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소비] ③스포츠에선 차별·조롱에 강력한 규제가 세계적 추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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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고 야구부 '스타벅스' 응원 파문서 드러난 극우에 오염된 학원 스포츠
MLB·유럽축구선 선수·팬 혐오 엄정 징계…국내서도 통일된 기준 마련해야
(광주=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김대중 전남광주통합특별시교육감이 취임 첫날인 1일 오후 광주제일고등학교를 방문해 최근 전국대회 경기에서 상대 팀인 배재고 선수단의 지역 비하성 응원으로 상처를 입은 야구부를 위로하고 있다. 2026.7.1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청룡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배재고 야구부 학생들이 경기 중 광주일고 야구부원들을 상대로 벌인 혐오성 짙은 '스타벅스' 응원 파문은 여러 면에서 충격적이다.
이미 순수성을 잃은 지 오래됐다고는 하더라도 풋풋한 젊음의 패기로 가득 차야 할 우리나라 학원 스포츠의 중심축인 고교야구 현장에서 상대를 배제하는 차별과 조롱의 집단행동이 버젓이 횡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감수성이 무척 예민하다고 알려진 시기의 청소년들이 벌인 행동이라는 점에선 아연실색하게 된다.
자신의 감수성은 무척 소중하지만, 남의 감수성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이기적인 행태마저 엿보인다.
이번 사건의 원조 격인 스타벅스 코리아의 '5·18 탱크데이' 파문이 발생한 게 불과 한 달 남짓 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여러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에도 청소년에게까지 우리 사회 깊숙이 스며든 혐오와 차별의 그늘이 심각할 정도로 음습하다는 사실이 재확인됐다.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1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서 공정위원들이 배재고 야구부에 대한 징계 여부를 심의하고 있다. 2026.7.1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협회)는 1일 공정위원회를 열어 먼저 배재고에 6개월간 전국 대회 출전 금지를 징계했다.
또 징계 기간 내에 조롱 응원을 주도한 선수와 이를 묵인·방조한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공정위원회를 다시 열어 개인 징계도 추진하기로 했다.
협회는 사안의 중대성을 인식하고 경기장 내 부적절한 응원 문화 근절과 재발 방지를 위한 후속 조치 및 제도 개선에 팔을 걷어붙였다.
아울러 지도자와 학생 선수의 올바른 역사 인식과 사회적 감수성 함양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기 위해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에 힘을 빌리기로 했다.
협회 스포츠공정위의 징계 대상은 금품수수, 횡령·배임, 회계 부정, 권한 남용, 직무태만, 입시 비리, 폭력 및 성폭력, 승부조작, 불법도박 등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1일 서울 강동구 배재고 앞에 근조화환이 놓여 있다.
배재고 야구부 일부 학생 선수들은 지난달 29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광주제일고와 경기 중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 데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 구호는 지난 달 스타벅스 코리아가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에 맞춰 텀블러 할인 이벤트를 하며 '5·18 탱크데이'라고 홍보했던 사건을 연상케 해 공분을 샀다. 2026.7.1 [email protected]
이번 배재고 징계에 적용된 '체육인으로서 품위를 심히 훼손한 경우', '대회 진행 방해 등 질서 문란 행위'는 추상적이다.
협회는 이번 일을 계기로 '부적절한 응원 문화'를 뿌리 뽑을 후속 조처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전 세계가 혐오·차별을 일삼는 극우 세력의 확산으로 몸살을 앓는 가운데 스포츠계는 이에 연루된 선수, 구단 관계자, 팬들을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하게 징계해 보편적 인권을 수호하려고 애쓰는 중이다.
세계 곳곳에서 온 최고의 선수들이 누비는 무대인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유럽 5대 축구리그는 인종 차별과 혐오 범죄를 저지른 팬들을 적발하면 ▲ 즉각 경기장 추방 ▲ 시즌 출입권 박탈 및 영구 출입 금지 ▲ 형사고발 등으로 징계한다.
선수나 구단 관계자가 인종 차별 발언을 하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혐오 게시물 게재하고 나치 경례 등과 같은 혐오 제스처를 취하면 상당 경기 수 출장 정지, 거액의 벌금 등으로 처벌한다.
무관중 경기로 열린 2014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바이에른 뮌헨-CSKA 모스크바 경기. UEFA는 팬들이 극심한 인종차별 행동을 하자 CSKA에 무관중 경기 징계를 내렸다.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MLB보다는 유럽 축구가 혐오범죄에는 훨씬 엄격해 팬들의 인종차별 행위가 심각하면 해당 구단에 관중석 폐쇄, 무관중 경기, 티켓판매 금지 등의 처분으로 책임을 무겁게 지운다.
개인(선수, 팬, 구단 관계자)은 물론 구단 전체에 혐오 범죄의 연대 책임을 물어 적어도 공정을 앞세운 스포츠 무대에서는 혐오와 차별이 활개 치지 못하도록 확고한 기준을 세운 셈이다.
세계 추세에 맞춰 우리나라 스포츠도 프로와 아마추어, 학생 스포츠에 보편적으로 적용할 통일된 혐오 행위 징계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는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022년 규약을 개정해 선수, 감독, 코치, 심판위원의 품위손상행위 제재 규정을 세분화했다.
이번 사안과 관련 있는 종교, 인종, 성 등 차별행위와 SNS를 통한 명예훼손 등 반사회적 행위로 물의를 일으키는 경우엔 5경기 이상의 출장 정지 또는 50만원 이상의 제재금을 부과한다.
그러나 구단 관계자나 팬들의 혐오 행위와 관련한 제재안은 사실상 없다.
5월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한 표현이 등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선수 노진혁이 손뼉을 치는 장면 뒷모습에 '무한 박수'라는 자막을 달았다.
노진혁의 유니폼 '노'자와 '무한 박수'가 합쳐진 장면으로, 일부 야구팬은 이 용어가 극우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노 전 대통령을 비하할 때 쓰는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노무현 재단이 비하 표현에 강력하게 항의했고, 롯데 구단은 "앞으로 협력사에서 제작한 구단 유튜브 영상을 2차, 3차로 구단에서 직접 확인하는 시스템을 마련하기로 했다며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하지만 KBO 차원의 구단 징계는 없었다.
이와 관련해 박근찬 KBO 사무총장은 "롯데 구단이 공식으로 사과했고, 문제의 장면을 편집한 협력사 직원이 퇴사해 숙의를 거쳐 추가 징계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고 설명했다.
프로야구는 전 경기가 TV로 생중계될 만큼 국민 스포츠여서 혐오 행위가 발붙이긴 쉽지 않다. 10개 구단 개성을 서로 존중하는 팬 문화 또한 세계 으뜸 수준이다.
다만, TV나 유튜브 중계가 없는 여타 스포츠 시청 사각지대가 허다한 만큼 혐오 행위와 관련한 사회적 합의가 늦어지는 틈을 타 차별과 조롱이 독버섯처럼 번질 가능성은 큰 편이다.