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원서 들고 드래프트 시청했던 KIA 성영탁…10라운드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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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속 130㎞대 느린 직구, 투심 패스트볼로 극복…데뷔 후 17⅓이닝 무실점

    키움 임지열에 홈런 맞아 무실점 행진 끝났지만…"초심 잃지 않고 던질 것"

    투심 그립 보여주며 밝게 웃는 KIA 성영탁
    투심 그립 보여주며 밝게 웃는 KIA 성영탁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KIA 타이거즈 성영탁이 2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투심 패스트볼 그립을 보여주고 있다. 2025.6.24.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2024 KBO리그 신인드래프트가 열린 2023년 9월 14일.

    부산고 오른손 투수 성영탁(20·KIA 타이거즈)은 드래프트 현장을 찾지 않았다.

    스카우트 사이에서 썩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만큼 지명이 불투명했기 때문이다.

    그는 집 근처 우체국 인근 카페로 향했다.

    자리를 잡은 성영탁은 조심스럽게 휴대전화를 켜고 드래프트를 시청했다.

    2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만난 성영탁은 "당시 대학교 원서를 가지고 카페에 갔다"며 "지명되지 않으면 곧바로 우체국에서 원서를 접수할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드래프트는 예상대로 흘러갔다.

    1라운드, 2라운드, 3라운드…. 휴대전화에선 쉼 없이 동기들이 호명됐지만 자신의 이름은 들리지 않았다.

    드래프트는 어느덧 10라운드까지 진행됐다. 10라운드 5순위권을 가진 NC 다이노스는 광주진흥고 포수 김재민을 뽑았다.

    기회는 거의 남지 않았다. 절망적이었다.

    그때, KIA 스카우트 팀이 뜸 들인 뒤 이름을 불렀다.

    "부산고 투수 성영탁"

    성영탁은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룩주룩 흘렀다"며 "살면서 그런 느낌을 받은 건 처음이었다"고 떠올렸다.

    같은 시각 성영탁의 자택에선 그의 부모님과 형이 TV를 통해 신인드래프트를 시청했다.

    10라운드 중반까지 성영탁의 이름이 나오지 않자 가족들은 TV 앞을 떠났다.

    어머니는 일터로 향했고, 아버지도 바람을 쐬러 밖으로 나갔다.

    홀로 TV를 보던 성영탁의 형은 동생의 이름이 나오자 소리를 지르며 아버지에게 달려갔다.

    성영탁은 "이날은 우리 가족에 잊을 수 없는 하루였다"고 말했다.

    성영탁의 힘찬 투구
    성영탁의 힘찬 투구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2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5 신한 SOL 뱅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키움 히어로즈 경기. 6회말 교체 투입된 KIA 성영탁이 역투하고 있다. 2025.6.24 [email protected]

    사실 성영탁은 지명된 것 자체가 기적이었다.

    구속이 너무 느렸기 때문이다.

    제구력이 좋고 다양한 변화구를 수준급으로 구사했지만, 직구 구속은 시속 130㎞대에 불과했다.

    프로 무대에선 살아남을 수 없는 수준이었다.

    프로에 입단한 성영탁은 데뷔 첫해인 2024시즌 1군 무대에 단 한 번도 서지 못했다.

    그러나 성영탁은 포기하지 않았다. 구속이 좀처럼 늘지 않아 좌절감에 사로잡힐 때가 많았으나 2023년 9월 14일에 봤던 가족들의 얼굴을 생각하며 꾹 참았다.

    투구하는 성영탁
    투구하는 성영탁

    (광주=연합뉴스) 조남수 기자 = 8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KIA 성영탁이 4회에 투구하고 있다. 2025.6.8 [email protected]

    인생의 전환점은 1년 만에 찾아왔다.

    KIA 전력기획팀 정인철 프로는 성영탁에게 투심 패스트볼 투구 훈련을 권했다. 직구 궤도가 상대 타자에게 공략당하기 쉽다는 분석이었다.

    성영탁은 전력 분석팀의 도움을 받아 팔의 스윙, 투구 자세, 공을 놓는 타점 등을 세밀하게 조정하며 투심 패스트볼 장착에 집중했다.

    그런데 뜻밖의 효과가 나타났다. 투심 패스트볼의 구속이 점점 빨라지기 시작했다.

    성영탁은 "투심 그립이 내게 딱 맞더라"라며 "직구 구속은 느린데 투심으로 던지니 140㎞ 넘게 구속이 찍혔다"고 말했다.

    구속 문제를 해결하니 자신감이 폭발했다.

    투심 패스트볼을 직구처럼 쓰면서 느린 직구를 상대 타자의 타격 타이밍을 빼앗는 구종으로 활용해 타자들을 마음껏 요리했다.

    2군에서 존재감을 보인 성영탁은 지난 달 20일 kt wiz전을 통해 1군 무대에 데뷔했고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이범호 KIA 감독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성영탁은 무시무시한 성적을 냈다.

    21일 SSG 랜더스전까지 13경기에서 17⅓이닝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성영탁의 활약은 부상 병동 KIA에 큰 힘이 됐다. 호랑이 군단은 연승 행진을 펼치며 상위권으로 도약했다.

    성영탁은 지난해 키움 히어로즈 김인범이 세운 데뷔전 이후 최다 연속 이닝 무실점 기록(19⅔이닝)도 넘봤다.

    그는 24일 키움전에서 임지열에게 홈런을 얻어맞아 신기록 달성에 실패했지만, 도전 자체에 의미가 컸다.

    성영탁, 위즈덤과 하이파이브
    성영탁, 위즈덤과 하이파이브

    (광주=연합뉴스) 조남수 기자 = 19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kt wiz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KIA 성영탁이 5-0 승리를 마무리하고 위즈덤과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2025.6.19 [email protected]

    성영탁은 흔들리지 않는다.

    그는 "올 시즌 목표는 부상 없이 1군에서 시즌을 마치는 것"이라며 "언젠가는 위기가 올 테지만, 초심을 잃지 않고 던질 것"이라고 다짐했다.

    성영탁은 신인드래프트 날, 본인보다 더 기뻐했던 형을 위해서도 꼭 성공하겠다고 했다.

    그는 "형은 대학까지 선수 생활을 했다"며 "항상 함께한다는 생각으로 공을 던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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