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아픈 척' 기지 발휘한 불혹의 kt 우규민…피어나는 KS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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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프로 데뷔 22년 차, 41세 베테랑 투수에게 닥친 절체절명의 위기는 노련미를 돋보이게 하는 무대였다.
프로야구 kt wiz 불펜 투수 우규민이 마운드 위에서 보여준 관록이 선두 질주를 이어가는 팀에 큰 힘을 불어넣었다.
우규민은 지난 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전 6-6으로 팽팽하게 맞선 연장 10회말 1사 만루 위기에서 구원 등판했다.
첫 타자 주성원의 강습 타구가 그의 정강이를 때리고 굴절됐지만, 우규민은 침착하게 공을 잡아 옆으로 넘어지며 홈으로 정확히 송구해 아웃카운트를 잡았다.
타구에 맞은 직후 그는 한동안 그라운드에 누워 고통을 호소했다.
하지만 10일 고척스카이돔에서 만난 우규민은 이를 두고 "생각보다 괜찮았지만, 다음 투수들이 불펜에서 몸을 풀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일부러 조금 더 누워 있었다"며 웃어 보였다.
이어 "코치님이 올라오셨을 때도 '조금만 더 누워 있겠다'고 말씀드렸다. 마침 교체 생각이 없으시다고 해 푹 쉬고 일어났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숨을 고르고 워밍업 시간을 벌어준 베테랑다운 기지가 빛난 순간이었다.
타구에 맞은 여파로 투구 밸런스가 흔들릴 법도 했지만, 우규민은 뚝심으로 이닝을 매조졌다.
이어진 2사 만루 김건희와 대결에서는 2구째 몸쪽 공이 유니폼 옷깃을 스치는 듯한 아찔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다행히 상대 벤치에서 비디오 판독을 신청하지 않아 한숨을 돌린 우규민은 "저도 살짝 스친 줄 알았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볼카운트 2볼로 몰린 상황에서도 그는 "밀어내기 볼넷은 정말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무조건 결과를 내고자 가운데로 던졌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결과는 헛스윙 삼진이었고, 팀은 6-6 무승부로 경기를 지켜냈다.
2004년에 데뷔한 우규민은 '현역 최장기간 한국시리즈(KS) 무경험'이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를 달고 있다.
하지만 올 시즌 소속팀 kt가 리그 1위를 달리면서, 그의 오랜 꿈도 조금씩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우규민은 11경기에 등판해 1홀드 평균자책점 5.40으로 불펜에서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는 체력 관리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잘 먹고 잘 쉬며 코치님과 감독님께서 배려를 많이 해주셔서 최선을 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4월까지는 (한국시리즈 생각을) 아예 안 했는데, 5월 들어 야수진의 시너지가 나고 실점해도 바로 득점이 나는 등 팀이 확실히 강해진 걸 느끼면서 살짝 행복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고 털어놓았다.
오랜 기간 기다려온 무대인 만큼 각오도 단단하다.
우규민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니 설레발치거나 김칫국부터 마시지 않겠다. 지금의 좋은 분위기를 잘 유지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