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우의 조력자서 '후임'으로…전주원 "업적에 누 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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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농구 우리은행 지휘봉…"위 감독과 똑같이 못 해도 비슷하게라도"
"사실 선수 시절 난 '쫄보'…우리 선수들 자신 있게 하도록 이끌고파"
(서울=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위 감독님과 똑같이는 못 해도, 최대한 비슷하게는 하려고 노력해야죠."
선수 시절 한국 여자농구 최고의 포인트가드였고, 코치로는 아산 우리은행 '왕조'를 세우는 데 기여한 전주원(53) 감독이 프로 사령탑으로 건넨 첫 마디는 '부담감'이었다.
15일 우리은행의 새 사령탑에 선임된 전 감독은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아직은 부담감만 크고 솔직히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 구단이나 주변에서 많이 기대해주시는데, 부응하고자 많이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2012년부터 팀을 이끌며 정규리그 10회, 챔피언결정전 8회 우승을 지휘해 '왕조'를 이룬 위성우 감독이 일선 퇴진 의사를 밝히면서 우리은행은 그에게 총감독을 맡기고 전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낙점했다.
전 감독은 위 감독이 우리은행에 부임한 2012년 코치로 합류해 팀의 전성기를 함께 만들어 온 최고의 조력자였다. 위 감독으로선 가장 믿고 맡길 수 있는 지도자에게 우리은행 지휘봉을 넘겨준 셈이 됐다.
전 감독은 "위 감독님이 지난 2년 정도 입버릇처럼 '나 너무 힘들어. 이제 안 할 거야'라고 말해오셨는데, 이번엔 정말 단장님을 찾아가 얘기를 하셨다더라. 그러면서 제게도 '너도 이제 감독해야 하지 않겠냐'고 하시길래 '구단에서 결정하면 그때 생각할게요'라고 하고 말았는데, 점점 현실이 됐다"고 했다.
"엄청나게 부담이 된다"고 재차 강조한 전 감독은 "위 감독님이 보통의 감독님은 아니시지 않나. 그분이 해놓은 것의 얼마만큼 갈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없지만, 최대한 업적에 누가 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우리은행의 업적이기도 하니까"라고 각오를 다졌다.
이어 "위 감독님이 그동안 정말 많이 고생하셨고, 제게 '큰 나무'가 돼 지켜주셔서 잘 배웠다. 감사하다"면서 "14년을 함께 하다 보니 농구를 볼 때 화내는 포인트라든가 감독님과 닮은 구석이 많이 생겼는데, 똑같이는 못 해도 최대한 비슷하게 하려고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2021년 도쿄 올림픽 여자농구 대표팀 사령탑을 지내며 이미 '준비된 프로 감독'이라는 말을 들어온 전 감독은 선수 시절엔 더 대단했다.
1990년대 실업 무대부터 2011년 신한은행에서 은퇴할 때까지 20년을 뛰며 어시스트 부문 1위를 도맡아 지금도 여자농구 역사상 최고의 포인트가드로 꼽힌다.
2004년 임신으로 코트를 떠났다가 이듬해 복귀해서도 최정상급 기량을 유지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쿠바를 상대로 올림픽 최초의 트리플더블을 작성하는 등 당시 한국의 4강 진출을 이끌며 태극마크를 달고도 맹활약했다.
"사실 저는 '쫄보'다. 얼굴에 티가 나지 않아 사람들은 몰랐겠지만, 선수 시절 몸을 풀 때 손이 떨릴 정도"였다는 믿기 어려운 얘기를 전한 전 감독은 "아직 제가 '컬러'를 논할 수는 없지만, 선수들이 저처럼 겁내지 않고 자신감 있게 할 수 있도록 이끌고 싶다. 자기 기량을 코트에서 잘 펼쳐 보이면 좋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이어 선수들에게는 "코치와 감독은 아무래도 다르니까 이제는 '감독 전주원'의 모습을 봐줬으면 좋겠다. 믿고 따라와 달라"고 주문했다.
위 감독이 마지막으로 이끈 이번 2025-2026시즌 우리은행은 선수들의 줄부상 악재 속에 4위로 플레이오프(PO) 막차를 탔고 PO에선 1위 팀 청주 KB에 3연패를 당해 다른 때보다 시즌을 일찍 마무리했다.
팀 재정비부터 나서야 할 전 감독의 마음은 이미 분주하다.
전 감독은 "멤버도 그렇고 아직 백지상태다. 부상 문제도 있고, 아시아 쿼터도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면서 "전지훈련 등 일정도 구단과 상의해서 잡아야 하고 할 일이 많다. 하나씩 빨리 풀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전 감독이 가세하면서 다음 시즌 여자프로농구에는 6개 구단 중 절반인 3개 팀의 사령탑이 여성으로 채워졌다. 전례 없는 일이다.
선수로는 후배인 박정은(49) 부산 BNK 감독, 최윤아(40) 신한은행 감독과 상대 사령탑으로 만나게 된 전 감독은 "'경쟁자'라고 하기엔 저는 초보다. 신고식을 해야 하는 입장"이라고 웃으며 "저희가 잘해야 후배들이 좋은 길을 갈 수 있으니 함께 후배들을 잘 이끄는 모범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