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진 '나홀로 플레이'로 도마 오른 한국여자오픈 무더기 기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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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연합뉴스) 권훈 기자 = 대한골프협회(KGA) 국가대표 박서진(대전여고부설방통고 2년)은 13일 충북 음성군 레인보우힐스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DB그룹 한국여자오픈 2라운드에서 혼자 경기했다.
원래 3인 1조 경기에서 동반 선수 김우정과 윤다현이 기권했기 때문이다.
김우정은 전날 1라운드를 마치고 기권했고, 윤다현은 2라운드를 시작했지만 12번 홀 티샷을 친 뒤 경기를 포기했다.
박서진이 졸지에 마커(동반 선수)가 모두 사라지는 황당한 상황을 맞자 경기위원회는 급히 경기위원을 보내 마커로 투입했다.
골프 경기에서 동반 선수를 뜻하는 마커는 단순히 함께 경기하는 선수가 아니라 서로 동반 선수의 스코어카드를 작성하고 규칙 위반 등을 감시하는 역할을 맡는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대회에서는 이런 경우에 선수가 마커 없이 경기하겠다면 '나 홀로 플레이'를 허용하지만, 한국여자오픈은 마커 없이 경기를 치르는 것은 허용하지 않는다.
경기위원이 맡던 마커는 2개 홀만 치른 뒤에는 경기 데이터 수집 요원이 이어받았다.
박서진의 스코어카드는 당연히 이들 임시 마커가 작성했고, 박서진의 서명을 받아 제출됐다.
박서진은 이날 2언더파 70타를 쳐 전날 3언더파에 이어 이틀 연속 언더파 스코어를 냈다.
중간 합계 5언더파 139타는 우승 경쟁에도 뛰어들 수 있는 빼어난 성적이다.
177㎝의 큰 키에서 뿜어나오는 장타 등 볼 스트라이킹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박서진은 작년 박카스배 전국시도학생 팀 선수권대회 단체전과 개인전 2관왕에 올랐고 올해 한국·일본·대만 친선경기 네이버스컵 단체전 우승에 힘을 보탰다.
그동안 다소 심약한 성격 때문에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최근 정신력이 강해지면서 경기력이 급상승했다.
이날 박서진은 16번 홀(파5)에서 두 번째 샷으로 홀 2.5m 거리에 볼을 떨궈 이글을 잡아냈다.
박서진은 "스펙터클한 날이었다"면서 "짧은 버디 기회를 많이 놓쳤다. 코스가 어렵지만 최대한 러프를 피하려 힘껏 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박서진의 나 홀로 플레이 때문에 한국여자오픈 때마다 되풀이되는 기권 사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전날 5명이 기권한 데 이어 2라운드에서도 9명이 경기를 포기했다.
한국여자오픈이 열리는 레인보우힐스 컨트리클럽은 난도가 높은 데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심해 선수들의 체력 소모가 심하다.
내리막을 걷다가 발목과 무릎 등을 삐끗했다는 선수도 많다.
한마디로 선수들이 반기는 코스는 아니다.
이러다 보니 해마다 한국여자오픈에서는 첫날 스코어가 심하게 나쁘거나 2라운드 도중에도 스코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조짐이 보이면 기권하는 선수가 적지 않았다. 기권자가 20명에 육박했다.
올해도 기권자 중에는 컷 탈락을 피하기 어려운 스코어를 낸 선수들이 대거 포함됐다.
물론 이들은 기권 사유를 '부상'이라고 신고한다. 나중에 진단서도 제출한다.
다만 웬만한 선수는 거의 부상을 달고 살아서 진단서 떼는 건 일도 아니라고 한다.
성적이 나빠지자 기권한다는 의심을 살만한 정황이다.
첫날 85타를 치고 이날도 79타를 친 정주리, 81타와 82타를 적어낸 이준이, 그리고 첫날 81타를 치고 이날은 85타를 써낸 우선화 등에게 박수를 보내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