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honey] 우리가 아는 세부, 모르는 세부 ① 마젤란의 발길이 멈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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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필리핀 세부는 한국 여행자들에게 친숙한 섬이다. 그러나 알고 보면 이곳은 대항해시대 탐험가 마젤란을 통해 동서양이 맞닥뜨린 역사적 현장이기도 하다.
세부는 문화와 미식, 휴식이 공존하는 휴양 도시로 다시 태어났다. 성당의 종소리와 인피니티풀의 반짝임, 골프장의 푸른 경사면과 거리의 바비큐 향이 한데 어우러지는 곳. 그것이 우리가 아는 세부이자, 여전히 다 알지 못한 세부다.
◇ 동서 문명의 조우 이뤄진 섬
마젤란은 포르투갈 출신 항해사로, 스페인 국왕의 지원을 받아 1519∼1522년 세계 일주 항해를 시도했다. 그는 인류 최초로 '지구 일주' 항로를 완성하며 대항해시대의 상징적 업적을 남긴 인물이다. 그가 필리핀 세부를 찾은 것은 1521년. 대항해시대의 절정기다.
마젤란이 이끄는 스페인 탐험대는 세부 부속 섬 막탄에 도착해 기독교 전파의 의도로 나무 십자가를 세웠다고 한다. 세부 도심에는 마젤란의 십자가가 관광객을 맞이한다. 이 십자가는 원본을 보호하기 위해 1835년 원래 십자가 일부를 목재로 감싸 보존한 것이다.
성화같은 느낌이 물씬 나는 천장화 아래 서 있는 작은 십자가는 500년 전 동서양의 역사적 조우를 증언한다. 그 옆의 산토니뇨 성당은 필리핀 가톨릭의 시원이자 세부 시민의 정신적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향 내음이 풍기는 성당 안을 지나면, 여행자는 자연스레 필리핀인의 신앙과 정체성을 마주하게 된다.
1521년 4월 27일, 마젤란은 세부 인근 막탄섬에서 세부의 영웅 라푸라푸가 이끄는 원주민 전사들의 저항에 맞서 싸우다 전사했다. 이후 원정대는 엘카노의 지휘 아래 세계 일주를 완성했다.
마젤란의 십자가가 서 있는 세부 시청 주변은 오늘날 여행자와 시민이 함께 어우러지는 생활의 공간으로 변모했다. 인근의 '푸소 빌리지'는 세부 메트로폴리탄 대성당 옆에 자리한 푸드코트로, 현지인과 관광객 모두에게 사랑받는 맛집 거리다.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 다양한 현지 음식과 해산물 요리를 저렴하게 즐길 수 있으며, 특히 다양한 해산물을 찐 요리가 인기다.
매장이 넓고 좌석이 충분하며, 직원들이 청결 관리에 세심하게 신경 쓰는 점도 인상적이다. 접근성이 좋아 여행 동선 중 잠시 들러 현지식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우연히 K-팝을 좋아하는 여대생들이 생일 파티를 벌이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 바다의 도시를 지켜온 요새, 그리고 오래된 집
도심 남쪽의 산 페드로 요새는 스페인 식민 시절 세부 해안가를 방어하기 위해 세워진 곳이다. 지금은 주변에 나무와 건물이 들어서 바다는 보이지 않지만, 성벽 위에 오르면 옛 해안선을 가늠케 한다.
내부 전시관에는 식민지 시대의 무역품과 무기, 생활유물이 있어 세부의 역사를 전한다. 이곳에서는 마젤란에게 맞서 싸운 막탄의 영웅 라푸라푸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 그의 용기는 외세에 굴하지 않은 필리핀 자주정신의 상징으로 전해진다. 요새 앞에는 아기 예수상을 형상화한 산토니뇨 상이 세워져 있다.
당시 마젤란은 세부의 통치자였던 라자 후마본의 아내에게 산토니뇨 상을 선물했으며 이것이 필리핀 가톨릭의 상징이 됐다. 오늘날에도 산토니뇨는 세부뿐 아니라 전국의 가정과 상점마다 모셔지며, 필리핀인들의 신앙과 정체성을 상징하는 존재로 깊이 자리 잡고 있다.
파리안 지구의 카사 고로르도는 19세기 중엽 알레한드로 레이네스가 건축한 저택으로, 1863년 스페인계 상인 후안 이시드로 데 고로르도가 매입해 그 가문이 거주해 왔다.
세부 최초의 필리핀인 주교가 된 후안 고로르도 가문의 이 주택은 1980년 복원을 통해 박물관으로 개방됐다. 스페인 식민지 시대 상류층 주거 문화를 보여주는 대표적 주거 양식으로, 목제 발코니와 통풍창, 은식기와 찻잔, 성상과 장신구가 당시 생활상을 전해준다. 별실에 마련된 커피숍 야외 테이블에서는 푸른 잔디밭과 저택의 풍경을 감상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현지인들을 만날 수 있다.
◇ 누스타 리조트에서 만나는 새로운 세부
최근 세부 여행자들 사이에서 주목받는 곳 중 하나는 누스타 리조트다. 세련된 건축과 해안선의 조화가 인상적인 이곳은 세부의 초호화 여행의 상징이 되고 있다. 특히 4층 인피니티풀은 바다와 도시 스카이라인을 한눈에 담는 경치로, 연인들 사이에 유명하다. 세부항을 붉게 물들이는 석양을 바라보며 즐기는 수영장은 무척이나 로맨틱하다. 5층의 라운지형 풀은 깊이가 다른 여러 개의 수영장이 자리 잡고 있어 이용이 편리하다.
리조트 내에는 실내 골프 연습장과 미니 축구 체험장 등 다양한 즐길 거리가 마련돼 있다. 겉보기에는 단순한 부대시설처럼 보이지만, 막상 해보면 의외로 재미있다. 가족 단위 여행객이나 동행자 모두 웃음이 끊이지 않는 공간이다. 운동 뒤에는 발 마사지 라운지에서 피로를 풀 수 있다. 전문 마사지사의 섬세한 터치와 은은한 아로마는 힐링 그 자체다.
누스타는 총 3개 동으로 구성돼 있다. 중심이 되는 '필리 호텔'과 '누스타 리조트 타워'가 현재 운영 중이며 중저가 호텔 '그랜드 서밋'도 현재 건설 중이다. 필리 호텔은 프리미엄 침구와 스마트 TV, 초고속 와이파이, 레인 샤워와 대리석 욕조 등 고급 설비를 갖추고 있다.
객실 내 캡슐 커피와 미니바는 모두 무료로 제공되며, 슬리퍼와 가운도 품질이 좋다. 창밖으로는 세부 해협이 시원하게 펼쳐지고, 통유리 욕실에서는 일출과 일몰을 감상할 수 있다.
23층에는 전용 라운지가 있어 조식과 애프터눈 티, 저녁 칵테일을 무료로 즐길 수 있다. 리조트 내 세 채의 누스타 빌라는 전용 수영장과 정원형 발코니를 갖춘 프라이빗 공간으로, 호화스러운 세부 리조트의 전형을 보여준다.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5년 11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