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독일 총리 "대단한 경기" 위로했다가 여론 뭇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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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만큼 축구도 모르네"…총리·대표팀 싸잡아 비아냥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북중미 월드컵 32강전에서 탈락한 축구 대표팀을 위로한다며 "대단한 경기였다"고 했다가 정치는 물론 축구도 모른다는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메르츠 총리는 29일(현지시간) 독일이 파라과이에 승부차기 끝에 3-4로 져 16강 진출에 실패하자 엑스(X·옛 트위터)에 "DFB(독일축구협회) 팀! 탈락이 아쉽지만 정말 대단한 경기였다. 이번 월드컵에서 보여준 투지와 팀워크가 온 나라에 감동을 줬다"고 적었다.
이 게시물에는 10시간여 만에 1만 개 넘는 댓글이 달렸다. "어떤 경기를 봤는지 모르겠네. 당신은 이미 인식장애로 꽤나 유명하다", "축구 보는 눈이 정치만큼 형편없네", "대표팀이 총리랑 딱 맞는다", "독일 축구가 이 나라의 현실을 정확히 반영한다" 등 대부분 메르츠 총리와 대표팀을 싸잡아 조롱하는 내용이었다.
야당인 자유민주당(FDP) 소속 마리아그네스 슈트라크치머만 유럽의회 의원은 "경기와 이 분석 중 어느 게 더 형편없는지 모르겠다"며 "야망도 아이디어도 없고 결국 속수무책이었다. 대표팀은 마치 연방정부처럼 경기한다"고 꼬집었다.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SZ)은 "메르츠의 게시물이 놀라움을 안겼다"며 "과연 경기를 봤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댓글이 폭주하자 메르츠 총리는 30일 또 게시물을 올려 "우리는 승리를 함께 축하하고 패배해도 함께 한다. 가슴에 (국가 상징) 독수리 문양을 달고 뛰는 선수들은 비난 아닌 지지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덧붙였다. AP통신은 월드컵 중도 탈락과 메르츠 총리 게시물에 대한 반응을 두고 "샤덴프로이데(남의 불행을 즐기는 마음)가 번지고 있다"고 논평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0위 독일은 한 수 아래 팀들과 묶인 E조에서 1위로 32강 토너먼트에 진출하긴 했다. 그러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에콰도르에 1-2로 지는 등 부진한 경기력을 보인 끝에 FIFA 랭킹 41위 파라과이에 밀려 짐을 싸게 됐다.
독일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통산 네 번째로 우승한 뒤 2018년 러시아, 2022년 카타르 대회 모두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율리안 나겔스만 감독은 다섯 번째 우승이 목표라고 했었다. 그러나 최근 10년간 전력이 하락세를 그려 객관적으로 우승 후보는 아니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메르츠 총리는 취임 1년여 만에 지지율이 급락해 전임 올라프 숄츠를 뛰어넘어 역대 가장 인기 없는 총리로 꼽히고 있다.
나겔스만 감독은 국가대표팀에서 은퇴한 마흔살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바이에른 뮌헨)를 대회 직전 명단에 포함시키는 등 선수 기용에서 여러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32강에서 탈락한 직후 "사퇴하지 않겠다. 독일축구협회가 나를 원하지 않는다면 그때 떠나겠다"고 말했다. 독일에서는 벌써 위르겐 클롭 전 리버풀 감독이 차기 감독 물망에 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