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잠실] ④거친 함성을 하나의 문화로…응원의 메카 잠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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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0∼1990년대 거친 함성, 잠실서 노래·박수 응원으로 진화

    LG '열광'·두산 '리듬 응원' 선도…응원가엔 두 팀 정체성

    마지막 축제 앞두고 LG·두산 응원단도 '만반의 준비'

    1994년 LG 트윈스 팬들이 노란 막대풍선을 들고 응원하는 모습
    1994년 LG 트윈스 팬들이 노란 막대풍선을 들고 응원하는 모습

    [LG 트윈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동한 기자 = 선수마다 응원가가 붙고, 응원단장의 구호 하나에 수만 관중이 노래와 박자, 율동으로 응답하는 장면은 한국 프로야구가 만들어낸 특색 있는 관람 문화다.

    정치적 격동기 속 지역감정까지 뒤섞여 터져 나오던 1980년대와 1990년대 초반 거친 함성을 하나의 응원 문화로 바꿔낸 변화의 중심에 서울 잠실구장이 있었다.

    지역 연고를 기반으로 출범한 프로야구가 뿌리내리던 1980년대와 1990년대 초반의 야구장은 뜨거운 응원 열기만큼이나 거친 공간이었다.

    1986년 한국시리즈 3차전이 열린 대구구장에서는 삼성 라이온즈가 해태 타이거즈에 역전패하자 홈 관중들이 해태 선수단 버스에 불을 지르는 일까지 벌어졌다.

    1990년 8월 26일 잠실 해태-LG 트윈스전에서는 8회초 3루 쪽 해태 응원 팬들이 그라운드로 뛰어들고 1루 쪽 LG 팬까지 뒤엉켜 경기가 1시간 넘게 중단됐으며, 빈 병과 깡통, 오물까지 관중석에서 날아들었다.

    팀을 향한 애정과 승부에 대한 몰입은 컸지만, 그 열기를 담아낼 관람 문화와 응원 방식은 정착되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잠실구장은 무질서하게 터져 나오던 함성을 응원단장의 구호와 응원가, 박수와 안무가 어우러진 하나의 관중 문화로 바꿔낸 실험장이었다.

    1994년 6월 11일 태평양-LG 경기 도중 심판 판정에 불만을 품은 관중 한명이 그라운드로 뛰어들어 심판의 멱살을 잡고 행패를 부린 모습
    1994년 6월 11일 태평양-LG 경기 도중 심판 판정에 불만을 품은 관중 한명이 그라운드로 뛰어들어 심판의 멱살을 잡고 행패를 부린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 '열광'의 LG와 '리듬'의 두산, 응원 문화를 선도하다

    거친 함성이 노래와 박수, 율동이 어우러진 응원 문화로 바뀌기까지 잠실 관중석은 오랜 시행착오를 거쳤다.

    2000년대에 접어들기 전까지 야구장은 거친 응원 문화와 과열된 분위기 탓에 지금처럼 가족이나 연인이 자연스럽게 찾는 공간은 아니었다.

    술에 취한 관중의 단상 난입, 경기에 집중하고 싶어 하던 팬들의 항의, 여성 치어리더를 향한 희롱까지 감내해야 했던 응원단은 개인기와 쇼맨십으로 관중을 웃기고 달래며 거친 분위기를 응원의 에너지로 바꿔내야 했다.

    응원단은 응원 유도뿐 아니라 술에 취하거나 흥분한 관중을 자제시키고, 선수와 팬을 향한 거친 반응을 누그러뜨리는 경기장 안의 중재자 역할도 맡았다.

    이런 상황에서 LG는 경기장에 응원 문화를 불어넣었다.

    LG는 1993년 응원단과 전속 계약을 맺으면서, 주말 경기나 승부처에만 이벤트처럼 등장하던 응원단을 매 경기 관중석 앞으로 불러냈다.

    이듬해 1994년 한국시리즈에서는 LG가 처음 선보인 노란 막대풍선이 잠실 관중석을 물들이며 새로운 응원 문화가 시작됐다.

    7∼8회 승부처마다 '열광' 응원에 맞춰 관중은 자리에서 일어나 '사랑해요 LG'와 '무적 LG'를 외쳤고, 무릎과 박수를 맞추는 반복 동작은 잠실 관중석을 하나의 거대한 응원 물결로 만들었다.

    1990년대 활동했던 정석진 LG 초대 응원단장은 "LG는 전신인 MBC 청룡 시절부터 이어진 팬들과 젊은 팬들이 섞여 있어 팬층이 다양했다"며 "그래서 단순하면서도 선이 굵고 파워풀한 응원을 만들려고 했다. '열광'은 군무형 퍼포먼스였다"고 회상했다.

    이어 "OB 베어스(현 두산)가 새로운 시도를 하면 LG도 뒤처지지 않으려고 고민했고, LG가 새로운 걸 시도하면 OB도 자극을 받았다"며 "서로를 견제하면서도 끌어올리는 관계였기 때문에 잠실의 응원 문화가 더 빨리 발전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1995년 10월 14일 한국시리즈 1차전 당시 OB 베어스 응원단과 팬들이 응원하고 있는 모습
    1995년 10월 14일 한국시리즈 1차전 당시 OB 베어스 응원단과 팬들이 응원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OB는 1998년 앰프를 활용한 리듬 응원을 시도하며 육성 응원 중심이던 응원 문화에 변화를 줬다.

    이전까지 응원단장이 목소리로 박자와 구호를 이끌었다면, 리듬 응원은 음악을 바탕으로 관중이 더 쉽게 박자를 맞추고 응원에 참여할 수 있게 했다.

    이 흐름은 선수별 응원가와 상황별 음악이 관중석을 이끄는 지금의 응원 문화가 자리 잡는 데 밑거름이 됐다.

    2000년대 초중반 두산 베어스는 관중이 손에 든 스파클러로 어두운 관중석에 불빛을 수놓는 응원을 선보였다.

    승부처마다 관중석에 번진 흰 불빛은 휴대전화 플래시 응원으로 이어졌고, 두산의 팀 컬러인 흰색과도 어울렸다.

    여기에 잘될 때도, 잘되지 않을 때도 끝까지 버티는 야구의 시간이 인생과 닮았다는 메시지를 담은 밴드 봄여름가을겨울의 '브라보 마이 라이프'(Bravo, My Life!)가 더해졌다.

    노래와 불빛이 함께 만든 응원은 선수들에게도 전해졌고, 두산 선수들은 그 함성 속에서 몸을 던지는 '허슬두' 플레이를 이어갔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중반 활동한 송창훈 두산 4·6대 응원단장은 "시즌 전 응원단과 구단 프런트가 회의하면서 새로운 응원을 고민했고, 음악 리듬을 넣어 관중을 유도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며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음악이 깔리면 관중이 박자를 맞추기가 훨씬 쉬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7∼8점 차로 지고 있는 경기 후반이면 팬들도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그럴 때는 '7·8·9회에 3점씩만 내면 역전할 수 있다'는 식으로 팬들을 웃기면서 선수들에게 힘을 보내자고 유도했다"고 말했다.

    현재 LG 트윈스 응원 모습
    현재 LG 트윈스 응원 모습

    (서울=연합뉴스) 김동한 기자 = 2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LG 트윈스전에서 LG 팬들이 응원하고 있다. 2026.6.21 [email protected]

    ◇ 'FOREVER LG'와 '승리를 위하여', 응원가에 담긴 두 팀의 정체성

    현재 LG와 두산의 응원은 각 구단의 전통과 정체성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응원 자체를 즐기러 경기장을 찾는 관중까지 끌어안는 대중적인 방식으로 확장하고 있다.

    LG 응원은 '무적 LG'라는 구호와 전신 MBC 청룡에서 이어진 서울 연고 구단의 자부심을 중심에 둔다.

    그 정체성을 담은 대표 응원가가 2016년 만들어진 'Forever LG'다.

    팬들은 'Forever LG'가 울려 퍼지면 노란색 타월을 좌우로 흔들며 '사랑한다 나의 LG여', '영원하라 무적 LG여'를 함께 외치며 하나가 된다.

    '서울의 아리아' 역시 서울 연고 구단이라는 LG의 자부심을 담아낸다.

    이윤승 LG 응원단장은 "LG를 가장 잘 표현하는 응원가를 꼽으라면 'FOREVER LG'"라며 "팬들은 팀을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하고, 선수들도 '무적 LG'라는 이름에 자부심을 갖는다"며 "팀 응원가는 팬들도 웅장한 느낌을 원하기 때문에 너무 가볍게 만들지 않으려고 한다. LG라는 팀의 색깔을 담을 수 있는 방향으로 계속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산 응원은 '최강 두산'이라는 구호와 '베어스'가 주는 힘 있는 이미지를 기조로 한다.

    2015, 2016, 2019시즌 세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치며 굳어진 강팀의 기억도 응원가에 스며들었다.

    2015년 발표된 '승리를 위하여'는 '최강 두산'과 '나가자 싸우자 우리의 베어스'라는 구호로 두산 응원의 색깔을 드러낸다.

    노래가 울려 퍼질 때 팬들은 두산 로고가 새겨진 흰색 깃발과 흰색 타월을 함께 흔들고, 관중석은 팀 컬러인 흰색으로 물든다.

    팀의 최전성기와 맞물려 잠실에 울려 퍼진 이 노래는 상대 팬들에겐 강팀 두산의 압박감을 떠올리게 하는 응원가가 됐다.

    한재권 두산 응원단장은 "두산을 가장 상징하는 응원가를 꼽으라면 '승리를 위하여'다. 두산은 결국 승리를 향해 가는 팀이기 때문이다. 올해 만든 '서울의 베어스'도 팬들이 좋아해 주고 있고, 서울이라는 의미도 담겨 있어 애착이 간다"고 말했다.

    현재 두산 베어스 응원 모습
    현재 두산 베어스 응원 모습

    (서울=연합뉴스) 김동한 기자 = 2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LG 트윈스전에서 두산 팬들이 응원하고 있다. 2026.6.21 [email protected]

    ◇ 잠실의 마지막 축제 앞두고…LG·두산 응원단도 '만반의 준비'

    오는 7월 11일 2026 KBO리그 올스타전은 잠실구장에서 열린다.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마지막 올스타전이다.

    정규시즌 뒤 LG나 두산이 포스트시즌 홈경기를 치르게 된다면, 철거를 앞둔 잠실구장에서 마지막 가을야구가 펼쳐질 가능성도 있다.

    1990년대 초중반 척박했던 프로야구 응원 문화를 함께 개척하고 성숙한 관중 문화로 키워낸 두 팀의 응원단은 잠실의 마지막 축제도 허투루 보낼 수 없다는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다.

    이윤승 LG 응원단장은 "지금은 우리 팀이 가장 높은 곳에 있을 수 있도록 응원으로 뒷받침하는 게 먼저지만 팀이 한국시리즈에 올라가게 되면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재권 두산 응원단장은 "잠실에서 열리는 마지막 올스타전에 (팬들이 느낄 만한) 확실한 메리트가 있다"며 "이곳에서 마지막 추억을 잘 쌓고, 팬들과 행복한 기억을 만든 뒤 넘어갔다가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2015시즌 한국시리즈 5차전 당시 두산 베어스의 플래시 응원
    2015시즌 한국시리즈 5차전 당시 두산 베어스의 플래시 응원

    [두산 베어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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