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감독이 되지 못한 국민타자…이승엽 두산 감독, 조기 퇴진
작성자 정보
- 코난티비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 38 조회
- 목록
본문
2023년, 2024년 PS 진출하고도 '야유'로 마무리
계약 마지막 해에는 시즌 초 9위로 처져 중도 사퇴

(서울=연합뉴스) 두산 베어스 이승엽 감독이 2일 계약 기간 3년을 채우지 못하고 감독직에서 자진 사퇴했다. 두산은 2일 23승 3무 32패로 10개 팀 가운데 9위에 머물러 있다. 2025.6.2 [연합뉴스 자료사진]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3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두산 베어스와 작별한 이승엽 전 감독이 재임 중 가장 자주 했던 말은 "우리 선수들 많이 응원해 달라. 우리가 잘할 땐 꼭 선수를 앞에 내세우고, 부진할 때 나를 질책해달라"였다.
두산은 물론이고, 한국프로야구 다른 구단 사람들도 이승엽 전 감독의 성공을 바랐다.
하지만, 현역 시절 '국민타자'로 불리며 사랑받은 이승엽 전 감독은 '국민 감독'이 되지 못한 채 '감독 1기'를 마쳤다.
두산은 2일 "이승엽 감독이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고, 구단이 이를 수용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이승엽 전 감독이 구단 사무실을 찾아 관계자와 면담했고, 사퇴 절차를 밟았다.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이승엽 신임 감독이 1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2022.10.18 [email protected]
이승엽 전 감독은 2022년 10월 18일 두산의 제11대 사령탑에 취임했다.
두산은 한국 야구가 낳은 최고 스타 이승엽 전 감독과 처음 사령탑에 오른 감독으로는 최대 규모인 총 18억원(계약금 3억·연봉 5억)에 사인했다.
현역 시절 이승엽 전 감독의 KBO리그 성적은 1천906경기, 타율 0.302(7천132타수 2천156안타), 467홈런, 1천498타점이다. 은퇴 시점에서는 통산 홈런 1위(현재는 최정이 1위)였고, 단일 시즌 최다 홈런 기록(2003년 56개)도 보유했다.
KBO 최우수선수(MVP)와 홈런왕을 각각 5차례, 골든글러브를 10차례 수상하기도 했다.
지바롯데 머린스, 요미우리 자이언츠, 오릭스 버펄로스에서 뛰며 일본프로야구에서 거둔 성적은 797경기, 타율 0.257, 159홈런, 439타점이다.
2017시즌 'KBO리그 첫 은퇴 투어'를 펼치며 은퇴한 이승엽 전 감독은 해설위원, KBO 홍보대사와 기술 위원, 야구장학재단 이사장으로 활동하다가 두산 지휘봉을 잡았다.
코치를 거치지 않고 감독이 된 이승엽 전 감독을 향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인사도 있었다.
이 전 감독은 두산 사령탑에 오르며 "지금 내게 가장 많이 붙는 단어가 '초보 감독'이다. 코치 경험도, 지도자 연수도 받은 적이 없기 때문"이라며 "2023시즌이 시작되면, 지금의 평가를 '준비된 감독'으로 바꾸겠다. 모두가 '쉽지 않은 도전'이라고 말씀하신다. 그러나 나는 자신이 없었다면 이 도전을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이 23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 두산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11.24 [email protected]
사령탑 부임 후 이승엽 전 감독은 숱한 불면의 밤을 보냈다.
이 전 감독은 현역 시절 반성과 노력을 통해 한 걸음 더 나아갔고,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타자가 됐다.
감독이 된 후에도 이승엽 전 감독은 반성하고 노력했다. 현역 시절처럼, 진정한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믿었다.
하지만, 사령탑의 노력이 성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초보 사령탑 이승엽 전 감독은 2022년 9위에 그친 팀을 이어받았다.
두산은 2023년 정규시즌 74승 2무 68패(승률 0.521), 5위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진출했다.
하지만, 2015년부터 2021년까지, 7시즌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세 차례 우승(2015년, 2016년, 2019년)을 차지한 기억을 떠올린 두산 팬들은 팀의 2023년 성적에 만족하지 못했다.
2023년 마지막 홈 경기가 된 10월 16일 잠실 SSG 랜더스전 뒤에는 이승엽 감독이 마이크를 잡자 아쉬움 섞인 야유를 보내는 팬도 있었다.
이 전 감독은 "당연히 (팬들의 야유에) 충격받았다. 잊을 수 없는 순간"이라고 털어놨다.
하지만, 이 감독은 누구도 원망하지 않았다. 오로지 자신에게 화살을 돌렸다.
당시 그는 "내가 부족했다는 걸 또 한 번 느꼈다. '1년 차 감독이니까 부족할 수 있다'는 말은 나 자신도 용납할 수 없다"며 "내가 부족하다는 걸 느꼈고, 팬들이 올해 우리 팀 성적에 아쉬움을 느끼셨으니 다음 시즌은 더 철저하게 준비하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2024년에는 야유가 아닌 박수를 받으며 시즌을 끝낼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2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시작에 앞서 두산 이승엽 감독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2024.9.24 [email protected]
2024년에도 이 전 감독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지난해에도 두산은 2023년과 같은 승률(0.521·74승 2무 68패)을 찍었고, 순위는 한 계단(4위) 높였다.
최소한의 목표였던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는 성공했으나 외국인 선수의 집단 부진 탓에 '진짜 목표'였던 3위에 오르지는 못했다.
이 전 감독은 포스트시즌에서는 한 번도 승리하지 못했다.
1패를 안고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나선 2023년에는 NC 다이노스와 첫 경기에서 패했고, 지난해에는 2경기에서 1무만 해도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었지만 kt wiz에 와일드카드 결정 1, 2차전을 모두 내줬다.
2015년 KBO가 도입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4위 팀이 준플레이오프에 나서지 못한 건, 2024년 두산이 처음이었다.
지난해 와일드카드 결정 2차전이 끝난 뒤, 두산 팬들은 또 한 번 이승엽 전 감독에게 야유를 보냈다.
2025시즌을 시작하며 이승엽 전 감독은 "2년 전, 취임식에서 3년 안에 한국시리즈에 가겠다고 말씀드렸다. 그 목표는 유효하다"라며 "다른 9개 구단의 전력이 강화됐고, 밖에서는 우리의 전력이 보강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내부적으로 경쟁 구도가 갖춰졌다. 우리 팀이 어떻게 바뀌고, 어떤 결과를 내는지 지켜봐 달라"라고 말했다.
신중한 성격의 이승엽 감독이 드러낼 수 있는 '자신감의 최대치'였다.
그러나 두산은 2일 현재 9위(23승 32패 3무)로 처졌고, 이 전 감독은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정규시즌 346경기를 지휘한 이승엽 전 감독의 승률은 0.504(171승 168패 7무)였다.
이 기간 순위는 5위다.
두산도, 팬도, 이승엽 전 감독도 만족할 수 없는 성적표였다.
모두가 이승엽 전 감독을 '좋은 사람'으로 기억하지만, 이 전 감독은 성적을 낸 사령탑이 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