성기 형님, 명복을 빕니다"라고 추모했다.
가수 윤종신도 안성기의 젊은 시절을 담은 흑백사진과 함께 "오랜동안(오랫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정말 좋아했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애도했다.
고인이 친선대사로 활동했던 유니세프 한국위원회는 홈페이지를 통해 감사와 애도 메시지를 전했다.
유니세프 한국위원회는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결같은 애정으로 어린이 곁을 지켜주신 안성기 친선대사님이 이제 우리 곁을 떠나셨다"며 "거리에서, 구호현장에서 어린이를 위해 목소리를 높여 주셨던 그 진심과 늘 주변 사람들을 먼저 배려해 주셨던 따뜻한 마음 잊지 않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