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 무덤에서 또 우뚝 선 원태인 "돌아가신 어머니께 기도"(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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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지연으로 두 차례 몸 풀고 등판…올해 최다 투구로 6이닝 무실점
"작년엔 마지막에 무너졌지만…올해는 끝까지 버틸 것"

(대구=연합뉴스) 김현태 기자 = 7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5 KBO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2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NC 다이노스의 경기. 삼성 선발투수 원태인이 1회 초 역투하고 있다. 2025.10.7 [email protected]
(대구=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푸른 피의 사나이, 삼성 라이온즈의 토종 에이스 원태인(25)은 그동안 '투수들의 무덤'이라 불리는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오히려 더 좋은 성적을 거뒀다.
그는 12승 4패 평균자책점 3.66을 기록한 2024시즌, 홈에서 10승 2패 평균자책점 3.65를 올렸다.
올해에도 대구에서 5승 1패 평균자책점 3.03으로 시즌 성적(12승 4패 평균자책점 3.24)보다 나은 결과를 얻었다.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는 홈플레이트부터 좌·우중간 펜스까지 거리가 KBO리그 구장 중 가장 짧아서 장타를 허용하기 쉽다.
그러나 원태인은 두려움 없이 타자들을 상대해왔다.
원태인은 7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와일드카드 결정전(WC) 2차전에서도 변함없이 담대하게 상대 타선을 공략했다.
그는 이날 올해 가장 많은 106개 공을 던지면서 6이닝 4피안타 1볼넷 1사구 5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 팀의 3-0 승리를 이끌었다.
삼성은 이날 경기에서 승리해 SSG 랜더스가 기다리는 준플레이오프(준PO·5전3승제)에 진출했다.

(대구=연합뉴스) 김현태 기자 = 7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5 KBO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2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NC 다이노스의 경기. 삼성 선발투수 원태인이 4회 초 NC 오영수의 높이 뜬 타구를 가리키고 있다. 2025.10.7 [email protected]
원태인의 투구는 눈부셨다. 이날 경기는 오전부터 내린 비로 45분간 지연되는 변수가 발생했다.
경기 전 일정한 루틴을 소화해야 하는 선발 투수에겐 악조건이었다.
실제로 NC 선발로 나선 로건 앨런은 1회에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한 이닝 최다 사사구 타이기록인 4개의 볼넷을 허용하는 등 제구가 크게 흔들렸다.
그러나 원태인은 끄떡없었다.
그는 1회부터 150㎞대 직구를 힘차게 던지며 상대 타선을 윽박질렀다.
선두 타자 김주원과 2번 타자 최원준을 연속으로 삼진 처리해 전날 패배의 흐름을 끊어내면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삼성 타선이 1회말 2득점 하자 원태인은 더 힘을 냈다.
위기 상황마다 오히려 공격적인 피칭을 펼치며 NC 타선을 몰아붙였다.
2회 1사 1루 서호철과 맞대결이 대표적이었다.
원태인은 공 3개를 모두 스트라이크 존 안으로 꽂아 넣어 루킹 삼진을 잡았다.
4회 2사 1, 2루 위기에선 대타 오영수와 정면 승부를 펼쳐 외야 뜬 공으로 처리했다.
80구가 넘어간 5회부터는 직구 구속이 140㎞ 중반대로 떨어졌으나 원태인은 타자들을 피해 가지 않았다.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절묘하게 섞어 던지면서 NC 타선을 잠재웠다.
힘이 떨어진 6회엔 박민우에게 볼넷, 맷 데이비슨에게 사구를 허용해 최대 위기에 놓였고, 삼성 벤치는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러나 원태인은 위기를 스스로 벗어났다.
대타로 나선 박건우를 풀카운트 승부 끝에 루킹 삼진으로 잡아냈고, 이날 앞선 두 타석에서 안타 2개를 날린 이우성을 우익수 뜬 공으로 처리했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삼성 팬들은 원태인을 연호했고, 원태인은 모자를 벗고 팬들에게 화답했다.
원태인은 또다시 달구벌을 뜨겁게 달궜다.
그는 데일리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돼 상금 100만원을 받았다.

(대구=연합뉴스) 김현태 기자 = 7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5 KBO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2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NC 다이노스의 경기. 삼성 선발투수 원태인이 4회초 위기를 무실점으로 막아낸 뒤 환호하고 있다. 2025.10.7 [email protected]
경기 후 만난 원태인은 "경기가 지연되면서 두 번이나 몸을 풀었다"며 "야구하면서 몸을 두 번 풀고 등판한 건 처음이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경기 전 (2009년에) 돌아가신 어머니를 향해 기도하고 들어갔다"며 "어머니가 오늘 경기를 도와준 것 같다"고 말해 주변을 숙연하게 했다.
그는 "사실 4회를 마친 뒤 체력이 떨어져 힘들었다"며 "6회에 교체하지 않고 믿어준 감독님과 코치님 덕분에 더욱 자신감을 갖고 던진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6회 1사 1, 2루에서 대타로 나온 박건우를 풀카운트 승부 끝에 루킹 삼진으로 잡은 장면에 관해선 "올 시즌 박건우 형을 상대로 풀카운트 승부에서 커브로 삼진 잡은 적이 있는데, 이번엔 포수 강민호 형이 직구 사인을 내더라"라며 "오늘 직구 구위가 좋다고 판단한 것 같다. 내 직구에 자신감을 갖고 던져 삼진을 잡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배경에 관해서도 답했다.
그는 "경기 중 힘들면 (홈 관중들이 있는) 3루 관중석을 보면서 힘낸다"라며 "응원해주시는 팬 덕분에 힘을 얻는다. 홈에서 루틴을 완벽하게 지킬 수 있는 것도 대구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이유 같다"고 말했다.
이제 원태인은 SSG가 기다리는 준PO를 바라본다.
원태인은 프로 데뷔 후 매년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 갖가지 국제대회를 빠짐없이 출전하고 있다.
주변에선 부상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올해 포스트시즌 이후에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기다린다.
원태인은 이에 관해 "많은 분이 부상에 관해 걱정해주시고, 언젠가는 무너질 수 있다고 하시는데, 난 이를 이겨내면서 성장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지난해엔 (한국시리즈에서 어깨 부상으로) 마지막에 무너졌지만, 올해엔 끝까지 버티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